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동화 연재]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나는 아끼는 로봇들을 장롱 속에 감추었어. 현수가 가지고 놀다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었어.
엄마가 날 불렀어. 현수랑 놀라고 부른 거였어, 현수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어.
“현수야, 이거 우리 형이랑 블록으로 지은 <반지의 제왕> 성인데 멋있지?”
“민기 형 블록으로 잘 만들었네!”
현수는 반지의 제왕 성을 신기한지 한참을 들여다보았어. 나는 “반지의 제왕” 성을 현수가 망가뜨릴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어.
소파에 앉아 티브이 뉴스를 보던 아빠가 거실에 늘어진 장난감을 보고 화를 내며
“민기야, 거실이 이게 뭐야? 발 디딜 곳 없이 장난감을 어질러놓으면 어떻게 해?”
아빠의 꾸지람 때문에 힘들게 지은 반지의 제왕성을 부쉈어, 자꾸 화가 나는 원인은 아빠 때문이야,
블록으로 만든 왕국은 아무 때나 이어서 놀이를 할 수 있고 일부분을 변경을 하기도 하는데 아빠는
이해하지 못했어. 넓은 거실에 장난감을 늘어놨다고 아빠에게 꾸지람을 듣는 것이 무척 싫었어.
블록은 만들 때 재미있는데 아빠가 늘어놓는다고 화를 내서 짜증이 났어, 게임은 치울 필요가
없어 편했어. 내가 목이 답답해서 자주 가래침을 뱉고 코를 킁킁거려 보지만 코안이 늘 막혀있고 숨을
쉴 때마다 답답했어. 엄마가
“민기야. 코를 자꾸 킁킁거리면 나쁜 버릇이 되는 거야. 어른이 돼도 킁킁거리고 싶니?”
“엄마, 코로 숨을 쉬려면 답답해서 그래요. 코 한쪽이 항상 막혀있는 거 같아요.”
엄마와 함께 평택 종합병원 소아과에 갔더니 ‘알레르기성 비염’이라고 했어. 엄마가
“민기야, 미안하다. 네가 비염 때문에 답답해하는 걸 엄마가 몰랐구나!”
병원에서 처방해 준 비염약을 먹으면 가슴이 미어지는 통증을 느꼈어, 그 바람에 좋아하는 합기도
운동은 쉬고 피아노학원만 다녔어. 합기도 도장에 가면 형들이 많이 있어서 같이 놓고 좋았는데
집안에만 갇혀 사니 너무 답답했어.
엄마가 화물차에 큰 자전거 두 대를 싣고 왔어. 내가 엄마에게
“엄마, 나도 형처럼 새 자전거 사주지, 헌 자전거 고쳐 온 거예요?”
“이 자전거도 새 거야, 한 번도 타지 않았잖아? 연습을 하면 잘 탈 수 있을 거야.”
나는 큰 자전거를 타려고 하는데 앞으로 나가지 않아서 짜증이 났어. 현수처럼 신나게 달리고
싶은데,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않아 짜증 나서 자전거를 넘어뜨리며 화풀이를 했어. 마음은 잘 달릴 것
같은데 출발을 해보지만 자꾸 넘어졌어.
현수가 자전거를 타고 우리 집 앞을 지나가자 형이 데리고 들어왔어. 형이 현수에게 부탁했어
“현수야, 큰 자전거는 어떻게 타야 앞으로 잘 나가는지, 민기 형에게 시범을 보여주지 않을래?”
나는 자존심이 무척 상했지만 안 그런 척, 현수가 자전거 타는 방법을 자세히 살펴보았어.
현수는 민기의 자전거페달에 오른발을 얹어 발을 구르며 앞으로 나가다 오른발을 오른쪽 페달로
재빨리 옮기고 왼쪽 발로 왼쪽 페달을 밟는 것이었어. 나도 현수처럼 했더니 자전거가 앞으로 나갔어.
집에 오면 형 자전거와 내 자전거를 번갈아 타며 연습했어. 일주일이 되자 현수보다 잘 달릴 수 있어.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답답한 가슴이 뻥 뚫렸어. 잘 탈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날아갈 거 같았어,
자전거를 타고 건너편 농도를 달리니 마음이 후련했어. 논의 웅덩이에 하얀 얼음꽃이 예쁘게 피었어,
내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방울이와 동글이가 뒤에 달려와서 신이 나고 재미있었어.
방울이와 동글이는 얼음이 깨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어, 할머니 머리카락을 닮은 허연 갈대꽃이
바람을 따라 날리고 있었어.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이 부러운 눈으로 자전거를 따라 들길을 달려왔어.
춥다고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던 아빠도 자전거 타는 것을 말리지 않아서 짜증을 내는 병이 나았어.
해피가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밖에서 비를 다 맞더니 하늘나라에 가서 별이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