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부여
아침부터 부슬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제법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고 송산리 고분군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실제 크기와 똑같은 무덤의 모형을 만들어 놓은 모형관은 닫혀있어, 아쉽게도 무령왕릉의 내부는 볼 수가 없었다. 공주 국립 박물관으로 안내하는 팻말이 있어 따라갔는데,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뒤쪽 문은 닫혀 있었다.
아이와 함께 고분을 둘러보던 젊은 엄마는 박물관이 닫힌 줄로 알고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조그만 산길이 나 있어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운이 좋게도 박물관의 정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박물관에 들어갔다.
박물관에는 백제 웅진시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볼 것은 많고, 사진을 찍느라 분주해졌다. 박물관 전체를 다 담아 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역사스페셜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살포, 판상철부, 치미, 수막새와 암막새, 각종 껴묻거리(부장품)들, 태토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를 현장에서 눈으로 직접 보고, 몸으로 배워보겠다는 생각을 잘한 것 같다.
살포는 논에 물꼬를 트거나 막을 때 사용하던 농기구로, 백제 시대에 살포는 왕이 신하에게 주는 최고의 하사품이었다. 제후나 지방 관료들에게 살포를 준다는 것은, 곧 그 지역을 다스리는 경제권을 준다는 말이었다.
태토는 도자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흙을 말한다. 따라서 태토는 도자기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고려시대에는 가장 좋은 질의 태토가 전남 강진에서 생산되었는데, 강진의 가마터에서 생산되는 도자기는 최상위 계층에게 공급되었고, 그보다 질이 낮은 태토가 생산되었던 해남에서는 한 단계 낮은 품질의 도자기를 대량으로 생산하여 각 계층에 고루 공급하였다고 한다.
오후 늦게는 부여 국립박물관에도 들렀다.
백제 사비시대의 역사와 유물들을 일일이 다 살펴보고 사진에 담았다. 능산리 사찰의 역사와 유물들, 황홀하게 아름다운 금동대향로, 구구단 목감, 각종 무늬의 벽돌 등, 보고 배울 것들이 너무 많이 있었다.
공주와 부여의 국립 박물관을 모두 보면서 엄청나게 많은 지식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찜질방에 앉아 사진 파일들을 보면서 오늘 보고 배운 것들을 복습했다. 몸은 힘들지 모르지만,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이 크다면 어려움은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다.
몹시 피곤했지만 찜질방엔 코골이들이 많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귀마개를 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