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별이 된 해피

[장편동화 "꼭꼭 숨어라!" 연재]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민기는 엄마와 함께 종합병원 소아과에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민기가 앓고 있는 병 이름이 ‘알레르기성 비염’이라고 했습니다. 병원을 나온

엄마가 민기에게 말합니다.

“민기야, 미안하다. 네가 비염 때문에 답답해하는 걸 엄마가 몰랐구나!”

병원에서 처방해 준 비염약을 먹으면 가슴이 미어지는 통증을 느끼는 민기, 여전히 가래는

나오고 눈 밑이 거무스름하며 머리가 아팠지요.

그 바람에 좋아하는 합기도 운동은 쉬고 피아노학원만 다니고 있습니다. 합기도 도장에 가면

같이 어울릴 수 있는 형들이 많이 있어서 좋았는데 집안에만 갇혀 사니 답답한 민기입니다.


엄마가 큰 자전거 두 대를 화물차에 싣고 왔어요.

<성적우수장학금>을 탄 형에게 선물로 새 자전거를 사주고 러닝머신 살 때 경품으로 받은 큰

자전거는 조립을 잘못되어 앞바퀴가 엉뚱한 방향으로 휙 돌아가 있어 탈 수 없었지요.

여러 달 동안 흉물처럼 처마 밑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 자전거를 파는 점포에서 고쳐 왔어요.

엄마는 민기에게 고쳐왔으니 타라고 말했어요.

“엄마, 나도 형처럼 새 자전거 사주지, 헌 자전거 고쳐 온 거예요?”

“이 자전거도 새 거야, 한 번도 타지 않았잖아? 일단 타는 연습을 하면 잘 탈 수 있을 거야.”




민기는 큰 자전거를 타봤는데 앞으로 나가지 않아 짜증이 났어요. 현수처럼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고 싶은데, 앞으로 나가지 않아 짜증 나서 자전거를 넘어뜨리며 화풀이를 했어요.

마음은 잘 달릴 것 같은데 큰 자전거를 타고 출발을 해보지만 자꾸만 넘어집니다.

작은 자전거는 마음대로 탈 수 있는데 큰 자전거는 앞으로 나가지 않으니 화가 났지요.


민기가 자전거와 시름할 때 현수가 자전거를 타고 민기네 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지요.

민성이 형은 자전거에 탄 현수를 집으로 데리고 왔어요.

민기는 동생 앞에서 점잖지 못한 모습을 보일 수 없어 짜증을 감출 수밖에 없었지요.

민성이 형이 현수에게 말했어요.

“현수야, 큰 자전거는 어떻게 타야 앞으로 잘 나가는지, 민기 형에게 보여주지 않을래?”

민기는 자존심이 무척 상했지만 안 그런 척, 현수가 자전거 타는 방법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현수는 민기의 자전거페달에 오른발을 얹어 발을 구르며 앞으로 나가다 오른발을 오른쪽

페달로 재빨리 옮기고 왼쪽 발로 왼쪽 페달을 밟는 것이었어요.

민기도 현수가 하는 것처럼 그대로 해 봤더니 큰 자전거가 앞으로 조금씩 나갑니다.

민기는 자전거를 잘 타는 현수에게 지기 싫었지요.

하교 후 집에 오면 형 자전거와 민기 자전거를 번갈아 타며 연습합니다.

매일 연습하다 보니 일주일이 되자 민기도 큰 자전거를 마음대로 탈 수 있게 되었고 형보다

빨리 달리지는 못하지만 현수보다 잘 달릴 수 있었지요.




민기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니 답답한 가슴이 뻥 뚫렸어요. 잘 탈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날아갈

거 같았지요. 자전거를 3시간이나 탔더니 부풀어있던 얼굴이 가라앉았어요.

추운 겨울이라 바람이 차지만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주르르 흘러내립니다. 자전거를

타고 신작로 건너편 농도를 달리니 밀린 숙제를 마친 것처럼 마음이 후련했어요.

논에는 벼를 베고 남은 밑동이 허옇게 말라있었는데 쑥 들어간 웅덩이에 하얀 얼음꽃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민기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방울이와 동글이가 뒤에 달려와서 신이 나고 재미있었지요.


자전거 보다 빨리 달리기 위해 하얀 얼음꽃이 핀 논바닥을 밟은 방울이와 동글이는 아작아작 얼음이

깨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방울이와 동글이. 농로로 올라와서 민기 자전거를 졸래졸래 따라옵니다.

건너편 둑에는 할머니 머리카락을 닮은 허연 갈대꽃이 바람을 따라 날리고 있습니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이 부러운 눈으로 자전거를 따라 들길을 달려옵니다.

민기는 자전거를 많이 타서 살도 빠지고 형보다 키가 크고 싶었어요. 춥다고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던 아빠도 자전거 타는 것을 말리지 않아 짜증을 내는 병이 나은 것 같았지요.

엄마는 민기가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모습을 넓은 거실 창문 너머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민기가 자전거를 타고 먼저 출발해서 저만치 달려가도 언제나 형은 민기를 앞지르기합니다.

민기는 승부욕이 강한 어린이입니다. 자전거경주에서 형을 이기고 싶었지요.

토요일입니다. 민기와 민성은 각자 자전거를 타고 긴 농로를 따라 4킬로쯤 떨어진 강둑까지 달려

갑니다. 방울이와 동글이는 자전거 뒤를 따라오더니 큰 개가 짖어대자 꼬리를 내리고 돌아갔어요.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짙은 회색이더니 주위가 순식간에 어두워졌지요. 민기와 민성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어요. 천둥이 치더니 번개도 번쩍거립니다.


천둥소리에 놀란 해피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비를 맞으며 서성이다 마당에서 신나게 춤을

추며 놀고 있는 도깨비불을 보고 짖으며 ‘아우-웅' 늑대처럼 울었어요.

방울은 해피의 울음소리가 소름 끼치고 듣기 싫었지요.

해피는 회색빛 하늘을 보니 엄마가 보고 싶어 슬프게 울기 시작했어요. 개울 건너 엄마는 해피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아무 말이 없습니다.

밖에서 일을 마치고 들어온 아빠는 해피의 울음소리가 듣기 싫다고 화를 냅니다. 엄마가 창문을

열고 빗속에서 장대비를 맞으며 울고 있는 해피에게

“해피야. 왜 우니? 비 맞으면 감기 걸리니 어서 집으로 들어가. 너 우는 소리 아저씨가 싫어하는데

울면 어떻게 하니?”

엄마가 야단을 쳐도 외로움을 참지 못한 해피는 여전히 울고 있었지요.


방울과 동글이는 집에 들어가 서로 몸을 기대고 따뜻하게 잠을 자는데 친구가 없는 해피는 외로움

을 견딜 수 없습니다. 달 밝은 밤이면 너무 외로웠어요. 엄마와 형제들이 보고 싶었으니까요.

해피는 밤새 비를 맞아 감기에 걸려 머리가 가마솥처럼 뜨겁습니다. 밥을 먹지 않더니 하늘나라로

갔어요. 하늘의 별이 된 해피는 방울을 보며 미소를 지었어요.

해피가 살던 넓은 집으로 동글이와 방울이가 이사했어요. 사이좋게 엄마와 아들인 동글이는 서로

이도 잡아주고 입으로 가려운 등도 긁어주며 행복하게 지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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