정이오 <사백구문(謝白鷗文)>
새 가운데 갈매기가 있어 구름보다 흰데
드넓은 바다로 사라지니 길들이기 어렵네.
사람 낯빛을 보고 날아올라 주살을 멀리하니
나면서부터 기미를 아는 네가 신통하구나.
내 이제 부끄러워 탄환을 버리고
왕래를 끊고서 마음을 졸인다네.
세상 사람은 웃음 속에 칼을 품었으니
갈매기가 아니면 내 누구와 함께 다니리오.
더구나 파리 떼 같은 이들 천지에 가득하니
내 마음을 그 누가 알아주리오.
강과 바다를 자유롭게 떠돌며
마침내 너와 함께하길 맹세하노라(주 1).
혹자는 이렇게 합리화할지 모른다. '지금 여기엔 낭떠러지가 없어. 근처에는 없어. 하나 있긴 한데, 앞으로 10년 동안 거기서 떨어질 일이 없을 만큼 먼 곳에 있어.' 하지만 우리의 정신 가운데 가장 근원적인 부분은 이렇게 반박한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10년은 꽤 긴 시간이라 예측이 틀릴 수 있지만, 그래도 현실이야. 10년 뒤에 재앙이 예상된다면 이제부터라도 그쪽으로 달려가지 않는 게 맞아(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