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6일 일요일, 다시 겨울이?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집 앞의 파스쿠찌에라도 가서 글을 쓸까 싶었지만, 저녁을 사 먹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다. 8천 원짜리의 저녁 식사, 거기에 7400원이나 하는 커피 매장의 음료를 사 마시기엔 지나친 낭비였다.
내일 용돈을 받는 날이다. 한 달에 18만 원, 학교 점심과 교통비는 제외한 순수 내 용돈이다. 월 교통비 15만 원, 급식비 12만 원인 걸 감안한다면 내가 받는 용돈으로 충당이 안 된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하루 6천 원 꼴로 쓰면 된다. 별생각 없이 쓰다 보면 며칠은 쫄쫄 굶어야 할 판이다. 사정이 그러니 줄일 수 있을 때 줄여야 한다.
과감히 파스쿠찌를 포기하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반월당역에 가면 앉을 자리도 많고 자판기도 몇 대 있는 메트로 광장이 나온다. 솔직히 거기에서 쓴 글도 족히 이삼백 편은 된다. 글이 막히면 내가 가장 자주 찾는 장소 중의 한 곳이다.
자판기 커피도 한 잔 하면서 메트로 광장에서 두 편의 글을 썼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오는 지하철을 탔다. 역사를 나와 지상에 발을 딛는 순간 다시 겨울이 온 줄 알았다. 내의를 벗었는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다시 입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