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연재]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장편동화 연재]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엄마는 방울의 눈을 가린 긴 털과 턱밑에 엉겨 붙은 털도 잘라 주고 등에 뭉글뭉글 떡처럼
뭉쳐있는 털들도 잘라 주었어. 방울이는 귀여운 강아지 모습으로 변신했어.
엄마가 털을 자르는 동안 방울은 행복해서 스르르 잠이 몰려왔어.
이른 아침 옆 밭 할머니가 민기네 집에 왔어. 할머니가 화를 내며 말했어.
“이 집 개들이 우리 밭에 와서 뒹굴더니 총각무 농사를 망쳐놓았어요. 개 좀 묶으세요? 이거
보세요. 총각무가 다 쓰러져 상품 가치가 없는데 어쩌겠어요?”
엄마가 미안해하며 할머니에게 정중하게 말했어.
“저희 개들이 묶여있었는데 아침에 잠깐 목줄이 풀려 일을 저질렀군요. 죄송합니다. 여기 밭에
있는 채소는 상품이 좋지 않아도 제가 다 사겠습니다.
“고맙소! 총각무를 잘 키워놓을 터이니 상품 가치가 좋든 나쁘든 사기로 한 거요?”
엄마는 옆 밭 할머니를 안심시키고 할머니가 대문 밖으로 나가자 해피에게 말했어.
“해피의 발자국이 많은 거 보니 해피, 네가 앞장서서 일을 저질렀구나?”
해피는 고개를 숙이고 눈만 깜박거렸어. 묶여있고 운동하지 않아 살이 쪄서 민기랑 달리지만
배가 부른 방울보다 걸음이 느렸어.
민기가 말했어.
“눈송이는 어린 강아지지만 제트 엔진을 단 오토바이처럼 빠른데 해피 넌 느림보 거북이니?”
민기는 덩치 큰 해피가 달려들면 감당이 되지 않아 도망쳤어. 친구가 없어 외로운 해피는
심술이 나서 창고 앞에 똥을 잔뜩 눕고 지독한 냄새를 풍겼어. 엄마는 해피에게 똥을 아무 데나
눕는다고 야단을 쳤어. 해피는 엄마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해 서러웠어.
아기 소나무 옆의 사철나무를 커다란 발톱으로 긁어 넘어뜨리고 앞발로 땅을 깊이 파서
구덩이를 만들었어. 비가 내리니 구덩이에 물이 넘쳤어.
해피는 빗물 구덩이에 들어가 첨벙첨벙 장난을 쳤어. 엄마가 해피에게
“해피야, 너. 여기 있는 사철나무를 발톱으로 긁어 넘어뜨리고 구덩이를 파서 빗물이 넘치게
만들었지? 말썽 좀 그만 부려라!”
해피는 야단을 맞고 천덕꾸러기가 되었어. 해피는 새끼를 가져 사랑받는 방울이가 부러웠어,
해피도 새끼를 가진 엄마가 되고 싶었어.
민기가 방울을 부르더니 해피가 보이지 않는 곳에 맛있는 빵을 던져 주었어.
방울은 냠냠 맛있게 먹었어. 해피는 맛있는 빵 냄새 때문에 침이 줄줄 흘러내렸어.
눈송이가 해피에게 놀러 왔어. 해피는 오른발로 눈송이의 볼을 이쪽저쪽 톡톡 쳐주고 같이 뒹굴고
재미나게 놀았어. 맛있는 빵 냄새에 어지러웠어. 놀이도 재미없고 싫증이 났어.
해피는 기분이 좋으면 오줌을 질금질금 눕는 버릇이 있었는데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오줌을
질금거리며 어리광을 피웠어. ‘아쿠아~’ 하품하고 기지개도 켜어 보지만 방울이가 너무 부러웠어,
심심해서 난초 옆에다 커다란 똥을 두 무더기나 누었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피의 똥은 비가 내리자
투명 인간처럼 사라졌어. 그리고 난초의 굵은 대공에 노란 꽃이 피었어.
며칠이 지났어. 난초에 소시지 같은 열매가 매달리더니 구슬주머니로 변신했어.
몇 밤을 자고 나니 구슬 주머니가 톡톡 터지며 그 속에 숨은 고등 색 알갱이가 똥처럼 동글동글 겹치며
땅에 떨어졌어, 그 모습을 본 엄마가 말했어
“해피야. 네가 난초 옆에 똥을 누워서 노랗고 예쁜 꽃이 피더니 씨앗들이 생겼어. 고맙다!”
해피는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 활짝 웃고 있었어.
이른 아침 뒷밭 아저씨가 민기네 집에 왔어.
“이 집 개들이 우리 고추밭을 망쳐놨어요. 고추 모종을 심으려고 비닐을 씌워 놓았는데 비닐을
찢어놓고 말썽을 피웠단 말입니다, 제 말이 거짓말인가 가서 확인해 보세요?”
엄마가 뒷밭에 가보니 개들이 비닐을 찢고 장난친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어, 눈송이 발자국이
제일 많았고 방울이 누런 털도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