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천덕꾸러기

[장편동화 연재]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방울은 깍쟁이 할머니와 그 집에 사나운 개 깜순이가 돼지똥을 주워 먹으러 가면 죽어라 짖기

때문에 무척 싫어했어요. 방울이가 쉬지 않고 거실 쪽 창문 아래서 계속 짖어대고 있었지요.

민기가 민성에게

“형, 깍쟁이 할머니가 방울을 예뻐하는 것 같아도 거짓 예쁨인 거 방울이 모르겠어? 아무도 없을

땐 방울이에게 화를 내고 겁을 줬으니까 방울이가 저렇게 난리를 떠는 거겠지?”

“그러고도 남을 할머니지. 그 집 개도 할머니를 닮아서 우리 집에 와서 똥이나 싸고 방울이 밥을

훔쳐 먹으면서 오히려 성질을 내고 있으니 방울이 미워할 수밖에.”

방울은 깍쟁이 할머니 집에 갔을 때 방울에게 소리를 질러서 싫어합니다.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가자 가는 뒷모습을 보고 웡웡 짖어대는 방울이입니다.


방울은 민기에게 한 걸음 가서 눕고 또 한 걸음 가서 누우며 예뻐해 달라고 합니다.

민기는 방울이 더럽다고 손으로 만져주지 않고 핀잔만 합니다.

“방울이 너, 목욕 좀 해라, 너무 더러워서 만지기 싫어, 네 털에서 돼지 똥 냄새난단 말이야?”

“도련님 목욕도 시켜주고 예쁘다고 쓰다듬어 주세요! 해피만 예뻐하지 말고.”

방울은 민기가 더럽다고 예뻐해 주지 않자 무척 슬펐습니다.




어느 날이었어요. 아빠가 읍내 병원에서 하얀 개를 데려왔어요. 눈송이처럼 깨끗하고

깜찍했어요. 털에서 향기로운 샴푸 냄새도 나고 하얀 털이 길고 눈이 부셨습니다.

방울은 슬픔에 잠겼어요. 외로이 묶여있는 해피에게 달려가 뽀뽀를 해주며

“해피야? 아저씨는 방울이 예쁘다고 하더니 눈송이가 깨끗하다고 예뻐하는 거 같아.

민기 도련님도 내가 더럽고 돼지 똥 냄새난다고 싫어해. 흐흐흑...”

방울은 해피에게 푸념을 늘어놓으며 서럽게 울었어요. 그러자 해피가 말했어요.

“방울 언니는 귀여운 아기처럼 예뻐, 나처럼 키만 껑충 크면 뭐 해? 언니처럼 작고 귀여운

개가 예쁘지. 언니 힘내! 나도 언니처럼 묶여있지 않고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싶어!”

해피는 방울을 위로했어요. 해피는 키만 커진 것이 아니라 마음도 커진 것 같아요.


방울이 밭에 뿌려진 돼지똥을 주워 먹고 있는데 모르는 개가 다가왔어요. 개울 건너에 사는

뽀삐인데 방울에게 친하게 지내자고 했어요. 뽀삐와 방울은 친구가 되었지요.

뽀삐와 함께 깍쟁이 할머니 돼지막에 들어가 돼지똥도 주워 먹으러 가고 외롭지 않았지요.

방울이는 뽀삐와 개울가를 걷고 논에 날아다니는 지푸라기와 검불도 잡으러 다니고 같이

풀밭에서 뒹굴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방울과 뽀삐는 짝짓기를 했어요.


한 달이 지나자 방울은 아기를 가져 배가 부르고 몸이 무거워 빙글빙글 빠르게 굴러가는

차바퀴를 따라잡을 수 없었지요.

엄마는 방울의 배를 만지며 새끼들이 뱃속에서 잘 놀고 있나 봅니다.

민기가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 방울이 언제쯤 새끼를 낳아요? 방울이가 낳은 강아지 빨리 보고 싶다!”


