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자전거 여행

[장편동화 "꼭꼭 숨어라!" 연재]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장편동화 "꼭꼭 숨어라!" 연재] 유정 이숙한

엄마는 화물차 위에 천막을 치고 그 안에 돗자리를 깔고 양념간장에 재운 돼지고기와 취사도구를

가지고 강으로 소풍을 갔어요. 긴 강을 가로지른 대교 아래 시원한 그늘에 차를 세우고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있었는데 많은 무리의 개들이 모여들었지요. 몰려든 개들은 대부분 피부병이 있었습니다.

민성이 형이 말합니다.

“여기에 몰려든 개 대부분이 애완견이네, 주인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개들이라 사람을 경계하

거나 도망가지 않는걸. 맑고 착한 눈을 가졌는데 사람들에게 버려져서 불쌍하다.”

민성 형의 말을 듣고 민기가 덧붙였지요.

“개를 버리고 간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개가 병이 들었다고 이렇게 강가에 버리고 가다니?”

민기의 친구인 도용이 말했어요.

“민기 네 말이 맞아, 개들 대부분이 피부병이 심해서 털이 빠지고 감기에 걸려 콧물을 흘리고 있는데

민성이 형 말대로 개들이 아기처럼 착한 같은 눈을 가져서 불쌍하다.”


엄마가 말했어요.

“살아있는 생명을 휴지 조각처럼 버리고 간 어른들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한 조각도 없는 걸까,

양심이 없는 걸까? 너희 초등학교 5학년 선생님은 우리 공장에 와서 개죽끓일 거라고 배춧 잎을 가지러

와서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엄마가 김치도 싸 드렸는걸~”

민기가 말했어요.

“엄마, 5학년 선생님은 천사예요! 사람들이 버리고 간 개를 불쌍하다고 데려다 키우셔요. 개가 병이

났으면 낫게 해 줘야지, 버리고 가는 건 말이 되지 않아요.”

민기와 도용은 엄마가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를 먹으며 먹고 싶어 침을 흘리며 쳐다보는 개들을 보니

마음이 괴로웠지요. 이십 마리가 넘는 숫자라서 고기를 나눠 줄 수 없었지요.




민기와 민성은 자전거를 타고 농로를 따라 강변을 달립니다. 방울이와 동글이는 자전거 뒤를 따라

오다 개천 옆에 사는 개가 웡웡 사납게 짖어대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귀는 축 늘어지고 납작한 코, 긴 털과 짧먹하고 굵직한 다리, 입이 뭉뚝한 개가 어슬렁어슬렁 민기

자전거 뒤를 따라옵니다. 그 뒤를 따라오던 민성이 형이 말했어요.

“민기야, 네 뒤에 따라오는 개 되게 못생겼다? 못생겨서 귀엽지 않니?”

“더럽고 지저분해서 귀엽지 않은데, 너무 못생겼다? 집을 잃었나?”

“누가 버리고 간 거 같아, 사람을 경계하지는 않는 걸 보니 애완견 같은데 불쌍하다.”

민성은 못난이 개가 불쌍하다고 했지만 민기는 관심이 없습니다.


일요일 아침입니다. 민성이가 개밥을 주려고 베란다 앞 꽃밭 사잇길로 걸어가는데, 못난이 개가

베란다 꽃밭 사이 갈색 풀이 늘어진 곳에 잠을 자고 있지 뭐예요? 그 모습을 본 민성이 말했어요.

“야, 못난이. 너 언제부터 우리 집에서 노숙한 거야? 배 고프니? 엄마가 알면 널 쫓아보낼 텐데.

여기 이 비닐봉지에 밥을 줄 테니까 먹고 들키지 말고 숨어있어야 한다?”

민성은 못난이에게 비닐봉지에 밥을 담아 줍니다. 못난이는 눈이 착해 보이는 민성이 준 밥을

맛있게 먹고 낮잠을 늘어지게 잤어요. 낮잠을 자고 일어난 못난이는 배가 출출해지자 맛있는 냄새

가 나는 곳으로 어슬렁 어슬렁 찾아갔어요.

