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연재]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엄마가 방울에게 아침밥을 주려고 불렀는데 오지 않아요. 어디로 간 걸까요?
어디선가 낑낑거리는 강아지 소리가 엄마의 귀에 들려왔어요.
강아지는 보이지 않는데 무슨 일일까? 이상하게 생각한 엄마는 강아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갔어요.
그런데 그 소리는 컨테이너 창고 아래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엄마는 아침인데도 그늘이 져서 어두컴컴한 컨테이너 아래를 들여다보더니 깜짝 놀랐어요.
“방울이 너, 여기에 새끼를 낳은 거니? 정말 놀랬다. 넌 역시 천재 견이야.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비좁은 곳에 땅을 파고 강아지를 낳아서 젖을 주고 있는 거야?”
방울은 고개를 떨군 채, 갓 태어난 강아지들에게 젖을 주고 있습니다. 엄마가 말했어요.
“네 새끼들 누가 데려갈 거 같아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좁은 틈새에 새끼를 낳고 아무도 보지
못하게 감춘 거니? 네 맘은 이해하는데, 여기는 차가 드나드는 넓은 마당이라 위험해!”
“안 돼요, 아줌마. 우리 아기들 누가 데려갈 거 같아 불안해요. 제발 여기 컨테이너 아래에서
아기들을 키우게 해 주세요? 제발 우리 아기들 데려가지 마세요!”
“여긴 차가 드나들어 위험해! 대문 옆이고 강아지들이 걸어 다니다 교통사고가 날 수 있어.
그러니 강아지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갈 거니까 기다려?”
엄마는 방울이처럼 강아지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입니다 다. 헛간에서 호미를 가지고 옵니다.
방울이가 새끼들과 함께 있는 컨테이너 창고 아래를 호미로 파고 넓은 공간을 만들었어요.
그 안에 팔을 집어넣고 손에 잡히는 강아지들을 한 마리씩 꺼내 따뜻한 옷가지를 담은 바구니에
옮겨 담습니다.
방울은 엄마에게 강아지를 가져가지 말라고 애원하며 끙끙거립니다. 엄마는
“아줌마. 제발 우리 아기들 누가 데려가지 마세요. 다른 곳은 믿을 수 없어요. 컨테이너 아래가
아기들을 키우게 해 주세요? 제발 애기들 데려가지 마세요!”
“방울아, 고집 피우지 말아, 강아지들이 밖으로 나가면 차가 다녀서 위험해, 아줌마가 포도나무
아래에 안전하게 울타리를 쳐줄 테니 그곳에서 새끼들을 기르렴!”
엄마는 포도나무 아래에 플라스틱 상자를 위아래로 촘촘하게 엮어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었어요.
그 안에 새끼들을 갖다 놓으니, 방울이는 폴짝 울타리를 뛰어들어가더니 새끼들에게 젖을 줍니다.
엄마는 방울이 새끼들을 안전한 곳에 옮겨놓고 거실 창문을 열고 말했어요.
“민성아, 민기야. 이리 와서 강아지들 보렴! 방울이 컨테이너 아래에 새끼를 4마리나 낳았어.
엄마가 컨테이너 아래 땅을 파서 새끼들을 꺼내 포도나무 아래 울타리 안으로 옮겨다 놓았어.”
민성이 말했어요.
“와우~엄마. 방울이 똑똑하네요. 누가 강아지들을 데려갈까 봐 숨긴 건데, 컨테이너 밖은 차가
왔다 갔다 드나들어 위험한데 그 생각을 하지 못한 거죠? 엄마, 강아지들 어디 있어요?”
민성이 말을 하며 뛰어나오자 민기도 웃으며 뒤따라 나옵니다.
강아지들을 만져보는 민기는 행복한 얼굴입니다.
엄마는 포도나무 아래 플라스틱 상자로 만든 울타리 안에 방울이 집을 옮겨 놓았어요.