민기네 가족은 방울이가 새끼를 가졌다고 맛있는 것도 많이 주고 예뻐했어요.

털이 하얀 눈송이도 풀숲에 뛰어다니고 흙밭에 뒹굴어 황토색 개가 되었지요.

민성이 말했어요.

“넌 눈송이가 아니라 흙송이다. 깨끗한 털이 예쁘고 좋은데 그게 뭐니, 흙투성이잖아?”




엄마는 방울의 눈을 가린 긴 털과 턱밑에 엉겨 붙은 털도 잘라 주고 등에 뭉글뭉글 떡처럼

뭉쳐있는 털들도 잘라 주었지요. 방울이는 귀여운 강아지 모습으로 변신했어요.

엄마가 털을 자르는 동안 방울은 행복해서 스르르 잠이 몰려왔어요.

이른 아침 옆 밭 할머니가 민기네 집에 왔어요. 할머니가 화를 내며 말합니다.

“이 집 개들이 우리 밭에 와서 뒹굴더니 총각무 농사를 망쳐놓았어요. 개 좀 묶으세요?

이거 보세요. 총각무가 다 쓰러져 상품 가치가 없는데 어쩌겠어요?”

엄마가 미안해하며 할머니에게 정중하게 말합니다.

“저희 개들이 묶여있었는데 아침에 잠깐 목줄이 풀려 일을 저질렀군요. 죄송합니다. 여기

밭에 있는 채소는 상품이 좋지 않아도 제가 다 사겠습니다.

“고맙소! 총각무를 잘 키워놓을 터이니 상품 가치가 좋든 나쁘든 사기로 한 거요?”


엄마는 옆 밭 할머니를 안심시키고 할머니가 대문 밖으로 나가자 해피에게 말합니다.

“해피의 발자국이 많은 거 보니 해피, 네가 앞장서서 일을 저질렀구나?”

해피는 고개를 숙이고 눈만 깜박거립니다. 묶여있고 운동하지 않아 살이 쪄서 민기랑 달려

보지만 배가 부른 방울보다 걸음이 느립니다. 민기가 말했어요.

“눈송이는 어린 강아지지만 제트 엔진을 단 오토바이처럼 빠른데 해피 넌 느림보 거북이니?”


민기는 덩치 큰 해피가 달려들면 감당이 되지 않아 도망칩니다.

친구가 없어 외로운 해피는 심술이 나서 창고 앞에 똥을 잔뜩 눕고 지독한 냄새를 풍깁니다.

엄마는 해피에게 똥을 아무 데나 눕는다고 야단칩니다.

해피는 엄마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해 서러웠지요. 아기 소나무 옆의 사철나무를 커다란

발톱으로 긁어 넘어뜨리고 앞발로 땅을 깊이 파서 구덩이를 만들었어요.

비가 내리니 구덩이에 물이 넘칩니다.


해피는 빗물 구덩이에 들어가 첨벙첨벙 장난을 치고 있어요. 엄마가 해피에게

“해피야, 너. 여기 있는 사철나무를 발톱으로 긁어 넘어뜨리고 구덩이를 파서 빗물이 넘치게

만들었지? 말썽 좀 그만 부려라!”

해피는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천덕꾸러기가 되었지요. 해피는 새끼를 가져 사랑받는 방울이가

부럽습니다. 해피도 새끼를 가진 엄마가 되고 싶었지요.

민기가 방울을 부르더니 해피가 보이지 않는 곳에 맛있는 빵을 던져 주었어요.

방울은 냠냠 맛있게 먹었어요. 해피는 맛있는 빵 냄새 때문에 침이 줄줄 흐릅니다.




눈송이가 해피에게 놀러 왔어요. 해피는 오른발로 눈송이의 볼을 이쪽저쪽 톡톡 쳐주고 같이

뒹굴고 재미나게 놀아봅니다. 빵 냄새에 어지러웠지요. 놀이도 재미없고 싫증이 났어요.

