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연재]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장편동화 연재]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엄마는 나무들과 공장 일에는 지극 정성인데 민기와 같이 놀아주지 않았어요.
민기는 같이 놀아줄 친구가 없어 심심하고 외로웠지요.
민성이 형도 중학생이라 학교에서 늦게 오고 가까운 이웃에 사는 보연이는 같은 반인데
여자아이라 소꿉놀이를 좋아해서 같이 놀아도 재미가 없고 보연의 남동생 현수는 한 살 어려서
형 노릇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민기입니다.
현수가 자전거를 타고 놀러 와도 보지 못한 척하는 민기입니다. 민기가 엄마에게
“엄마 저도 큰 자전거 사주세요. 현수가 저보고 아기자전거를 탄다고 놀린단 말이에요?”
“네 자전거는 현수 자전거보다 작긴 하지만, 보조 바퀴를 떼어서 탈만 한데 조금만 더 타면
안 되겠니?”
“저는 2학년인데 제 친구인 자전거는 아직도 유치원생이란 말이어요.”
민기는 엄마 때문에 화가 났어요. 민기도 친구인 두 발자전거를 좋아하지만 현수가 큰 자전거
를 타고 왔어요. 민기는 그 모습이 싫어서 현수를 본체만체합니다.
현수는 마당을 빙글빙글 돌더니 말합니다.
“민기 형도 나처럼 큰 자전거 사달라고 해? 형 자전거는 여섯 살 먹은 아이들이 타는 거야?”
“나도 큰 자전거 살 거야, 엄마가 사준다고 했어.”
민기는 현수 때문에 기분이 상했어요. 현수가 마당에 있거나 말거나 집안으로 들어갔어요.
현수가 큰 자전거를 보란 듯이 타고 저만치 가자 민기가 집에서 나옵니다.
친구인 자전거를 타지 않고 만지작거립니다. 유치원생 자전거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어요.
“민기야, 요즘은 나랑 놀아주지 않는 거야? 네가 나랑 놀아줄 때 행복했는데..”
“난 이렇게 커졌는데 넌 아직도 유치원생이잖아? 내가 널 좋아해도 현수 자전거보다 작아서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탈 수 없어...”
“미안해, 내 키가 작아서 나도 슬퍼! 내 키를 크게 해달라고 달님에게 소원을 빌어볼까?
나도 너처럼 키가 커지는 게 소원이야!”
유치원생 자전거 친구가 눈물을 흘립니다. 민기는 미안해서 자전거의 등을 토닥거리며 달래
줍니다.
“친구야, 미안해. 네가 작아도 넌 내 친구야. 현수가 오면 내가 모른 척해도 이해해 줘!”
엄마가 얼굴에 미소가 가득 품은 채 민기에게 다가오더니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민기야, 네 자전거가 작아 어울리지 않으니 소영이 주고 넌 큰 자전거 사줄까?”
“정말요? 언제 사줄 건데요?”
“되도록 빠른 시일 내 사줄게.”
민기는 새 자전거를 얼른 타고 싶지만 친구인 자전거는 소영에게 주고 싶지 않았어요.
유치원생 자전거 친구는 추억 속 보물처럼 언제나 가까이에 두고 보고 싶었어요. 자전거를 얼른
타고 싶은 욕심에 그만 대답을 하고 말았지요.
“엄마, 빨리 사 주세요, 큰 자전거 언제 사줄 건데요?”
엄마는 민기의 말에 대답을 해주지 않고 마당 저쪽으로 갔어요.
민기가 한 말을 들은 자전거는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민기가 자전거의 등을 토닥토닥 달래며
“내가 새 자전거를 사도 넌 내 친구인 건 변함없어. 내가 어른이 돼서 아들을 낳으면 아빠가
타던 자전거라고 보여 주고 싶어. 붕붕 자동차와 세발자전거도 같이 보여줄 거야.”
엄마는 마당 끝에 있는 화단에서 상추를 뜯어 바구니에 들고 오더니 말했어요.
“민기야. 세발자전거도 네가 타지 않고 세워 두니, 눈과 비를 맞아 녹이 슬고 보기 싫잖니?
