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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담 Mar 10. 2024

에필로그 : 몰입

진풍이에게 배운 것

'사소한 일상은 인생의 최종손익계산'이라는 긴 타이틀로 연재한 것이 벌써 30회 차가 되었습니다.

한 주에 2편씩 연재하였으니, 15주라는 긴 시간이 지난 셈입니다.

매일 같은 삶이 반복되는데 무슨 특별한 것이 있을까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쓰다 보니 소재와 글감이 생기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진풍이에게 재밌는 취미가 하나 생겼습니다.

산책을 나갈 때마다 땅을 파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된 것입니다.

한 번은 논두렁에 뭐가 있는지 킁킁 냄새를 맡더니, 30분이 넘도록 땅을 열심히 파는 겁니다.

매일 1시간씩 산책을 하다 보니 단련이 되었는지, '씩씩' 거리면서 지치지도 않고 열심히 땅을 팝니다.

'다다다다~' 양발을 번갈아 가면서 땅을 깊게 파다가, 몸을 옆으로 기울이고 한쪽 발로 구멍의 벽면을 파기도 합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땅을 파는 행동과 냄새를 맡는 행동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는 사실입니다.

5초~10초 정도 열심히 땅을 파 재낀 다음에는 여지없이 코를 들이대고 깊게 냄새를 맡습니다.

땅에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흙에 코를 처박고 크게 소리가 들릴 만큼 깊게 냄새를 들이켭니다.

'저러다 코로 흙이 들어가면 어떻게 하지?' 걱정이 되지만, 녀석은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옆에 가만히 앉아 "뭐가 있어?"라고 계속 물어보지만, 이 녀석은 귀찮다는 듯이 열심히 땅만 팝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한참을 파고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30분이나 기다려 줬으면 뭐라도 나와야 되는 거 아니냐?"

점점 기다리는 것도 지루해지고, 녀석을 끌고 집으로 가려고 일어섭니다.

하지만 녀석은 집요하게 매달리면서 포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날이 점점 어두워져 결국 녀석을 억지로 끌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좀 더 기다려 주었으면 뭔가를 찾아냈을까요?

그런데 그러기에는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열심히 파다가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녀석을 볼 때면, 몰입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게 됩니다.

무언가 하나를 목표로 정하면, 다른 것은 전혀 들어오지 않고 오직 그것에만 집중하고 몰입합니다.

그런데...

뭔가를 찾지 못하면 어떻습니까?

그렇게 땅 파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그렇게 땅을 파면서 다리가 단련되고 몸이 튼튼해집니다.

후각은 점점 예민해지고 예리하고 날카로워집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숨어 있는 보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일상에서 소재를 찾고 글을 쓰고 다듬는 과정은 때론 어렵기도, 때론 즐겁고 여유롭기도 했습니다.

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생각의 높이와 폭, 깊이가 보잘것없이 초라하고 처참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거기에서 즐거움을 찾고 몰입하고 꾸준히 파다 보면, 근육이 단련되고 감각과 이성이 점점 예리해지고 날카로워질 것이라고.

비단 글만이 아닙니다.

무언가 간절히 바라고 추구하는 것이 있다면 모두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그동안 구독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더욱 알찬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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