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해피엔딩
에필로그는 처음이라 조금 떨렸는데요,
울렁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써 내려갔습니다.
이 브런치북을 연재하는 동안 나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변화는 (잘) 살고 싶어 졌다는 거다. 이전에 나는 매번 죽음을 원하면서 지냈다.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아, 이러다가 사고를 당했으면 좋겠다.’였다. 지나가던 차가 내 몸을 박살 내주길 바랐다. 지옥이 있다면, 내가 경험하고 있는 삶일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뇌에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의 사고회로는 늘 불행을 향해 흘렀다.
[ 상처를 준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
글로 안 담은,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중학교 3학년 때, 엄마와 아빠의 바람 상대에게 카톡을 보낸 거다. 심지어 시험기간에 보냈다. 잠도 2~3시간 밖에 못 잔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그들의 번호를 알아낸 뒤에 연락을 했다. 이걸 무모하다고 표현해야 하는 건지, 당돌하다고 표현해야 하는 건지..
“저는 당신들 때문에 미친 듯이 괴로운데, 프로필 사진 보니까 행복해 보여서 화가 나네요. 당신은 평생 고통 속에서 지내길 바라요. 분명히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흘린 눈물의 10배를 흘렸으면 좋겠어요. 몸이랑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길 바랄게요.”
타인에게 이런 저주를 퍼부운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게 처음 이어야 한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그땐 정말 버틸 수 없을 거니까. 나는 진심으로 그들이 불행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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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내 저주가 통한 모양이다.
엄마랑 사귀었던 흑기사는 사채업자에게 쫓기다가 자살시도를 했는데, 결국 살아서 여전히 도망 다니면서 산다. 아빠랑 사귀었던 여자는 가정주부였다. 아이도 셋이나 있는 집. 결국 그 여자의 남편은 백혈병에 걸렸다고 한다. 남편의 병시중을 하면서, 삼 남매를 키우고 일해야 하는 신세가 된 거다. 너무 비극적이라서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이 불행을 겪는 동안, 나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다. 계속 삶을 끝내려고 했고 스스로를 괴롭혔으니까. 저주를 쏟은 사람도, 저주를 받은 사람도 모두 괴로운 시간을 겪게 됐다. 세상은 인과응보다. 우리가 착하게 살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고.
이제 불행은 여기까지만 적어야겠다.
좋은 것만 보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니까.
글을 연재하면서…
[ 이거 소설인가요? ]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이거 소설인가요?” 그러게요.. 저도 소설이면 참 좋겠네요… 소설이냐고 물은 이유는 믿기 힘든 이야기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자세한 생각과 대화의 묘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예전에 100편도 넘는 글을 적어뒀다.
내 일기장의 메인 주제는,
“살기 위해서 쓰는 글”이었다.
나름의 발버둥이었달까.
무수히 많은 일기에 적어놓은 기록들의 총합이 이 브런치북이다. 시간이 지난 뒤에 내가 생각하는 목표를 이루면, 더 다듬어서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높은 꿈에 맞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닌듯하다.
[ 눈물의 연재와 ‘쓰는 것’에 대하여 ]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지금까지 브런치북에 올린 20편의 글은 모두 울면서 썼다. 초중반부에는 눈물을 글썽 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두통이 생길 때까지 울었다. 돌이켜보면 상담받는 기분이랑 비슷했던 거 같다. 내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때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과정. 글쓰기를 통해서 어느 정도 자가치유를 한 셈이다.
그리고 연재 내내, 최대한 솔직하게 쓰기 위해 애썼다. 감정을 글자로 나타내는 건 ‘예술’이 아니라,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아름답지 않다. 적합한 단어를 생각하고 조합하는 과정은 많은 걸 쏟아야 한다.
어떤 문체를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묻기도 했고,
어떤 형식으로 글을 구성하면 좋을지 고민을 했고,
다른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영감도 받았다.
여전히, 앞으로도 계속할 노력이다.
출간작가는 책 값이 아깝지 않은 책을 써야 한다고 했으니, 브런치 작가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독자가 원하는 글의 경계에서 늘 고민해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요즘은 주로 내가 쓰고 싶은 것만 쓰긴 한다. 쓰는 사람이 즐거워야 보는 사람도 즐거운 거 아니겠어요? 뭐, 이러다가 마음이 맞으면 땡큐인 거죠. (^^) 다만 너무 무겁지 않게 쓰려고 노력은 합니다만,,
작가의 존재 이유는, 독자가 있기 때문이다. 글을 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쓰는 것’ 또한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독자의 영향력이 작가가 주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확실히 운도 작용하는 것 같다. 위 사례처럼 아무리 정성스럽게 쓰더라도, 메인에 잘 오르면 ‘인기 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질 뿐이지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됐냐고 물어본다면, 망설임 없이 “YES”라고 답할 거다. 과분한 사랑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분들의 사랑이 있었다. 이 마음을 생각하면 울컥하는 순간이 많다. 공감을 하고 위로를 한다는 건, 당신이 다정한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마음을 전달받는 대상 중 내가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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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번외의 이야긴데,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에 “내가 꾸준히 응원하고 있다는 걸 저 작가는 알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많이 가졌다. 댓글을 쓰자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고, 응원은 해주고 싶고.. 그러다가 복잡해져서 라이킷만 누르는 거다. (그동안의 나는 이랬다.ㅋㅋ)
작가가 되어보니 그 궁금증이 풀렸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누가 댓글을 썼는지, 누가 라이킷을 눌렀는지, 이 글은 어떤 경로로 유입이 됐는지.. 그래서 댓글을 써주시면, 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으니까 댓글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리고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이젠 닉네임만 봐도 내적친밀감이 느껴지는 독자분들이 꽤 계신다. (안녕하세요? ᰔ)
[ 앞으로 어떤 글을 쓸 건가요? ]
https://brunch.co.kr/@time-limit/46
[열일곱이지만 시한부입니다] 라는 브런치북을 연재하다가 중간에 입원을 당했다. 우울감에 범벅된 뇌의 인지오류화가 작동됐을 때, 정신병원에 응급 입원이 됐다. 그들은 응급입원이라고 말했지만, 그건 강제입원이었다. 나의 의사가 0.01%도 반영되지 않은 입원.
