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은색 연통

[ 장편동화 연재 ]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민기의 방 뒤쪽에 있는 언덕에 두 개의 무덤이 있습니다. 밤이 되면 무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민기는 그 소리 때문에 무서워서 잠이 오지 않았지요.

엄마는 유리창 가득 동화 속 나라 그림 스티커를 다닥다닥 붙여줘서 뒷동산에 있는 무덤이

보이지 않았지만 귀신이 내는 소리는 가릴 수 없었지요.

민기가 화장실에 가면 작은 창문 틈으로 뒷동산에 있는 커다란 무덤이 잘 보입니다.

민기는 무덤을 등지고 서서 세수도 하고 이도 닦았지요.


아침이면 뒷 창문 통유리창으로 동쪽 하늘에서 달려온 해님이 민기를 찾아옵니다.

밤이 되면 ‘휘이이- ‘ 이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무덤에서 귀신부부가 나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닐까요? 민기가 침대에 누워 잘 때

누군가 민기를 노려 보는 것 같아 보지 않으려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다 보니 아침 이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지요.

밤이면 잠을 자려고 누우도 한 시간 넘게 말똥거립니다. 잠이 오지 않을 땐 엄마를 부릅니다.

엄마가 민기의 방에 와서 이야기 한국사를 재미나게 읽어줍니다. 어느새 잠이 든 민기입니다.


민기는 매일 밤 귀신 부부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며 잠을 잡니다.

어느 일요일 아침 엄마가 말했어요.

“민기야, 엄마가 귀신이 어디 사는지 실체를 알아냈어. 어제 주방에서 낮에 나물 삶는데

가스레인지 위 후드장에서 귀신이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어.”

엄마, 요즘은 귀신부부가 낮에도 밖으로 돌아다녀요? 무서워라!

“엄마도 그런 줄 알았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후드장 안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고 음식 냄새가

전혀 빠지지 않는 거야, 후드 뚜껑을 열어보니 그 안의 은색 연통에서 나는 소리 같았어. 그래서

은색 연통이 뽑아보니 그 안에 귀신이 살고 있더구나!”

“와우! 무서워라. 귀신이 어떻게 생겼는데요? 저도 보고 싶어요. 얼른 보여주세요.”

“이거 봐라! 귀신은 어이없게도 휘파람 새였어. 따뜻한 후드장 안의 은색 연통 속에다 알을

낳고 그 알을 품어주느라 부스럭 소리를 낸 거였어.”

“알이 한 개 밖에 되지 않는데 다른 알은 없어진 걸까요? 아니면 부화된 걸까요?”

“알을 하나만 낳은 건지 다른 알들은 부화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엄마가 자른 뚜벅이 털과

산의 이끼, 들에 있는 검불을 물어다 연통을 가득 채우고. 그 안의 작은 둥지에 알이 들어 있었어.”




2미터 길이의 은색 연통 속에는 1미터 넘게 많은 양의 티검불과 동물의 털뭉치가 들어있었는데

그 안에 새둥지가 하나 있는 것을 확인한 민기입니다. 엄마가 말했어요.

“휘파람 새가 알을 따뜻하게 품어주려고 은색 연통 안을 티검불과 동물의 털로 채워 놓았는데,

엄마는 그런 줄도 모르고 음식 냄새를 내보내려고 후드를 켜는 바람에 찬바람이 나오니까, 찬바람을

막느라 연통 속을 또 채우고 채워 놓았던 거야. 연통 안이 막혀있으니 음식 냄새가 빠지지 않을

수밖에 없던 거지.”

“그랬군요, 그런데 회색 알은 어떻게 됐어요, 엄마?”

엄마는 연통 안에 있던 것을 덜어내고 새둥지와 근처에 있는 동물 털과 지푸라기들을 넣어주고

은색 연통을 후드장에 끼웠어요. 그 후 며칠 동안은 소리가 나지 않고 조용했지요.

엄마도 그 일을 잊고 있었는데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입니다.


주방 식탁에서 아침을 먹던 민기가 부스럭 소리를 들었습니다.

“엄마 은색 연통 속에서 또 부스럭 소리가 나요?”

엄마는 후드 안 은색 연통을 빼내어 보더니 놀라며 말했어요.

“휘파람 새가 티끌과 검불을 물어다 연통 안에 30센티미터나 티검불을 쌓아놓았네! 어쩐지

음식 냄새가 잘 빠지지 않더라. 민기야 어떻게 하면 좋으니?”

민기는 회색 알이 걱정이 돼서 멍하니 서 있었고 엄마는 냄새가 빠지지 못하게 은색 연통 안을

막고 있는 휘파람새가 미웠는데 두 번째 연통을 연 순간! 마음이 달라졌어요.


엄마가 말했어요.

“연통 안이 따뜻하다고 여기에 알을 낳았으니 어떻게 하니? 냄새가 빠지지 않으면 우리 가족이

냄새 때문에 눈과 목이 아프지, 게다가 넌 천식약을 먹고 있잖아?”

“엄마, 그건 맞는 말씀인데 휘파람새가 불쌍하네요. 회색알을 어떻게 하지요?”

“나도 자식을 키우는 엄마라서 그 안에 알을 낳은 휘파람 새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통풍이 되지

않으면 우리 가족들의 건강에 해로우니 어쩔 수 없이 은색연통을 빼낼 수밖에 없어.”

“회색 새알은 어떻게 하고요?”

“어미 새의 갸륵한 마음에 감동했다. 과일바구니 두 개를 포개서 검은 비닐로 겉을 막아주고

연통 안에 들어있던 부드러운 이끼와 검불을 담아 처마 밑의 물받이 밑에 매달아 놓으면 바람이

세게 불어도 날아가지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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