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동화 연재 ]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내 방 뒤쪽에 있는 언덕에 두 개의 무덤이 있었어. 밤이 되면 무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 때문에 무서워서 잠이 오지 않았어.
엄마는 유리창 가득 동화 속 나라 그림 스티커를 다닥다닥 붙여줘서 뒷동산에 있는 무덤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귀신이 내는 소리는 가릴 수 없었어. 화장실에 가면 작은 창문 틈으로 뒷동산에
있는 커다란 무덤이 잘 보였어. 무덤을 등지고 서서 세수도 하고 이도 닦았어.
아침이면 뒷 창문 통유리창으로 해님이 찾아왔어, 밤이 되면 ‘휘이이-'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어.
무덤에서 귀신부부가 나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닐까? 침대에 누워 잘 때 누군가 나를
노려 보는 것 같았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다 보니 아침 이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어.
밤에 잠을 자려고 누우도 한 시간 넘게 말똥거리게 돼, 잠이 오지 않을 땐 엄마를 불렀어.
엄마가 내 방에 와서 이야기 한국사를 재미나게 읽어주었어, 어느새 난 잠이 들었어.
귀신 부부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며 잠을 잤어. 어느 일요일 아침 엄마가
“민기야, 엄마가 귀신이 어디 사는지 실체를 알아냈어. 어제 주방에서 나물 삶는데 가스레인지
위 후드장에서 귀신이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어.”
“엄마, 요즘은 귀신부부가 낮에도 밖으로 돌아다녀요? 무서워라!”
“엄마도 그런 줄 알았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후드장 안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고 음식 냄새가
빠지지 않는 거야, 후드 뚜껑을 열어보니 은색 연통에서 나는 소리 같았어. 은색연통을 뽑아보니
그 안에 귀신이 살고 있었어!”
“와우! 무서워라. 귀신이 어떻게 생겼는데요? 저도 보고 싶어요. 얼른 보여주세요.”
“이거 봐라! 귀신은 어이없게도 휘파람 새였어. 따뜻한 후드장 안의 은색 연통 속에다 알을 낳고
낳고 그 알을 품어주느라 부스럭 소리를 낸 거였어.”
“알이 한 개 밖에 되지 않는데 다른 알은 부화된 걸까요?”
“알을 하나만 낳은 건지 부화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엄마가 자른 방울이 털과 산의 이끼, 들에
있는 검불을 물어다 연통을 가득 채우고. 그 안의 작은 둥지에 알이 들어 있었어.”
엄마는
“휘파람 새가 알을 따뜻하게 품어주려고 은색 연통 안을 티검불과 동물의 털로 채워 놓았는데,
엄마는 음식 냄새를 내보내려고 후 찬바람이 나오니까, 찬바람을 막느라 연통 속을 또 채우고 채워
놓았던 거야. 연통이 막혀있으니 음식 냄새가 빠지지 않을 수밖에 없던 거지.”
“그랬군요, 그런데 회색 알은 어떻게 됐어요, 엄마?”
엄마는 연통 안에 있던 것을 덜어내고 새둥지 근처에 동물 털과 지푸라기들을 넣어주고
은색 연통을 후드장에 끼웠어. 그 후 며칠 동안은 소리가 나지 않고 조용했어.
어느 날 아침 내가 주방 식탁에서 아침을 먹는데 부스럭 소리를 들렸어. 내가
“엄마 은색 연통 속에서 또 부스럭 소리가 나요?”
엄마는 후드 안 은색 연통을 빼내어 보더니 놀라며
“휘파람 새가 티끌과 검불을 물어다 연통 안에 30센티미터나 티검불을 쌓아놓았네! 어쩐지 음식
냄새가 빠지지 않더라. 민기야 어떻게 하니?”
나는 회색 알이 걱정이 돼서 멍하니 서 있었고 엄마는 냄새가 빠지지 못하게 은색 연통 안을
막고 있는 휘파람새가 미웠는데 두 번째 연통을 연 순간! 마음이 달라졌어.
엄마가 말했어
“연통 안이 따뜻하다고 알을 낳았으니 어떻게 하니? 냄새가 빠지지 않으면 우리 가족이 냄새
때문에 눈과 목이 아프지, 게다가 넌 천식약을 먹고 있잖아?”
“엄마, 맞는 말씀인데 휘파람새가 불쌍해요. 회색알을 어떻게 해요?”
“그 안에 알을 낳은 휘파람 새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통풍이 되지 않으면 은색연통을 빼낼 수밖에.”
“회색 새알은요?”
“과일바구니 두 개를 포개서 검은 비닐로 겉을 막아주고 연통 안에 들어있던 부드러운 이끼와
검불을 담아 처마 밑의 물받이 밑에 매달아 놓으면 바람이 세게 불어도 날아가지 못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