붕붕 자동차도 곰팡이 꽃이 피어 보기 흉하고. 자전거도 그냥 세워둬서 녹이 슬고 낡아지는 것
보다 소연이 주는 게 낫지 않니?”
민기는 엄마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지요. 추억의 사진첩에 있는 세발자전거도 타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서 초록색 곰팡이가 피더니 부서져 버렸으니까요..
민기는 두 발 자전거와 헤어지기 싫었지만 큰 자전거를 탈 욕심에 고개를 끄덕였지요.
학교에서 돌아온 민기는 자전거가 보이지 않아 찾으러 다녔어요. 엄마가 소영에게 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서운한 마음에 집 안팎을 이리저리 돌아보았는데 유치원생 자전거친구는 보이지
않았지요.
엄마가 민기에게 다가오더니 말합니다.
“민기야, 정든 자전거가 없으니 서운하지? 자전거가 필요한 아이에게 주길 잘했어. 타지 않고
세워두면 자전거도 외롭고 슬퍼서 초록색 눈물을 흘리며 울다가 부서지잖아, 네 친구 자전거도
새 친구가 생겨 행복할 거야.”
“그래도 내 자전거를 남에게 주는 건 싫어요! 새 자전거는 언제 사줄 건데요?”
그때 현수가 개 두 마리를 거느리고 큰 자전거를 타고 개선장군처럼 나타났어요.
민기는 큰 자전거를 타고 오는 현수가 보기 싫고 민기의 장난감을 만지는 것도 싫었지요.
현수가 오기 전에 아끼는 로봇들을 장롱 안에 몰래 감추었지요.
현수가 가지고 놀다 망가뜨릴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지요.
엄마가 민기를 부릅니다. 민기는 엄마가 부르는 이유를 알고 있었지요. 그건 현수 엄마가
민기네 집 공장에 와서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현수야, 이리 들어와, 같이 놀자.”
현수는 민기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왔어요. 민기가 말했어요.
“현수야, 이거 우리 형이랑 블록으로 지은 <반지의 제왕> 성인데 멋있지 않니?”
“민기 형 블록으로 잘 만들었네!”
현수는 반지의 제왕 성이 신기한지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힘들게 만든 “반지의 제왕”
성을 현수가 망가뜨릴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한 민기입니다.
민기는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아하지만 게임을 좋아합니다. 인터넷 컴퓨터 게임에서 형
친구들과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게임에서 만나면 무척 반갑습니다.
소파에 앉아 티브이 뉴스를 보던 아빠가 거실에 늘어진 장난감을 보고 화를 내며
“민기야, 거실이 이게 뭐야? 발 디딜 곳 없이 장난감을 어질러놓으면 어떻게 해?”
“네. 죄송해요. 아빠. 금방 치울게요.”
민기는 아빠의 꾸지람 때문에 힘들게 지은 반지의 제왕성을 부쉈습니다.
민기가 자꾸 화가 나는 원인은 아빠 때문입니다. 블록으로 만든 왕국은 아무 때나 이어서
놀이를 할 수 있고 일부분을 변경을 하기도 하는데 아빠는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넓은 거실에 장난감을 늘어놨다고 아빠에게 꾸지람을 듣는 것이 무척 싫은 민기입니다.
작은 블록을 치우는 일이 귀찮아서 게임을 합니다. 게임은 치울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민기는 목이 답답해서 자주 가래침을 뱉고 코를 킁킁거려 보지만 시원하지 않고 코안이
막혀있고 숨을 쉴 때마다 답답합니다.
민기가 킁킁거릴 때마다 엄마가 말했어요.
“민기야. 코를 자꾸 킁킁거리면 나쁜 버릇이 되는 거야. 어른이 돼도 킁킁거리고 싶니?”
“엄마, 코로 숨을 쉬려면 답답해서 그래요. 코 한쪽이 항상 막혀있는 거 같아요.”
엄마가 야단을 쳐도 여전히 코는 답답하고 머리도 아프고 잠이 잘 오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