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동화 연재 ] < 꼭꼭 숨어라! >
또별은 민기의 가방에 붙어서 학교에 따라왔어요. 교실 안으로 따라 들어와서 창문틀에 올라
앉아 반 친구들을 살펴보더니 민기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어요.
“지구별 학교에 처음으로 왔는데 대부분 착한 얼굴인데, 저쪽에 있는 심통이 더덕더덕 붙었고
집이 부자라고 잘난 척한다는 친구가 진우지?”
진우는 키와 덩치가 커서 중학생 같았어요. 하지만 하는 짓을 유치원생처럼 어리고 유치했지요.
아이들은 진우가 덩치가 크니 괴롭힘을 당해도 덤비려는 시도조차 생각하지 않았지요.
민호의 엄마는 베트남에서 살다 민호아빠를 만나 결혼한 다문화가정입니다. 다문화가정이 무슨
죄라고 진우가 무시하고 괴롭힙니다. 진우가 민호를 무시하니 아이들까지 무시했어요.
민호는 덩치도 작고 힘이 없어서 진우가 괴롭혀도 감히 덤비지 못했지요.
또별은 진우가 눈에 거슬렸어요. 진우를 골려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지요. 민호가 진우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눈으로 보더니 참지 못했어요.
진우는 민호의 맨 뒷줄에 앉아 종이를 뚤뚤 말아 민호의 등에 집어넣었어요.
민호는 옷 속에서 등을 쿡 쿡찌르는 구겨진 종이를 꺼내느라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진우는 화단에서 꿈틀거리는 애벌레를 가져와 앞에 앉은 민호의 짝인 현정의
얼굴에 갖다 댔어요. 현정은 놀라서 자로 진우의 얼굴을 ‘찰싹’ 때렸지요.
화가 난 진우는 현정이 화장실을 갈 때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지요.
그 모양을 지켜본 또별은 왕모기로 변신하여 진우의 이마를 여기저기 쏘았어요.
진우는 왕모기를 잡겠다고 자기 얼굴을 여기저기 때렸지만 왕모기는 용케도 피했지요.
왕모기는 진우의 몸 여기저기를 물었지요. 진우는 얼굴의 피를 빨아먹는 왕모기를 잡겠다고
자기의 얼굴을 여기저기 때리는 바람에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랐어요.
또별은 진우의 얼굴을 여기저기 물고 나더니 화가 좀 풀렸는지 민기에게 속삭였어요.
“기대해, 이번엔 이로 변신하여 진우의 살찐 목덜미와 허리, 옆구리와 등을 간지러워 참을 수
없도록 살살 기어 다닐 거야, 나한테 좀 당해봐라. 히히~”
잠시 후 진우의 비명이 터졌지요.
“앗? 간지러워라. 낮에 왕모기가 있더니 이번엔 이가 있나? 아이고 등, 옆구리, 허리, 목이
참을 수 없이 간지러워 죽겠네?”
조용한 교실이 진우의 외침으로 시끄러워졌지요.
진우는 통통 부은 얼굴로 목과 허리, 옆구리, 뒷목이 간지럽다며 의자에 등을 긁적이다
연필로 옆구리를 긁다가 어쩔 줄 몰라했어요.
진우에게 괴롭힌 당한 아이들이 고소해하는 눈치였지요.
토요일 오전, 민호와 민기가 은행나무 공원에 가고 있는데 진우가 몰래몰래 쫓아오고
있었지요.
민호와 민기는 진우를 보고도 보지 못한 척 앞만 보고 가다 옹달샘에서 물을 마셨어요.
얼마 후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요.
진우는 두 친구를 찾지 못하고 중얼거립니다.
“애들이 어디로 갔지? 순간이동을 한 건가?”
민호와 민기는 샘물 옆 좁은 바위틈 옆에 있는 작은 굴로 미끄러지듯 들어갔어요.
진우는 두 친구를 발견하고는 뒤를 따르다 바위틈 앞에서 머뭇거립니다.
“어? 이곳에 바위틈이 벌어져 있었네! 얘들이 분명히 여기로 들어간 것 같은데?”
진우는 바위틈 사이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어요. 민호와 민기는 진우가 따라오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저만치에서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어? 여긴 도깨비 굴 같은데? 좀 으스스하고 무섭지 않니?”
“맞아, 민호야. 도깨비굴이 맞는 거 같아. 무서운데 우리 그만 나갈까?”
민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커먼 것이 진우의 앞을‘휙’ 지나갔어요.
진우는 겁을 먹고 떨다가 바위굴천정에 머리를 ‘꽝’ 부딪쳤어요. 정신을 잃었는지 움직임이
없었고 반듯이 가만히 누워있습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머리에 뿔난 도깨비들이 커다란 방망이를 들고 진우 주위를 빙빙 돌며
이상한 소리를 냈고 진우의 키 보다 두 배나 되는 커다란 도깨비방망이로 내려칠 것처럼
들이대며 겁을 주었지요.