27일간의 반성과 용서와 수용을 하고 나온 뒤로, 병원에서 쓴 일기와 감정을 담은 [열일곱, 정신병동 응급입원기]라는 브런치북을 연재 중이었지만 현재는 삭제됐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단약에 성공했고 더 이상 정신과에 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연재를 중단했다.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자 다른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나 힘들고 저마다 견디고 있다는 사실이 나에겐 위로로 다가왔던 거 같다. 그때 느꼈던 감정을 바탕으로 성장했고, 이젠 타인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글로 마음을 나누는 일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청소년기에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난 오랜 기간 신체적으로 힘들어했다. 심장병을 가졌고, 평생 인공심장박동기를 달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씩 박동기 점검을 받아야 하고, 배터리가 닳으면 교체수술을 받아야 하고, 켈로이드 흉터가 생긴 곳에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야 하는.. 뭐… 그런 이야기들이 있다. 그땐 의료진들이 정말 싫었다. 난 오래 못 살 건데, 이런 걸 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사춘기의 디엔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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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쓸 소재가 너무 많다는 사실은 작가로선 좋은 일이다. 하하하… 앞으로 몸과 아픔이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나만의 매력 있는 글을 쓸 생각이다.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지 고민을 해봤는데, 이 브런치 북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말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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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아찔한 순간들을 겪으면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숨만 쉰다고 해서 다 살아있는 건 아니라는 것도 느꼈다. 마음이 죽으면 그것도 죽은 거였다. 가까운 사람이 감정 심폐소생술이라도 해주면 참 좋을 텐데, 다들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여유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쓰는 글이 그런 분들에게 닿길 바랐다. 마음의 심전도가 불안정한 사람들, 언제 꺼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사람들, 그동안 겪었던 이야기와 앞으로 내가 살아갈 모습을 보고 ROSC(자발 순환 회복) 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랐다. 사람을 살리는 게 물리적인 치료만 있는 게 아니고, 말과 글을 통해서라도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걸 느끼는 계기가 됐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진심이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재를 했다.
https://brunch.co.kr/@time-limit/124
and —
그동안 좀 친해진 것 같으니, 잔소리 하나만 해도 될까요? 사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을 아껴 쓰지 마세요. 할 수 있을 때 해야죠. 표현 안 하면 상대방은 모르더라고요. 그리고 제때 쉬고 밥 잘 챙겨드시고요. 일상적인 것들을 소중히 여기세요. 세상이 너무 어둡다면 무작정 신나는 음악 틀고 춤이라도 춰보세요. 그럼 좀 웃기거든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지라도 그것도 웃음이니까 된 거예요. 그리고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말은 안 할래요. 저도 못하거든요. 너무 미워만 하진 맙시다.
그리고 지옥 같던 시간들이 제게 남겨준 건, 아픔을 바라보는 시각인 것 같아요. 조금 더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됐고, 어떤 이야기를 건네면 좋을지 배웠거든요.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일상이 제겐 너무 특별해지기도 했고요. 플래너에 “오늘 죽지 않기”가 아니라, 어떤 공부를 할지 쓰는 건 참 기쁜 일이더라고요.
사실은 요즘에도 우는 날이 종종 있어요. 두려워요. 아프게 했던 일들이 끝났는데, 여전히 막막하기도 하고 공허한 순간도 찾아오거든요. 회복탄력성이 좋은 것도 아니고, 강한 것도 아니고,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지만.. 모난 부분은 대충 흐린 눈 하고 살아야죠. 그래야 좀 숨이 쉬어지거든요. 그리고 당신의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겐 삶의 의미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 존재해 주세요. 저도 묵묵하게 살아볼게요.
그동안 제 이야기를 함께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해요. 그리고 수많은 글 중에서 제 글을 찾아와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더욱 감사함을 전하고 싶고요. 우연이 인연이 되는 과정을 느낄 수 있어서 요즘 저는 참 다정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덕분에”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네요. 덕분에 제 하루가 조금 더 따뜻해졌어요. 꼭 건강하세요. 몸도, 마음도요!
end or and?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