앞마당에는 방울이와 동글이가 남긴 맛있는 밥이 남겨 있었지 뭐예요? 못난이는 맛있는 밥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싹싹 먹어치웠습니다. 배가 부른 못난이는 잠을 청합니다.




추운 겨울 매서운 찬바람이 전봇대에서 그네를 타느라 윙윙 울고 있는 저녁이었지요.

엄마가 거실 유리창으로 마당을 내다보다 못난이 개가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고 창문을 열더니

“너. 어디서 왔니? 추운데 집에 가지, 왜 남의 집 마당에 와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거야? 너 집

집에서 가출했어? 집이 얼마나 따뜻하고 좋은데 집을 나온 거야? 털이 뭉쳐있고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을 보니, 집 없는 천사구나! 누가 널 버린 거니? 날씨도 추운데, 매정한 주인이네!”

방울이와 동글이는 목욕을 해서 깨끗한데 못난이 개는 떠돌이 개라서 더럽고 지저분했지요.

목 주위의 털들이 붓털처럼 동글고 두툼하게 뭉쳐있었지요. 또 한 마리 작달막한 개가 못난이의

근처를 얼쩡거리고 있었지요. 다리가 짧막한 발발이 개 종류였지요.



민기가 아침에 일어나서 유리창으로 밖을 내다보니 두 마리의 개가 얼쩡거리는 것을 보고

창문을 활짝 열더니 소리쳤어요.

“야, 넌 집 없이 떠도는 노숙 견 주제에 남자친구까지 끌고 다니니? 아무리 개라고 해도 너무

염치없는 거 아니니? 너희 둘 다, 너희들 우리 집에서 썩 꺼져?”

민성이 형이 민기의 어깨에 손을 얹고 창밖을 내다보며

“민기야, 문제는 그게 아니야. 동글이가 못난이 개를 좋아하는데, 저기 있는 숏다리 개도

못난이를 좋아하고 있어, 어떻게 하면 좋으니?”

“정말이야, 형? 그럼 못난이 개랑 숏 다리 개, 둘 다 멀리 쫓아버리면 되지? 뭘 고민해!”

“못난이 개가 없으면 동글이가 슬퍼할 텐데? 동글이도 못난이를 졸졸 쫓아다니고 있잖아?”

주방에서 거실로 나온 엄마가 창밖을 내다보며

“못난이 개가 일주일 넘도록 가지 않고 있네? 추워서 얼어 죽으면 어떻게 하지? 우리 집에

들어온 생명인데 거둬줘야지! 추운데 내쫓으면 춥고 배가 고파 얼어 죽을지도 몰라.”

민기가 엄마의 말을 가로챘어요.

“엄마, 안 돼요. 저기 있는 두 마리 노숙견이 우리 개들에게 나쁜 병을 옮기면 어떻게 해요?”




민기가 반대해도 고집이 센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람이 쌩쌩 부는 마당 끝에 앉아 못난이

의 뭉친 털들을 가위로 ‘싹둑싹둑’ 자릅니다.

그 모습을 본 민기는 화가 무척 났지요. 하지만 엄마를 말릴 수 없었지요.

엄마는 노숙견 못난이를 따뜻한 물로 목욕 시켜주고 목 주변에 있는 뭉친 털을 자르며 말했어요.

“못난이 네가 뚜벅뚜벅 걸어서 우리 집으로 들어왔으니 네 이름은 지금부터 뚜벅이다!”

화가 난 민기가 말했어요.

“뚜벅뚜벅 우리 집에 걸어 들어와서 뚜벅이라고요? 난 못난이 개 뚜벅이 싫어요?"

민기는 못난이 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못마땅했지요. 게다가 숏다리는 뚜벅이를 좋아해

누가 뚜벅이를 만지면 어금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기까지 했어요.

엄마가 집주인이 나그네가 되고 나그네가 집주인이 된 우스운 꼴이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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