또 새끼들이 춥지 않게 방울이 집 안에 헌 옷가지를 두툼하게 깔아주고 흐뭇한 표정으로 집으로
들어갔어요.
다음 날 아침입니다. 방울에게 미역국을 주러 간 엄마가 놀라서 소리칩니다.
“어, 강아지들이 사라졌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 방울이 다른 곳으로 옮긴 거 같아.”
엄마와 방울이의 숨바꼭질이 시작되었지요.
엄마는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강아지 소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어디선가 강아지들이 낑낑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엄마는 컨테이너 창고 아래를 살펴보았어요.
지난번에 강아지들을 숨긴 장소는 움푹 페인 채, 텅 비어 있었지요. 그때 강아지들의 젖을
먹느라고 낑낑 거리는 노랫소리가 들렸지요.
엄마의 손이 닿지 않은 깊숙한 곳에 숨긴 강아지들은 방울의 젖을 맛있게 먹고 있어요.
아무리 깊숙이 숨겨놔도 강아지 찾기를 포기할 엄마가 아니었지요.
엄마가 말했어요.
“방울이 너? 그쪽 깊은 곳으로 데려가면 이 아줌마가 찾지 못할 줄 알았어?”
방울은 컴컴한 컨테이너 창고 아래 고개를 숙인 채, 화가 나서 눈만 껌벅거리고 있습니다.
지난번 자리는 남쪽이었는데 이번에 강아지들을 숨긴 장소는 서쪽 끝이었지요.
방울은 강아지들을 꼭꼭 숨기고 엄마는 술래가 되어 강아지들을 찾고 있습니다.
엄마는 서쪽 방향의 바닥에 납작 엎드려 핸드폰 전등으로 불을 켜고 그 안을 비춥니다.
저만치 깊은 땅을 파고 새끼들을 숨긴 방울이가 보이고 어린 강아지들의 머리가 보입니다.
엄마는 컨테이너 아래 땅을 호미로 깊숙이 파냅니다. 눈을 감고 젖을 먹는 강아지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낑낑대며 엄마 젖을 쭉쭉 거리며 맛있게 빨아먹고 있습니다.
엄마의 짧은 팔이 닿을 듯 말 듯 깊숙한 곳에 4마리의 새끼들을 숨긴 방울이입니다.
술래인 엄마에게 숨은 곳을 들키고 말았지요.
방울은 새끼들이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젖을 먹는 강아지들은
행복해서 '낑낑낑'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엄마에게 숨은 장소를 들키고 만 것이지요.
엄마는 호미로 컨테이너 아래. 서쪽 땅 밑의 흙을 호미로 깊숙이 파내고 손을 안으로
넣었지요. 테니스 공만 한 작고 귀여운 강아지들 머리가 엄마의 손안에 들어왔어요.
술래인 엄마가 숨바꼭질 게임에서 이겼어요.
엄마는 손에 잡힌 강아지들을 바구니에 담으며 깔깔 웃으며
“방울아, 아줌마 팔이 닿지 않는 곳으로 새끼들을 옮겨갔어? 고생했다. 여긴 안전하지
않아, 강아지들이 밖으로 기어나가면 차가 드나드는 마당이라 교통사고를 당할 수 있어.”
방울은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눈만 껌벅입니다. 방울이와 엄마의 숨바꼭질
게임이 다시 시작되었지요.
방울이가 낳은 강아지들. 증조할머니인 서기를 닮은 쥐색 강아지가 두 마리, 복실이
할머니를 닮아 누런 털을 가진 강아지가 두 마리입니다.
엄마는 포도나무 밑에 플라스틱 상자를 지난번보다 촘촘하게 엮어 강아지들이 울타리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안전한 장소로 데려다 놓았지요.
일을 마친 엄마는 콧노래를 부르며 집 안으로 들어가 점심밥을 짓고 있습니다.
방울이는 마음이 바빴어요. 엄마가 집에서 나오기 전에 강아지들의 얼른 숨겨야 했지요.