해피는 기분이 좋으면 오줌을 질금질금 눕는 버릇이 있습니다.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오줌을 질금거리며 어리광을 피웁니다.

‘아우아~’ 하품하고 기지개도 켜어 보지만 방울이가 너무 부럽습니다. 심심해서 난초 옆에다

커다란 똥을 두 무더기나 누었어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피의 똥은 비가 내리자 투명 인간처럼

사라졌어요. 그리고 난초의 굵은 대공에 노란 꽃이 피었어요.


며칠이 지났어요. 난초에 소시지 같은 열매가 매달리더니 구슬주머니로 변신했어요.

몇 밤을 자고 나니 구슬 주머니가 톡톡 터지며 그 속에 숨은 고등 색 알갱이가 똥처럼 동글동글

겹쳐지며 땅에 떨어집니다. 그 모습을 본 엄마가 말했어요.

“해피야. 네가 난초 옆에 똥을 누워서 노랗고 예쁜 꽃이 피더니 씨앗들이 생겼어. 고맙다!”

해피는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 활짝 웃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뒷밭 아저씨가 민기네 집에 왔어요.

“이 집 개들이 우리 고추밭을 망쳐놨어요. 고추 모종을 심으려고 비닐을 씌워 놓았는데 비닐을

찢어놓고 말썽을 피웠단 말입니다, 제 말이 거짓말인가 가서 확인해 보세요?”

엄마가 뒷밭에 가보니 개들이 비닐을 찢고 장난친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지요.

눈송이 발자국이 제일 많았고 방울이 누런 털도 있었습니다.


엄마는 방울이와 눈송이의 몸에 풀씨가 많이 묻어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게다가 눈송이와 방울이가 황토색 물이 든 것은 뒷밭이 황토밭이었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뒷밭 아저씨에게 공손하게 사과를 했어요.

“죄송합니다. 강아지 목줄을 풀어놓았더니 말썽을 피웠군요. 변상해 드리겠습니다.”

“이번 한 번은 봐 드릴게요. 다음에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뒷밭 아저씨가 가자 엄마가 말했어요.

“민성아, 개들이 여러 마리라 작당하여 뒹굴고 놀다 보니 이웃 농가에 피해를 줘서 욕을 먹으니

힘들구나. 방울이가 새끼를 낳으면 개가 더 많아질 텐데 어떻게 하지?”

민성은 엄마의 고민이 이해 갔어요. 외할머니댁에 갖다 드리면 해결된다고 생각한 민성입니다.

“엄마, 외할머니댁에 눈송이 데려다주고 할머니 염소탕도 사다 드리고 반찬도 갖다 드리세요?”

엄마와 민성이 외갓집에 가려고 하자 아빠는 싫어하는 눈치입니다. 아빠가 엄마에게

“가는 길에 염소탕도 꼭 사다 드리고 오래 있지 말고 빨리 갔다 와요.”


엄마는 소고기 장조림을 챙기고 외갓집 동네에 가서 외할머니가 좋아하는 치킨을 주문하고

마트에 들러 달걀과 생선, 돼지고기, 소고기, 쌀을 샀어요.

민성은 개교기념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아 엄마와 함께 외갓집에 가는 것이 즐거웠지요.

외할머니는 엄마와 민기, 민성이 보고 싶으면 전화를 합니다. 엄마가 말했어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께서 민기도 보고 싶으실 터인데 같이 가지 못해 아쉽다. 민성아, 이

세상 부모님들은 자식들 얼굴 보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란다!”


민성과 엄마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랑 치킨도 먹고 엄마가 지은 점심을 먹고 할머니가 만든

꽃밭과 외할아버지가 심은 감나무밭도 구경하고 민기가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전에 서둘러 왔어요.

방울이는 배도 부른데 달려와서 배를 보여줍니다.

해피는 반갑다고 꼬리를 치더니 먼 산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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