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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렁뚱땅 도덕쌤 Mar 03. 2024

아직 만나지 못한 우리에게

안녕? 드디어 내일이 개학이네요. 여러분은 지금 어떤 기분일까요? 나를 담임이자 도덕쌤으로 만날 1학년들은 중학교 생활을 상상하며 기대하기도, 걱정하기도 할 것 같아요. 반면에 나를 도덕쌤으로만 만날 3학년들은 시큰둥할 수도 있겠어요. 중학교 생활을 벌써 2년이나 했는데, 3학년이라고 크게 다를 게 뭐가 있겠어? 하고 말이에요. 새로 만날 도덕선생님에 대한 기대같은 건 아마 한 톨도 없겠죠?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그랬듯이.


사실 나는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컸어요. 기간제교사 경험이 있긴 하지만 1년도 더 지난 일이고, 특히 중학교는 오래전에 한 번 가봤을 뿐이거든요. 전국단위 자사고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방법을 거의 잊어버리기도 했고요. 게다가 담임은 한 번도 안 해봤는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피피티와 학습지를 수정하고 또 수정하는 2월을 보냈어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여러분이 무서웠어요. 아직 만나보지도 않았으면서,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아마도 전국단위 자사고 학생들처럼 교칙을 잘 지키지 않을 거예요. 선생님들에게 기본적으로 우호적이지도 않겠죠. 수업 시간 집중도도 그 애들보다 낮을 거고, 공부에 대한 의욕도 상대적으로 적을 거예요. 전국단위 자사고에서의 교사생활이 다 좋았다거나 그 애들이 모든 면에서 여러분보다 뛰어나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에요. 학교생활에 있어서 모범생이라는 것이 꼭 인성이나 도덕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내가 그런 유형의 특수한 학생들에게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다수의 평범한 학생들과 잘 지내는 능력이 퇴화되었다는 거죠.


그런데 어젯밤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내가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내 능력이 부족한 게 문제니까, 내가 더 노력해서 해결할 일이지. 이걸 왜 학생들 탓을 하고, 나랑 잘 맞는 학생들이 입학하기를 바라고 있지? 이건 직업윤리적으로도 옳지 않고, 현실적으로 쓸모 있는 대처도 아니야. 내가 원한다고 해서 그런 학생들만 입학하는 게 아니니까. 이미 입학생 명단은 정해져 있으니, 내가 이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 방식을 새로 익혀야 해.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니까 막연하게 지속되던 두려움이 사라지더라고요. 3월 4일에 처음 만날 여러분은 내가 결정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런 여러분을 어떻게 대할지는 오로지 나에게 달려있죠.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만들어갈 ‘우리’의 형태가 달라질 거예요. 내가 만날 학생들이 어떤 사람일까만 걱정할 때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두려웠어요. 하지만 ‘우리’가 어떤 모습일지는 여러분과 내가 함께 결정하는 거니까, ‘우리’를 생각하면 의욕이 생겨요.


아마 1년 동안 ‘우리’는 좌충우돌할 거예요. 여러분이 나를 속상하게 하기도 하고, 내가 여러분을 속상하게 하기도 하겠죠. 세상에 완벽한 학생들은 없으므로 여러분은 완벽하지 않을 거고, 나 역시 완벽하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거예요. 하지만 하나는 약속할 수 있어요. 나는 ‘우리’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여러분을 계속 사랑하겠다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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