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주
# 연락
작년과는 다르게 사람을 대할 에너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 저 사람 연락하여 두루두루 만나고 있습니다. 연락을 해보면 대부분 환대해 줍니다. 뭐가 망설이고 걱정되어 주저했는지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화요일에는 함께 일했던 선생님을, 금요일에는 함께 공부했던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진솔한 대화 속엔 웃음과 눈물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오금 저리게 끔찍했던 일들도, 지나고 나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오늘도, 다음 주도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게으른 마음으로 좁은 관계에 머무르던 저는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걸까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 혹평
수요일에 글쓰기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두 달간 스무 장 가까이 썼습니다. 한 화 한 화 마칠 때마다 보람을 느끼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이상했습니다. 쓰는 게 너무 힘들고, 뭔가를 계속 감추고만 있는 거 같아서요. 스터디원은 제가 느끼던 문제의 지점을 정확히 간파했습니다. 감정 강요를 피하기 위해 행동 묘사에 치중했더니 지루해졌습니다. 현실적인 대사에 집중하다 보니 인물의 상황 설명은 사라졌습니다. 지적은 아팠지만 저는 인정해야 했습니다.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요. 저는 제가 쓰려는 소설의 내용에 자신 있습니다. 2화까지 쓰고 이러한 문제를 알아챘으니 자신 있는 저의 소재는 분명 더 나은 글로 사람들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목요일에 <아몬드>와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후루룩 모두 읽었습니다. 청소년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할지 더욱 감이 잡혔습니다.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잘 써보겠습니다.
# 교사와 작가
후쿠오카와 부산을 다녀왔던 4월 여행 이후로 저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교사를 해야 할까, 작가를 해야 할까.
5년간 일을 하며 행복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은 지금도 제 삶에 힘을 줍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난처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화를 많이 냈고, 누군가에게 상처 준 적도 있습니다. 일을 한다는 것은 빛과 그림자를 모두 껴안는 거겠지만, 저는 짙은 그림자에 갇혔고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왜 학교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는 걸까요.
작업실에서 혼자 일하면 편합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쉬고 싶을 때 쉬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합니다. 저를 자극하는 말이나 행동을 마주하는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고립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게 일인지 취미 생활인지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평생 살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참으로 배부른 생각입니다. 그래서 물을 먹고 정신을 차립니다.
고민만 하면 답은 없습니다. 이제 곧 어떤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걸 압니다. 다음 주에 만나는 사람들과 더 대화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열리는 길로 걸어가 보겠습니다.
# 파스타
한 달 전 깐 마늘을 샀습니다. 냉장고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부산단편국제영화제에서 바질 페스토를 세 병이나 받았습니다. 싱크대 위 문갑에는 포장을 까지 않은 파스타면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면발을 삶고 볶아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새우까지 넣으니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3년 전, 파스타에 꽂혀 매주 해 먹었습니다. 유행은 돌고 돕니다. 꾸준히 해 먹겠습니다.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