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연재]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소라야, 너 숙제 내 준 거 적었니? 나 적지 못했는데 잠깐 좀 빌려줄래?”
소라가 나에게 메모 수첩을 건네주었어. 내가 소라에게 말을 걸 떼는 숙제를 내준 범위를 모르거나
잘못 들었을 때가 대부분이었어. 소라는 내가 피아노를 잘 친다는 것을 알고 있어
내가 3학년 때 <전국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수상을 타고 4학년에는 특별상을 탔으므로 기특하게
생각하는 소라였어. 살만 빠져서 과체중이 아니면 귀엽고 멋진 남자 친구라고 생각했어.
소라는 ‘여러 가지 모양 만들기 세트’에서 <살이 빠지는 부적>을 민기에게 주며
“민기야, 너 이거 가져.”
나는 그때까지 살이 쪄서 보기 싫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소라에게 살이 빠 지는 부적을 받고 보니
살이 쪘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고 부끄러웠어, 소라가 준 부적을 감정이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받아 들고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고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어.
나는 집에 오자마자 샤프로 글을 썼어. 종이 앞면에 한문으로 '부적'이라고 쓰여있고 뒷면에는
살이 빠지는 부적이라고 쓰여 있고 그 밑에는 점으로 이어진 빈칸으로 살이 빠지기를 희망하는 킬로
그램을 적었어. 내가 연필로 또렷하게 썼어.
“살이 빠지게 해 주세요, 6kg 빠지게 해 주세요. 효능이 많길 바라요!”
내 짝 소라가 가르쳐준 대로 베개 위에 부적을 깔고 머리를 베고 잠을 잤어.
아침에 일어나자 배가 아파서 기분이 나빴는데 설사를 했어. 보통은 변이 굵고 딱딱해서 변기가 자주
막혔는데 엄마가 주는 물을 먹고 좋아진 것인지 부적 때문인지 설사를 하니 배가 홀쭉해졌어.
엄마는 나에게 배가 나왔다고 임신 7개월이라고 놀렸는데 배가 약간 들어 가자 멋있다고 말해줬어.
학교에서 우유를 먹었는데 속이 메스꺼워 토할 것 같았으나 참았어. 오늘 밤도 살이 빠지는 부적을
베고 잠을 잘 거야, 어제는 설사하는 꿈을 꾸었는데 오늘은 무슨 꿈을 꾸게 될지 궁금했어.
나는 똑똑한 어린이라 부적이 거짓인지 알고 있었어. 신기하게 부적을 베고 잠을 잤더니 아침에
화장실에 가서 변을 보는 것이 편해지고 수월해졌어, 꿈속에서 형이랑 식염 온천 노천탕에 가서 놀다
3미터 아래로 떨어지는 꿈을 꾸었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 잠에서 깨자 엄마에게
“엄마, 어젯밤 꿈에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었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깜짝 놀라면서 키가 커지는 거야. 그런 꿈 자주 꾸렴!”
“그래요? 저는 엄청 무서웠는데요.”
“민기야 10시 전에 자야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자주 꾸지? 살을 빼려고 하지 말고 그 상태로
키가 쑥쑥 자라면 되는 거야. 일찍 자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
아빠는 내가 걷는 기계(러닝모션)에서 걸은 시간만큼 게임이나 유튜브를 보게 해 줬어.
나는 아빠의 눈치 보지 않고 게임이나 유튜브를 볼 수 있어 좋았어. 어제는 1시간 뛰면서 걸어 1시간
게임을 하였고 오늘은 2시간 운동해서 2시간 게임하고 있었어.
엄마는 화물차 위에 천막을 치고 그 안에 돗자리를 깔고 양념간장에 재운 돼지고기와 취사도구를
가지고 강으로 소풍을 갔어. 긴 강을 가로지른 대교 아래 시원한 그늘에 차를 세우고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있는데 많은 무리의 개들이 모여들었어. 몰려든 개들은 대부분 피부병이 있었어.
민성이 형이 말했어.
“여기에 몰려든 개 대부분이 애완견이네, 주인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개들이라 사람을 경계하
거나 도망가지 않는걸. 맑고 착한 눈을 가졌는데 사람들에게 버려져서 불쌍하다.”
형의 말을 듣고 내가 덧붙였어
“개를 버리고 간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개가 병이 들었다고 이렇게 강가에 버리고 가다니?”
내 친구 도용은
“민기 네 말이 맞아, 개들 대부분이 피부병이 심해서 털이 빠지고 콧물을 흘리고 있는데 민성이 형
말대로 개들이 착한 눈을 가져서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