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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소중담
Feb 25. 2024
제주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
2박 3일 기업코칭을 다녀와서
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내가 비행기를 탄 횟수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다.
레바논, 시리아, 이스라엘, 이집트 지역을 여행할 때 왕복 두 번, 코로나가 끝난 해 떠났던 제주 여행 왕복 두 번, 군대 휴가 나올 때 한 번, 그리고 이번에 제주 여행 왕복 두 번이다.
다 합해서 7번.
나는 아직도 비행기가 이륙할 때 땅에서 떨어지는 그 느낌이 불편하다.
몸은 당연히 땅에 붙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래야 몸도 자유롭게 내 맘대로 놀릴 수 있을 테니까.
어쨌든 몸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당황스럽고 싫은가 보다.
문득 앞 좌석의 등받이에 비행기 속도를 표시해 주는 숫자가 보이길래, 이륙할 때부터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떨어져 날아오를 때의 속도가 400km가 채 되지 않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정확하진
않지만
약 380km 정도의 속도였던 것 같다.
궁금하신 분은 검색해 보고 정확한 정보를 얻으시길 바란다.
비행기는 이륙할 때 가지고 있는 연료의 70% 정도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
커다란 몸체를 공중으로 날게 하니 오죽이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까?
어쨌든 정상 궤도에 오르고 나니 850~880km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뭐, 비행기를 타는 내내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니, 여기에 딴죽을 거는 것은 자유다.
용두암
그렇게 제주도에 도착했는데, 우리의 여행 목적은 '기업 코칭'이었다.
비행기가 연착되어, 도착하자마자 카페를 찾아 회의를 하고, 누구는 코칭 시간에 맞춰 코칭을 하기 시작했다.
나와 가장 나이가 어린 친구는 택시를 타고 먼저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썰렁한 방을 덮여 놓고, 대충 필요한 것들을 사기 위해 구경도 좀 할 겸 용두암으로 향했다.
한참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음료를 사서 숙소로 돌아가고 있는데, 한 분에게 전화가 왔다.
김포공항에서 짐을 놓고 온 것 같은데, 거기에 세면도구와 갈아입을 옷, 양말, 내의가 다 들어있다고.
전화를 받고,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옷가게를 찾아 사방을 헤매기 시작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구제옷을 모아 판매하고 있는 가게를 발견하게 되었다.
종류가 많지 않아, 적당하게 보이는 빨간색 츄리닝(트레이닝복) 하의 한 벌과 후드 티 하나를 구입해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온 지 1분이나 지났을까?
다른 일행들이 곧바로 도착했다.
방 키를 가지고 나갔었는데,
용케
도
딱 맞춰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괜찮아 보일 것 같았던 빨간색 츄리닝을 입혀 보니, 그 모양새가 얼마나 웃기는지.
하지만 50대 후반의 이분은 그저 좋다며 천진하게 웃으신다.
문제는 다음날 새벽 독서 모임에서 일어났다.
같은 숙소에서 5명이 줌으로 제각기 참여하다 보니, 하울링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노트북 하나로 나와 빨간 바지 선생님이 나란히 앉아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둘이서 나란히 벽에 기댄 모습이 오롯이 화면에 잡히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니 얼마나 웃기는지, 나도 허름하게 입었지만 유난히 빨간색 츄리닝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었다.
머리도 감지 않은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천진하게 웃으면서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그만 웃음이 빵 터져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그날 새벽 독서 모임은 참 유쾌하게 진행되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자신을 낮추면서 다른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체면치레, 권위, 이런 것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
자신을 꾸미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참 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털털함과 추함, 철없음과 해맑음, 어리석음과 상식의 미묘한 경계를 잘 지킨다면 말이다.
가볍게 던지는 말 한마디와 몸짓 하나에 웃음과 에너지, 생각과 철학을 담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참 멋지지 않을까?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북입니다.
⁕ 월, 목 - <문장의 힘!>
⁕ 화, 금 - <거장에게 듣는 지혜>
⁕ 수, 일 - <사소한 일상은 인생의 최종손익결산>
수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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