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동화 연재]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엄마는 민기에게 도라지와 모과, 대추와 감초, 더덕, 양파껍질, 영지버섯을 넣고 차를 끓여 줍니다.
소아과 할아버지 선생님이 처방해 준 천식을 낫게 해주는 싱귤레어 알약을 매일 한 알씩 먹고 도라지
차를 마십니다.
민기가 말했어요.
“엄마, 천식약은 매일 먹어야 해서 지겨운데 계속 먹어야 해요? 싱귤레어와 엄마가 정성들 여 끓여준
도라지 차를 마셨더니 목이 덜 답답해요. 천식이 많이 나은 거 같아요!”
“그래, 약은 정성껏 먹어야 병이 낫는 거야. 목이 덜 답답하다니 고맙다!”
“네, 싱귤레어란 약이 천식에 좋은 약 같아요. 엄마의 정성과 기도가 들어간 도라지 차는 맛은 없는데
가래가 덜 생겨서 목 안이 시원해졌어요. 열심히 먹고 나을게요.”
민기는 형이 지방에서 학교에 다니느라 옆에 없으니 보고 싶었지요.
민성이 형이 보고 싶으면 형 자전거를 타고 들길을 달립니다. 금요일 밤이 되면 형이 집에 옵니다.
토요일에는 형이랑 자전거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민기는 아침 등굣길이면 입고 갈 옷이 맘에 들지 않아 여간 걱정이 아닙니다.
엄마는 중학생 형들이 입는 큰 옷을 사 오기 때문에 입으면 헐렁하고 멋이 없고 11세가 입는 옷은 허벅지가 작아 들어가지 않고 13세 옷은 가랑이와 배가 끼었으므로 불편합니다.
맘에 드는 옷이 없어서 짜증이 나는 민기입니다. 민기가 투덜거리며 말합니다.
“엄마는 내 몸에 맞는 옷을 사 오지 않고 중학생 형이 입는 큰 옷만 사 와서 멋이 없어.”
민기는 아침 아홉 시가 다 되도록 이 바지 저 바지를 입었다 벗었다 반복하다가 결국은 15세 중학생이
입는 헐렁한 바지를 입고 늦었다며 급히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엄마는 차 안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차 문을 열고 올라앉은 민기에게 엄마가
“민기야, 오늘은 8시 40분까지 가야 하는 거 아니야? 한문 자율학습이 있다고 했잖아.”
“알아요. 늦었으니 어서 가세요. 목요일이라 8시 40분까지 가야 하는데 또 아홉 시 5분 전에 도착할
거 같아요. 이게 다 옷 때문이어요. 제 몸에 맞는 옷이 하나도 없어요.
엄마는 민기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답이 없었지요. 과체중이라서 몸에 맞는 옷이 맞지
않을 수밖에요.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차를 운전합니다.
학교에 늦었으니 과속할 수밖에 없었지요. 편도 2차선 도로는 60킬로가 최고 속도지만 시간이 촉박해
조금이라도 빨리 가기 어쩔 수 없이 신호위반과 과속을 하게 됩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 세 정류장이지만 버스 시간 맞춰 나가기가 어렵고 내리막길이라 위험하니 엄마나
아빠가 교대로 학교에 데려다줍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 차를 타고 가면 빙빙 돌아 비염이 있어 코가 막히고 천식 때문에 멀미가 나고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민기가 옷 때문에 짜증을 내는 이유는 짝꿍인 소라가 다른 남자아이들에게 인기가 있기 때문에 입고
다니는 옷이 신경이 쓰입니다.
소라는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상냥하고 활달해서 다른 아이들과도 잘 지내는 편입니다.
소라가 입고 다니는 옷은 유명한 메이커가 비싼 옷은 아니지만 예쁜 레이스가 달린 블라우스와 깜찍한
치마와 하얀 스타킹을 신고 다니며 가끔은 청바지를 입고 학교에 오기도 했어요.
민기는 합기도장에서 운동하느라 몸에서 땀 냄새가 많이 나고 머리가 쭉 서 있거나 뻗쳐 있었고
단정하지 않고 게다가 과체중입니다. 하얀 피부에 여자애처럼 예쁜 얼굴이고 속눈썹이 길고 눈이 반짝
빛났는데 얼굴이 터질 것처럼 포동포동 살이 쪘습니다.
또 2학기에는 '중이염'에 걸렸는데 감기에 걸리면 귀가 아파지는 병으로 귀가 아픈 원인이 천식 때문이
라고 하는 것을 소라도 잘 알고 있습니다.
민기가 큰 바지라 몸에 맞지 않아 헐렁했어요. 멋있지는 않았지만 공부는 잘하는 편이라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소라입니다. 민기가 말했어요.
“소라야, 너 숙제 내 준 거 적었니? 나 적지 못했는데 잠깐 좀 빌려줄래?”
소라는 민기에게 메모 수첩을 건네줍니다.
민기가 소라에게 말을 걸어 올 때는 숙제를 내준 범위를 모르거나 잘못 들었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소라는 민기가 피아노를 잘 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3학년 때 <전국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수상을 타고 4학년에는 특별상을 탔으므로 기특하게 생각하는
소라입니다. 살만 빠져서 과체중이 아니면 귀엽고 멋진 남자 친구라고 생각했지요.
소라는 ‘여러 가지 모양 만들기 세트’에서 <살이 빠지는 부적>을 민기에게 주며
“민기야, 너 이거 가져.”
민기는 그때까지 살이 쪄서 보기 싫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지냈는데 소라에게 살이 빠 지는 부적을
받고 보니 살이 쪘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민기는 소라가 준 부적을 감정이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받아 들고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고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