키가 작으니 입도 작은 방울이는 작은 입으로 강아지의 목덜미를 물고 엄마가 찾지 못하는
은밀한 장소로 강아지들을 옮기는 중입니다.
엄마는 방울이가 또 옮겨갈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습니다. 엄마는 점심을 먹고 치우고
햇볕이 따듯하게 비치는 거실 창문을 열고 강아지들이 잘 놀고 있는지 바라보고 있습니다.
형사처럼 날카로운 엄마의 눈에 방울이가 새끼들을 물고 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지요.
방울은 두 마리의 새끼를 은밀한 곳으로 옮기고 세 머리째 옮겨가는 중이었지요.
엄마가 말했어요.
“방울아, 네 마음 알겠는데, 새끼들이 컨테이너 밖으로 나가면 교통사고가 난단 말이야,
내가 위험하다고 했는데 또 옮겨가는 거니? 자식을 걱정하는 네 마음은 알겠는데 컨테이너
아래는 내가 안전하지 않다고 했는데 또 고집을 부리고 있는 거야?”
방울이가 말했어요.
“아줌마는 내 마음 몰라요, 포도나무 아래는 사람들 눈에 띄어서 안 돼요. 누군가 우리
아기들을 데리고 갈 거예요?”
“네 귀한 새끼들 도둑이 들거나 잃어버리지 않아. 컨테이너 아래는 위험하단 말이야.”
술래가 된 엄마는 강아지들의 낑낑대는 소리의 방향을 따라갑니다.
은밀한 곳도 강아지들의 행복한 노래 때문에 엄마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컨테이너 아래의 흙을 호미로 파내고 강아지들을 꺼냈어요. 술래인 된 엄마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어요.
“아까는 방울이 네가 이겼고 지금은 아줌마가 이겼다? 이제 네가 술래 할래? 아줌마는
이제 방울이 너랑 숨바꼭질 게임 그만두고 싶다! 아줌마 힘들어, 이 녀석아?”
방울은 엄마가 야단을 치자 마당으로 나갔어요.
엄마가 작은 소리로 말합니다.
“방울이가 목줄이 풀려있으니 강아지들을 또 옮겨갈 거야, 방울이를 목줄로 묶기 전에는
숨바꼭질 게임이 끝나지 않을 거야. 안 되겠어, 방울이를 줄로 묶어야겠어.”
아빠가 집에 도착하기 전. 버스를 타고 내리는 두 정류장 전부터 마당 끝 길에 나가 꼬리를
흔들며 아빠를 기다리는 방울이입니다.
방울의 귀는 토끼처럼 길고 쫑긋하고 1킬로 떨어진 곳에서 나는 차 소리도 잘 알아듣는데
고작 이십 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엄마가 한 말을 듣지 못할 방울이 아닙니다.
방울이가 말했어요.
“뭐라고요, 내 목을 줄로 묶겠다고요? 그건 안 돼요. 내가 도망가면 잡지 못할 걸요?”
엄마는 방울이가 말을 알아들은 줄도 모르고 포도나무 아래 플라스틱 울타리 안, 안전한
곳으로 강아지들을 데려다 놓았어요. 엄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방울이를 부릅니다.
“방울아, 이리 와. 빨리 여기 들어와서 새끼들 젖 먹여야지?”
“아줌마가 날 묶으려고 그러는 거 다 알고 있어요. 방울이 바보 아니어요?”
방울은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넓은 마당 끝으로 도망칩니다. 엄마가 방울이를
잡으러 쫓아갔지만 달리기 선수인 방울이를 잡을 수 없었지요.
엄마의 방울이 포섭 작전은 실패하고 말았지요. 이번에는 방울이가 이겼습니다.
민성이 거실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더니 땅에 쪼그리고
앉아 방울이를 부릅니다.
