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동화 연재 ]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햇볕에 따사롭게 내리쬐는 오후였어. 숏다리가 동글이를 내쫓고 동글이 집에 떡 하니 들어가서
뚜벅이와 다정하게 자고 있었어. 나와 형은 집과 여자친구를 뺏긴 동글이가 가여웠어. 웬만해서 화를
잘 내지 않는 형인데 많이 속상한 거 같았어. 형은 뚜벅이와 자고 있는 숏다리를 노려보고 있었어.
내가 작은 소리로
“형, 숏다리는 동글이 집을 빼앗고 뚜벅이랑 정답게 자고 있어. 동글이는 노숙견이 되어 집을 빼앗겨
집 주위를 빙빙 맴돌는데 정말로 화가 난다?”
엄마도 그 모습이 속상했는지 뚜벅이 근처에 다가갔어. 숏다리는 뾰족한 송곳니를 내놓고 엄마를
보며 무섭게 으르렁 거렸어. 동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엄마지만 참을 수 없는지 빗자루를 가져다
숏다리의 입을 때려주며
“네가 뭘 잘했다고 나한테 겁을 주는 거야? 염치도 없는 것! 네 집으로 썩 꺼져버려?”
겁을 먹은 숏다리는 놀라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어. 인삼 밭이 있는 개울가 옆길을 꼬리를
내리고 웅얼웅얼 짖으면서 도망가고 있었어. 반나절 동안 보이지 않았어.
형이랑 나는 숏다리 토벌 작전을 짰어. 아빠와 엄마가 차를 타고 나가자. 뚜벅이 집을 지키며 형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였어.
“형, 조금 전 엄마랑 아빠가 탄 차가 보이지 않자 숏다리가 개선장군처럼 등장했어. 저거 좀 봐?
뚜벅이 집에서 코를 골며 낮잠을 자고 있잖아, 정말로 어이없다!”
형이 속삭이듯 내게
“내가 개집 입구를 막고 개집 지붕을 열여 개집을 뒤집어엎고 구멍 뚫린 플라스틱 상자에 숏다리를
담기로 하자, 작전을 세웠으니 행동으로 옮기자!”
숏다리가 잠에 빠지자 형은 뚜벅이 집 입구를 플라스틱 상자로 막고 지붕뚜껑을 열어 구멍 뚫린 박스를
덮고 개집을 뒤집어엎고 숏다리가 탈출하지 못하도록 구멍 뚫린 플라스틱 박스를 덮고 그 위에 무거운
블록을 올려놓았어. 숏다리는 구멍이 숭숭 뚫린 플라스틱 상자 속에 갇혀 있었어, 기가 죽지 않고 뾰족한
송곳니를 드라큘라처럼 내놓고 무서운 얼굴로 으르렁거렸어.
20분이 경과하자 숏다리는 탈출을 포기한 것인지 벌벌 떨고 있었어. 드라큘라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불쌍한 얼굴을 하고 두 눈을 아래로 깔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웅얼거렸어. 형은 떨고 있는 숏다리를
보더니 마음이 약해졌는지 내 눈치를 살피며
“민기야, 숏다리를 잡고 보니 좀 불쌍하지 않니? 그만 내보내 주자?”
“절대로 안 돼, 형. 숏다리는 고생 좀 해야 해. 집을 빼앗긴 동글이의 복수를 해줘야 해!”
민성이 형은 숏다리가 추워서 떨고 있으니 플라스틱 상자의 구멍들을 신문지로 막아주고 그 안에
개사료와 물을 넣어주었어.
사무실 이모가 말했어
“민기야, 이모가 인터넷에서 찾았는데 뚜벅이가 중국 황실에서 키우는 개인데, 착해서 아기들과
과 놀아주는 시추라고 하는 이름 있는 개였어!”
“이모, 뚜벅이가 시추라고 해도 저는 관심이 없어요. 의리 없는 개는 싫어요.”
“나중에 뚜벅이가 숏다리랑 결혼해서 예쁜 강아지를 낳을 건데, 그래도 미워?”
“새끼를 난다면 그때는 예뻐해 줄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어요, 동글이는 싫어하고 못된 숏다리만
좋아하니까요.”
엄마가 말했어.
“민기야, 동글이는 어려서 뚜벅이와 결혼할 수 없어. 동글이도 몇 달 더 있으면 그땐 결혼할 수 있어.”
“민기야, 이제 그만 숏다리 내보자주라? 눈을 내리 깔고 있으니 불쌍하다.”
“안 돼, 형. 숏다리 고생 좀 해야 해. 우리 동글이랑 방울이 거 밥 다 훔쳐먹고 드라큘라 이빨을 드러
내고 우리 식구들에게 겁을 주었잖아?”
엄마와 형은 내보내는 거에 동의했으나 나와 아빠는 반대했어.
이튿날 농장을 하는 아저씨가 숏다리를 상자에 담은 채 차에 태워 데리고 갔어. 숏다리는 보이지 않았으나
동글이의 짝사랑은 끝나지 않았어. 뚜벅이 목소리만 들어도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는 동글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