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연재]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장편동화 "꼭꼭 숨어라!" 연재] 유정 이숙한
숏다리 개는 민성, 민기, 엄마, 아빠까지 나서서 겁을 주며 돌을 던지면 겁을 줍니다. 하지만 돌을
던질 때만 가는 척하다가 식구들이 돌아서면 어김없이 뚜벅이 옆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민기와 민성은 숏다리가 점점 더 얄미웠지요. 게다가 방울이와 동글이가 밥을 먹기 전에 밥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싹싹 먹어 치웁니다.
민기가 말했어요.
“형, 어떻게 하면 좋아, 저 숏다리가 방울이와 동글이 밥을 싹싹 먹어치워서 쫄쫄 굶고 있어?”
“형도 보았어, 어떻게 하지? 못된 숏다리를? 방울이도 싸움을 잘하는 편인데 숏다리는 무서운 가봐.
우리 동글이가 뚜벅이를 좋아하는데 숏다리가 뚜벅이 옆에 가면 송곳니를 드러 내놓고 무서운 얼굴로
겁을 주며 으르렁거리며 덤비고 있는걸. ”
“방울이 사납고 성질이 더러운데 숏다리가 상대가 되지 않은 건지 무서워서 구경만 하는 걸까?”
햇볕에 따사롭게 내리쬐는 오후입니다. 숏다리가 집주인인 동글이를 밖으로 내쫓고 동글이 집에
떡 하니 들어가서 뚜벅이와 다정하게 자고 있습니다.
민기와 민성은 따뜻한 집과 여자친구를 뺏긴 동글이가 가여웠지요. 민기가 말했어요.
“못된 숏다리, 동글이 집을 빼앗고 뚜벅이랑 정답게 자고 있어. 동글이는 노숙견이 되어 집 주위를
빙빙 맴돌고 있는데 너무 화가 난다?”
엄마가 동글이 집에 들어가 있는 뚜벅이 근처에 몰래 다가갔어요.
숏다리는 거드름 피우며 뾰족한 송곳니를 내놓고 무섭게 으르렁 거렸습니다. 동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엄마지만 이번에는 참을 수 없는지 기다란 빗자루로 숏다리의 얄미운 주둥이를 때려주며
“네가 뭘 잘했다고 나한테 겁을 주는 거야? 염치도 없는 것! 네 집으로 썩 꺼져버려?”
겁을 먹은 숏다리는 놀라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동글이의 집을 빠져나오더니 도망갑니다. 인삼 밭이
있는 개울가 옆길을 꼬리를 바짝 내리고 웅얼웅얼 짖으면서 도망가고 있어요.
엄마한테 혼이 나서 겁에 질린 것일까요? 숏다리의 모습은 반나절 동안 보이지 않았지요.
민기와 민성은 뚜벅이를 짝사랑하는 동글이를 위해 숏다리 토벌 작전을 짰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영화를 보러 차를 타고 나갔어요. 민성이 형과 민기는 뚜벅이 집을 교대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민기가 형에게 속삭였어요.
“형, 조금 전 엄마랑 아빠가 탄 차가 보이지 않자 숏다리가 개선장군처럼 등장했어. 저거 좀 봐?
뚜벅이 집에서 코를 ‘드르릉드르릉’ 골며 낮잠을 자고 있어, 정말로 어이없다!”
“내가 개집 입구를 막고 개집 지붕을 열여 개집을 뒤집어엎고 구멍 뚫린 플라스틱 상자에 숏다리를
담기로 하자, 작전을 세웠으니 행동으로 옮기자!”
숏다리가 깊은 잠에 빠지자 민성이 형은 뚜벅이 집으로 다가가 개집 입구를 플라스틱 상자로 막고
지붕으로 된 뚜껑을 열어 개집을 거꾸로 뒤집어엎고 구멍 뚫린 박스에 숏다리를 담았어요.
그리고 숏다리가 탈출하지 못하도록 구멍 뚫린 플라스틱 박스 위에 무거운 블록을 올려놓았지요.
민기가 숏다리에게
“네가 제아무리 똑똑해도 갇혀 있으니 어쩔 수 없지요~ 넌, 지금 박스감옥에 갇힌 거야?”
숏다리는 구멍이 숭숭 뚫린 플라스틱 상자에 갇혀 있어도 뾰족한 송곳니를 드라큘라처럼 내놓고
무서운 얼굴로 으르렁거립니다.