진우는 몸을 파르르 떨며 도깨비들에게 살려달라고 손이 발이 되게 싹싹 빌었어요.
“도깨비님 살려주세요. 이제 아이들 괴롭히지 않고 착한 어린이가 될게요. 심통도 부리지
않고 엄마와 아빠 말씀도 잘 들을 게요. 네?”
“우가우가 심술꾸러기, 장난꾸러기 심술꾸러기는 용서할 수 없어 도깨비방망이로 내리치자.
우가우가….”
도깨비들이 일제히 도깨비방망이를 어깨 위로 올렸지요.
진우는 두 눈을 감고 지난날을 후회했어요. ‘내가 아이들에게 심술궂게 굴었나? 여기서 살아서
나가면 이제는 다른 아이들 괴롭히지 않고 착하게 살 텐데…!’
도깨비들은 진우의 혼잣말을 들었어요. 그중 대장으로 보이는 도깨비가 말했어요.
“얘들아, 우리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줄까? 후회를 하는 것을 보니. 좋아, 앞으로 심술부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한 번 용서해 주겠다?”
“대장도깨비님 저를 한 번 믿어주세요. 다시는 심술부리지 않고 친구들이나 동생들 괴롭히지
않을게요. 약속해요. 흐으윽 훌쩍훌쩍.”
“좋아. 얘들아, 불쌍하니 한 번만 용서해 주자. 다음에 다시 아이들 괴롭히면 그땐 용서해 주지
않을 거야? 우린 진우 너를 항상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대장도깨비님, 여러 도깨비님. 용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연기가 ‘뿅’ 피어오르더니 그 많던 도깨비들이 사라졌어요.
진우는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어요. 민기와 민호는 도깨비가 또별이란 것을 알고 있었지요.
도깨비들이 ‘뿅’ 하고 연기가 피어오를 때, 잠자리 한 마리가 다가오더니 민기의 귀에 대고 속삭여주고
갔기 때문입니다.
민기와 민호는 진우를 안아서 일으키고 꼭 안아주었지요.
“진우야, 정신 차려. 도깨비들이 다 물러갔어. 이 샘물을 마시면 정신이 들 거야. 어서 마셔?”
진우는 샘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눈을 떴어요. 놀란 진우의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지요.
“민기야, 민호야, 고마워! 날 구해줘서. 도깨비방망이에 두들겨 맞아 죽는 줄 알았어. 이제 민호도
괴롭히지 않을게. 민호야, 미안해.”
“진우야, 나도 널 믿어.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고마워, 민호야. 날 용서해 줘! 착한 아이가 될게. 대신 넌 수학공부를 잘하니 나 좀 도와줘?”
“알았어, 그렇게 할게.”
장난꾸러기 또별이 진우를 골려주고 착한 아이로 만들어주다니 멋진 외계인 친구입니다.
민기는 생각하고 또별 덕분에 기분이 아주 좋았지요.
세 친구는 굴을 나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어요. 민기도 집으로 돌아와 방으로 들어갔어요.
언제 방에 들어왔는지 또별이 배꼽을 쥐고 깔깔 웃었지요.
한참을 웃고 있던 또별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어요. 민기가 물었어요
“또별,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거니?”
“으응, 내 별에 혼자 남아 있는 작은 달맞이꽃(아롱이)을 까맣게 잊었어. 빨리 오라고 했는데….
네가 다른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을 보고 갑자기 아롱이가 생각났어, 나 지금 내 별로 돌아갈 거야.
그동안 즐거웠어. 나중에 또 만나자! 내 별에서 민기 널 항상 지켜볼게.”
“우린 서로 떨어져 있더라도 텔레파시를 통해 서로의 생활과 생각을 알 수 있는 거 잊지 말아.
내가 네 별에 찾아가도 아는 척하고?”
“그래. 나도 이제 알 것 같아. 네 목에 난 무당벌레 점과 텔레파시로 통하고 있다는 것을 나도
얼마 전 알게 되었어. 네가 네 별에 오면 온다고 미리 신호를 보내? 안녕!”
또별은 작별인사를 마치자 무당벌레 비행접시를 타고 순간이동 하여 자기 별로 돌아갔어요.
민기는 목에 있는 무당벌레 모양의 점과 또별의 귀 밑에 있는 무당벌레 점을 통해 텔레파시로
서로의 마음과 생각이 영상처럼 보였던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동안 꿈인지 생시인지 몰랐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텔레파시를 통해 또별의 별에 갔던 것은
꿈이 아니고 실제 상황인 것을 알 것 같았어요.
진우가 달라졌어요.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주거나 발을 거는 등.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지요.
민호와 친하게 지냅니다. 예전에는 민호의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고 다문화가정이라고 놀렸는데
지금은 놀리지 않고 공부도 같이 하고 학원도 같이 다니며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또별은 민기가 보고 싶으면 밤이 되면 민기의 컴퓨터 속에서 '뽕'하고 나타나 놀러 옵니다.
민기가 자고 있을 때 컴퓨터에 이메일 주소를 남기고 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