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연재]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민기는 엄마를 따라 개울 건너 형구네 집에 놀러 갔어요.
형구 엄마가 민기에게 하얀 강아지를 선물로 주었어요. 민성은 강아지 이름을 해피라고 지었어요.
방울은 친구가 생겨 외롭지 않았지요. 해피는 생후 50일 된 강아지인데 생후 7개월 된 방울보다
키가 조금 작습니다. 덩치가 크니 밥도 아주 많이 먹었지요.
해피가 밥을 많이 먹는 모습을 본 민성이 말했어요.
“민기야, 해피는 밥을 잘 먹으니 먹순이라는 별명이 어울리지 않니?”
엄마가 다가와서 말했어요.
“해피는 어제 젖을 뗀 강아지인데 키가 껑충하고 발도 크고 머리도 크지? 저것 봐라, 해피가
방울이가 좋다고 껑충거리며 쫓아다니고 있어.”
해피와 방울은 같이 몰려다니며 깍쟁이 할머니 집 돼지우리에 들어가서 돼지 똥을 주워 먹으러
갔어요. 방울이도 돼지똥이 맛있나 봅니다. 민성이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 얘는 아직 어린 강아지인데 옆집 할머니네 돼지우리에 들어가서 돼지똥도 주워 먹고
모아둔 음식물 찌꺼기도 주워 먹고 왔어요. 그러니까 먹순이지요. 하하.”
먹순이 해피는 틈만 나면 방울에게 장난을 걸었어요. 방울도 해피를 좋아해서 장난을 치고 잘
놀았어요. 두 달이 지나자 해피는 방울보다 키가 커졌어요.
여전히 방울이와 해피는 함께 옆집 돼지우리에 들어가서 돼지똥을 주워 먹고 옵니다.
민성이 학교에서 돌아오다 깜짝 놀랐어요. 해피가 앞다리를 절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민성이 놀라 덩치 큰 해피를 번쩍 안고 집으로 들어오며 소리칩니다.
“엄마, 해피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돼지똥 실어가는 차를 따라가다 차바퀴에 발이 치어 벌벌
떨고 있어요. 이거 보세요! 다리를 만지면 아프다고 끙끙거려요? “
거실에서 신문을 보던 아빠가 놀라서 밖으로 나오더니 민성과 함께 해피를 차에 태우고 읍내
동물 병원으로 갔어요. 동물 병원 원장님은 해피의 다리뼈가 부러졌다며 깁스를 해주고 배의
찢어진 부위는 살이 붙는 약을 발라 주었습니다.
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올 때 민성이 해피를 안고 있는데 해피도 놀간 것인지 가슴이 쿵쿵 뛰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온 민성이 방울에게 말했어요.
“방울아, 네가 언니잖아. 해피는 다리뼈가 부러져서 아프니 위로해 주고 예뻐해 줘라!”
방울은 해피의 입과 아픈 다리를 핥아주며 위로해 줍니다. 해피는 많이 아팠지만 방울의 사랑을
받으니 행복한 얼굴입니다.
한 달이 지나자 해피의 상처도 아물고 밥을 잘 먹어서 키가 훌쩍 커졌지요.
해피는 키가 커졌지만 방울이는 키가 자라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젖 뗀 강아지로 보입니다.
덩치가 큰 해피는 방울이가 남긴 밥을 싹싹 먹어치웁니다. 그것으로 양이 차지 않는지 방울이가
밥을 먹기 전에 방울이 밥을 먼저 먹어치우고 나중에 해피의 밥을 먹습니다.
방울은 해피에게 밥을 빼앗겨 배가 고픈지 여기저기 냄새만 맡고 다닙니다.
해피가 방울의 밥을 몰래 빼앗아 먹다 민성에게 딱 걸렸어요. 민성이 말했어요.
“해피 너, 또 방울이 밥을 다 먹어 치운 거니? 방울이도 배가 고프니까 방울이 밥은 빼앗아 먹지
말고 네 밥이나 먹어, 알았지?”
민기가 말했어요.
“형아, 아까 방울이 고기를 줬는데 먹지 않고 마루 밑에 숨겨놨어. 방울은 왜 맛있는 걸 주면
바로 먹지 않고 숨겨놓는 걸까?”
“방울은 해피가 들어갈 수 없는 틈새에 먹이를 숨겨놓는 것 나도 보았어. 형이 준 치킨도 흙 속에
묻어놓더라. 먹순이 해피가 빼앗아 먹을까 봐, 비상식량으로 숨겨 두는 거 같아. 배가 고플 때 먹으
려고 숨기는 거 같아.”
“형, 저거 봐, 먹순이는 자기 밥은 그냥 두고 방울이 밥을 먼저 먹고 있어. 아주 못됐어?”
“해피, 너. 네 밥 먹어야지, 왜 방울이 밥을 먹고 있니? 이리 와, 너 좀 혼나야겠다.”
민성이 야단을 치자 해피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눈을 아래로 내리깔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해피는 밥그릇에 머리를 처박고 씹지도 않고 정신없이 먹었어요.
민성이와 민기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자 방울이 쫓아다닙니다. 방울이와 함께 자전거 뒤를 쫓아
오던 해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요.
민기가 자전거를 세우고 해피를 찾아봅니다. 어디선가 끙끙대는 해피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민기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형, 해피 끙끙대는 소리 같은데 어디서 들리는 거지?”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거 같다. 얼른 소리 나는 쪽으로 가 보자.”
민기가 해피가 있는 곳을 찾았는데 울타리 좁은 틈새에 머리가 끼어 끙끙거리고 있었지요.
민기가 소리를 내서 깔깔 웃으며 말했어요.