이십여 분이 지났어요. 숏다리는 탈출할 것을 포기한 것인지 상자 위에서 자신을 제압하는 민기와
민성이가 무서워서 벌벌 떨었어요. 조금 전 드라큘라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최대 한 불쌍한 얼굴
을 하고 두 눈을 아래로 깔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웅얼거리고 있습니다.
동글이와 방울이는 저만치에서 멀거니 구경하고 있습니다.
민성이 형은 떨고 있는 숏다리를 보더니 마음이 약해졌는지 민기의 눈치를 살피며
“민기야, 숏다리를 잡고 보니 좀 불쌍하지 않니? 그만 내보내 주자?”
“절대로 안 돼, 형. 숏다리는 고생 좀 해야 해. 집을 빼앗긴 동글이의 복수를 해줘야 해!”
민성은 숏다리가 추워서 떨고 있으니 플라스틱 상자의 구멍들을 신문지로 막아주고 그 안에 사료
와 물을 넣어주었습니다.
사무실 이모가 밖으로 나오며 하는 말이
“민기야, 이모가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는데 뚜벅이가 중국 황실에서 키우는 개인데, 착해서 아기들
과 놀아주는 개라고 하네, 개 종류는 시추라고 하는 나름 이름 있는 개였어!”
민기가 말했어요.
“이모, 뚜벅이가 이름 있는 개 시추라고 해도 저는 관심이 없어요. 의리 없는 개는 싫어요.”
“나중에 뚜벅이가 숏다리랑 결혼해서 예쁜 강아지를 낳을 건데, 그래도 미워?”
“새끼를 난다면 그때는 예뻐해 줄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어요, 착한 동글이는 싫어하고 저 기 못된
숏다리만 좋아하니까 뚜벅이 싫어요.”
엄마가 말했어요.
“민기야, 동글이는 아직 어려서 남자 구실을 하지 못하니 안 됐으나 뚜벅이와 결혼할 수 없어. 몇 달
이 지나면 동글이도 뚜벅이랑 결혼할 수 있어.”
민기는 뚜벅이가 숏다리와 짝짓기 하여 숏다리를 닮은 강아지를 낳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숏다리가
더 미워졌어요. 숏다리는 꼬박 하루를 상자 안에 갇혀 있었지요.
마음씨 착한 민성은 감기가 걸린다고 숏다리가 든 상자를 집 안 창고로 들여다 놓으며 말했어요.
“민기야, 이제 그만 숏다리 내보자주라? 눈을 내리 깔고 있으니 불쌍하다.”
“안 돼, 형. 숏다리 고생 좀 해야 해. 우리 동글이랑 방울이 밥 다 훔쳐먹고 드라큘라 이빨을 드러내고
우리 식구들에게 겁을 주었잖아.”
엄마와 형은 내보내는 거에 동의했으나 민기와 아빠는 반대를 했어요.
이튿날 농장을 하는 아저씨가 숏다리를 상자에 담은 채 차에 태워 데리고 갔어요. 숏다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동글이의 짝사랑은 끝나지 않았지요.
두 달이 지냈어요. 뚜벅이가 새끼를 네 마리 낳았어요. 뚜벅이를 바라보는 동글이의 눈이 빤짝빤짝
빛이 납니다. 뚜벅이 목소리만 들어도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는 동글이입니다.
엄마는 동글이가 뚜벅이를 좋아하니 뚜벅이네 집에 넣어주었어요.
밥을 먹고 있던 뚜벅이는 동글이를 보더니 물어뜯을 것처럼 으르렁거렸어요. 시츄 뚜벅이는 동글이의
진실한 사랑을 몰라주고 성질을 내며 말했어요.
“동글이 너, 내 밥을 빼앗아 먹으러 내 집안에 들어온 거지?”
“아니야, 난 네가 보고 싶어 온 거야. 또 네가 낳은 새끼들도 보호해 주려고 온 거야.”
민기는 말했어요.
“염치없는 뚜벅아, 동글이가 널 좋아해서 그러는 건데, 밥을 빼앗아 먹으러 간 줄 알고 으르렁거리니?
동글이는 신사라서 너와 강아지들을 보호해 줄 거야.”
라고 말해줬어요.
사무실 이모가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말해줬어요.
“시츄 같은 개들은 먹는 것에 아주 민감하대. 먹을 때 옆에 있으면 빼앗아 먹는 줄 알고 무척 경계한대.”
“이모, 동글이 불쌍해요. 뚜벅이는 좋아하지 않는데 동글이 혼자만 사랑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