“방울아, 이리 와, 야유, 우리 방울이 속상했어? 아줌마가 너의 새끼들을 데려가서.”
방울이 편을 들어주는 민성을 경계하지 않았지요. 눈물이 날 거 같은 방울이입니다.
민성에게 예쁨을 받으려고 달려옵니다. 마당에 벌러덩 드러누워 배를 보이고 있어요.
민성이 방울의 배를 여러 번 쓰다듬어 주며
“방울아, 미안해! 널 풀러 놓으니까, 자꾸 새끼들을 숨기는 거지? 엄마랑 숨바꼭질
게임은 이제 끝내자!”
방울이는 눈을 내리 깔고 슬픈 눈으로 울고 있어요. 민성이 말했어요.
“우리 방울이가 도련님한테 속아서 속상하구나! 널 엄마에게 데리고 간다, 미안해!”
민성은 방울의 여러 번 쓰다듬어 주더니 번쩍 안아다 엄마에게 데려갔어요. 민성은
“엄마, 사무실 옆 작은 창고에 강아지들과 방울이를 옮겨놓아야 할 거 같아요?”
“그게 좋겠다. 방울이가 영리해서 엄마랑 숨바꼭질을 계속하자는데 좋은 생각이다.”
엄마는 사무실 옆 창고에 따뜻한 둥지를 만들어 방울이와 강아지들을 데려다 놓았어요.
민기는 유치원 차에서 내려 들어오더니 강아지를 보고 좋아서 펄쩍펄쩍 뛰며 말했어요.
“엄마, 방울이랑 강아지들 잘 데려다 놓았어요. 강아지들 이름 지어주세요?”
“그래, 알았다. 누런 털을 가진 강아지는 공주처럼 귀엽고 예쁘니 공주, 서기를 닮아 쥐색
털을 가진 강아지는 명랑한 성격이니 명랑이, 누렇고 잘 먹어서 통통한 강아지는 통통이,
방울이를 닮아 눈이 동그란 강아지는 동글이라고 지었는데, 맘에 드니?”
“네, 엄마. 방울이 닮은 동글이는 우리가 길러야 하니 절대로 남에게 주면 안 돼요?”
두 달이 지났어요. 강아지들은 밥도 잘 먹고 무럭무럭 자라 어미젖을 떼고 공주와 명랑이는
읍내에서 가까운 사원 아파트에 사는 민기의 친구 집으로 데려가고 통통이는 남자 아기가 있는
집으로 보내졌어요.
혼자 남겨진 동글이는 방울이 엄마의 배를 배고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해피는 그 모습이 부러워 방울이와 동글이네 집을 멀거니 바라봅니다.
방울이는 착한 엄마입니다. 엄마가 밥그릇에 밥을 주면 자식인 동글이가 밥을 먹을 때까지
연신 입을 핥으며 입맛만 다시고 기다리고 있었지요.
동글이가 밥을 다 먹고 입을 닦자 그제야 밥그릇에 다가가 밥을 먹는 방울이입니다.
동글이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잘 자라서 키가 엄마만큼 커졌어요.
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겨울입니다.
민기네 집 옆밭이나 윗 밭 모두 아무것도 자라지 않고 바람에 풀들이 이리저리 누웠어요.
텅 빈 들판에는 힘센 바람이 하얀 말을 타고 달립니다.
밭의 작물이 없고 논에 작물이 없는 추운 겨울은 방울이와 동글이의 행복한 계절입니다.
왜냐고요? 목에 줄을 매달지 않고 자유의 몸으로 개울을 건너가서 돼지 키우는 집에 가서
맛있는 돼지똥도 먹을 수 있으니까요.
방울이와 동글이는 두꺼운 털옷을 입어서 춥지 않았으니까요.
긴 털을 휘날리며 넓은 들판을 마음대로 뛰어다니며 놀 수 있었지요.
해피는 방울이와 동글이가 부러워서 같이 가고 싶다고 '웡웡' 소리를 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