“형, 해피가 빼앗아 먹으니까, 방울이가 몰래 숨겼는데 해피가 훔쳐 먹으려고 하다 울타리 좁은
틈새에 목이 끼어 아프다고 낑낑거린 거였어. 잘 됐다, 먹순이 해피 쌤통이다!”
“맞아, 그런 거 같아. 해피야, 아프지? 조금만 참아, 도련님이 네 머리 빼줄게.”
민성이 좁은 틈에 낀 해피의 머리를 빼내느라 진땀을 흘렸지요. 해피는 끼었던 목이 빠져나오지
않자 아프다고 끙끙대며 엄살을 부립니다.
민성은 해피에게
“해피 너, 좁은 틈새에 머리 집어넣으면 어떻게 하니? 머리가 커서 빠져나오기 힘들잖아?”
“형, 방울이가 천재 견이야, 어떻게 그렇게 좁은 틈새에 감출 생각을 했을까?.”
“그러게 말이다. 어떻게 좁은 곳에 뼈를 숨길 생각을 했지, 방울이 천재 견이야.”
민성이 말했어요.
“엄마, 방울이가 뼈다귀를 좁은 틈새에 숨겼는데 해피가 훔쳐 먹으려다 머리가 끼었어요.”
“해피가 덩치가 커져서 밥 양이 작아서 배가 고픈 것 같다. 사료를 한 대접을 줘야겠어.”
엄마는 해피의 밥그릇에 사료를 가득 부어주었어요. 해피는 숨도 쉬지 않고 정신없이 먹습니다.
민성이 말했어요.
“조금 전까지 머리가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더니 숨도 쉬지 않고 먹네~ 물도 먹어야지?”
먹순이 해피는 사료를 씹지도 않고 정신없이 삼키더니 물도 한참을 홀짝대며 먹었어요.
몇 달이 지나자 해피는 송아지만큼 자랐는데 방울이는 여전히 젖 뗀 강아지처럼 작았어요.
해피는 방울을 좋아하여 장난을 걸어왔어요. 방울의 뒷다리와 목덜미를 물고 방울의 얼굴을 삼킬
것처럼 큰 입을 벌립니다. 방울이 말했어요.
“해피야, 저리 가, 네 입이 커서 무섭단 말이야, 내 머리가 네 입속에 다 들어가잖아, 입 좀 치워?”
“난 방울이 언니가 좋아. 언니 나랑 장난치고 놀자.”
방울은 해피가 옆에 오면 귀찮아서 저만치 도망칩니다. 해피는 큰 덩치로 겅중거리다 큼직한
발로 방울을 밟을 거 같았지요. 방울은 해피가 옆에 다가오면 무서워서 꼬리를 내립니다.
민기가 말했어요.
“엄마, 해피 묶어야겠어요. 해피가 송아지만큼 커져서 저도 무서워요. 방울이도 무섭대요.”
“알았어, 해피 너 이리 와, 머리 들이대!”
해피는 순순히 엄마의 부름에 따랐어요. 해피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먹순이라는 별명답게 밥도
많이 먹고 똥도 생일케이크 두 덩이를 포개놓은 것처럼 많이 누웠지요.
방울은 덩치는 작지만 토끼처럼 기다란 귀로 먼 데서 나는 소리도 잘 들었어요.
아빠 차가 두 정류장 전에 오면 그 소리를 알아듣고 대문 앞에 가서 꼬리 치며 기다리고 있어요.
아빠가 오면 땅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배를 보이고 지나가면 한 발짝 앞에 가서 눕고 또 한 발짝
가서 누우며 쓰다듬어 달라고 예쁨을 떱니다.
아빠가 배를 만져주면 행복해서 웃는 방울이입니다. 아빠가 방으로 들어가면 묶여있는 해피에게
뽀뽀를 해주며 아양을 떨었습니다.
해피는 줄에 묶이지 않은 방울이가 부러워 하품을 하며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이 소원입니다.
옆집 돼지우리에 들어가서 돼지똥도 맛있게 주워 먹고 싶습니다.
민기가 방울을 부르자 건너편 개울가에서 놀던 방울이 물이 흐르는 개울을 껑충 뛰어 날아옵니다.
깍쟁이 할머니가 민기네 집에 놀러 왔어요. 방울이는 깍쟁이 할머니를 무척 싫어했어요.
깍쟁이 할머니가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웡웡’ 짓으며 말려보지만 방울이가 말려도 듣지 않으니
할머니의 발뒤꿈치를 앙 물었습니다.
옆집 할머니가 방울에게
“얘, 너는 나를 맨날 보는데 짖니, 내가 네 맘에 들지 않는다고 내 발뒤꿈치를 무는 거야?”
엄마는 방울이에게 발뒤꿈치를 물린 할머니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했어요.
방울은 깍쟁이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 굴러가는 바퀴만 보면 흥분해서
쫓아가서 송곳니까지 드러내놓고 으르렁거리며 짖습니다.
방울이 발뒤꿈치를 무는 바람에 미안해하는 엄마에게 깍쟁이 할머니가 말했어요.
“아프진 않은데 조금 놀랐어. 방울이 너. 우리 집에 왔을 때 맛있는 고기도 줬잖아, 내가 널 예뻐
하는데 내 발뒤꿈치를 문 건 너무했다 얘?”
민기와 민성은 그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다 소리가 나지 않게 물개박수를 쳤어요. 민기가
“방울아, 잘했어. 그 할머니는 뒤꿈치 물어도 돼. 그 할머니네 개가 우리 집 마당에 매일 와서
똥을 싸놓고 가고 우리 방울이 밥도 훔쳐먹고 갔으니까, 방울이 아주 잘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