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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 배롱나무와 수덕사 스님

개심사부터 수덕사까지

by 소중담 Jun 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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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둘째 날 >


안면도를 떠나 서산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오늘은 개심사로부터 시작해서 서산 마애삼존불, 보원사터, 사면석불, 남연군묘, 윤봉길 의사 기념관, 수덕사까지 답사했다.


개심사는 외국인들이 봄에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는데, 꽃을 많이 보러 온단다. 지금은 여름이라 꽃이 만발한 장관을 볼 수는 없지만, 정작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종루였다. 세월이 많이 흘러 낡고 바랬지만, 그만큼 오랜 세월을 머금고 수많은 인생을 지켜보며, 세상의 질고를 함께 했을 존재의 무게가 오롯이 느껴진다. 종루의 기둥들은 멋스럽게 휘어져 있어, 한국 건축 양식의 개성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개심사는 꽃을 보러 많이 찾는다는데, 개인적으로 개심사 하면, 이렇게 멋스럽게 휘어진 종루의 기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개심사를 찾은 한 부부가 연못가 배롱나무를 두고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계셨다. 무슨 나무인지 몰라 여쭈어보니 백일홍이란다. 정식 명칭 배롱나무. 꽃과 나무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내가, 배롱나무를 처음으로 관심 있게 보고, 꽃이며, 줄기며, 가지의 모양새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던 순간이었다.


주위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 꽃을 보면 예쁘다고 호들갑을 떨어대고,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핀다. 어린아이처럼 재잘대면서 꽃 사이로 뛰어 들어가고, 냄새를 맡기도 하면서 세상의 모든 행복을 다 얻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예쁜 꽃의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듯 아름다운 자태를 카메라에 정성껏 담는다.

  "왜 저러는 걸까?"


그런데 이제는 그 모습이 부럽다. 내게는 왜 그런 감성이 없는 거지? 아~ 나도 그런 게 있긴 하다. 똥강아지 새끼를 볼 때 그런 감성이 생기니까. 이제는 나무와 꽃을 좀 배우고 싶다.


개심사 못 옆에 있는 배롱나무. 배롱나무는 백일홍, 간지럼 나무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린다. 뜨거운 여름에 꽃을 피운다고 들었는데, 아직 꽃을 피우지 않고 있다.


배롱나무의 줄기는 이처럼 매끄럽고 반질반질 윤기가 흐른다. 배롱나무의 꽃은 하나의 꽃이 백일 동안 피어있는 것이 아니라, 꽃봉오리가 차례차례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한다.




사면석불은 백제의 유일한 사면석불이라는데, 훼손이 심하여 나로서는 알아보기 어려웠다.


수덕사에서는 1,080 계단을 오르내렸다. 그러나 정혜사에 다다랐을 때는 ‘수행 중이니 출입을 금지한다’는 팻말과 함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결국 빈손으로 내려와야 했다. 땀이 비 오듯 하고,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수덕사 스님 한 분이 나를 주시하더니 합장하며 인사를 건네셨다. 몸빼(왜 바지)를 입고, 수수한 옷차림에 땀으로 범벅이 된 모습을 보고, 1,080 계단을 오르며 수행하는 불자로 보셨나 보다. 당황하여 멋쩍은 인사만 건넸다.


예산 화전리 석조사면불상. 백제의 유일한 사면불상이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석조사면불상이라고 한다. 백제 특유의 양식으로 머리 광배에 원형 불꽃 무늬와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다.


사면불상은 일명 '사방불'이라고 부르는데, 동서남북의 방위에 따라 사방 정토에 군림하는 신앙의 대상인 약사불, 아미타불, 석가불, 미륵불을 뜻한다고 한다.

 

다음 백과를 찾아보니 합장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불교의 예법인 합장은 원래 흩어진 마음을 일심(一心)으로 모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섯 손가락을 붙이는 것은 눈, 귀, 코, 혀, 피부 등이 색깔, 소리, 냄새, 맛, 감촉을 좇아 부산히 흩어지는 상태를 한 곳으로 향하게 한다는 뜻이다. 손바닥을 마주 붙이는 것은 이 앞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감지하고 조정하는 제6 식인 의식(意識)을 모은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또한, 이 합장의 자세는 다툼이 없는 무쟁(無諍)을 상징하는 것으로, 합장한 상태로는 싸움을 할 수 없으며 동정(動靜:움직임과 고요함) 및 자타(自他)의 화합을 뜻한다.”


합장은 인도의 인사법이라고 한다. 인도에서는 오른손은 신성함을 상징하고, 왼손은 부정함을 상징하는데, 합장은 신성함과 부정함이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여기에 인간의 진실함이 있다고 여겼다. 나도 합장하며 인사를 해야 했을까? 사람들은 고귀한 뜻과 의미를 기억하고 간직하고자 의식화, 제도화, 교리화하지만, 그것은 때로 본연의 의미를 망각하게 만드는 역설을 가져오기도 하는 것 같다.

수덕사 대웅전. 국보로 지정된 대웅전은 건립연대를 알 수 있는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고려 충렬왕 34년(1308년)에 건립된 백제계 양식의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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