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aube versetzt Berge.
나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 아니었다. 한국에 있을 때 교회를 혼자 간 적이 없으며 늘 누군가의 인도 하에 함께 갔었다.
나의 신앙심은 유학시작을 기점으로 깊어졌는데, 유학 초 나는 매일 새벽미사를 나갔으며, 주일에는 무조건! 교회에 있었고, 찬양봉사, 잡일 등을 하면서 거의 하루 종일 있었는데, 참 신앙심이 투철했다.
내 신앙생활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눈물'이다. 교회에 가서 눈물 없이 기도를 하고 나온 건 손에 꼽을 정도이니 말이다..
근데 왜? 내가 신앙심이 투철해서? '기도 말씀'이 좋아서? 물론 이 두 가지 없이는 불가능했겠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의지할 곳
힘들었던 시기에 기댈 곳이 필요했고 의지할 데라곤 오로지 '신앙'뿐이었던 거다.
눈물 콧물 쏙 빼고 나면 홀가분하기도 했다.. 마음의 짐이 좀 덜어진 느낌이랄까. 허허..
교회나 성당은 사실 유학생들에게는 만남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유학을 오기 전, “유학 가면 무조건 교회 나가라!”라고 하던 유학 선배들의 조언도 있었다. 그 말처럼 교회는 단순한 신앙의 장소가 아니라 외롭고 낯선 환경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만남의 장인 셈이다. 신앙을 통해 내 삶에 그토록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그 만남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영원한 건 없다 그랬던가.. 그렇게 신실했던 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해갔다.
내가 유학생활을 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결과를 만들어낼 때마다, 자연스럽게 교회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삶의 중심이 변하면서 점차 우선순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학 생활에 익숙해지고, 나만의 길을 찾으면서 교회에 가는 대신 공부와 일, 개인적인 계획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그렇게 거의 8년 넘는 시간 동안 교회와 담을 쌓고 지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헛헛하고 그리운 느낌이 들었고, 삶의 여러 어려움과 갈등 속에서 다시 한번 신앙이 주었던 평온함과 위로가 떠올랐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나는 어디에 의지하고 있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시 교회에 발걸음을 내딛고자 했지만, 역시나 너무 어려웠다. (교회도 다니고 성당도 다니고.. 족보 없이 여기저기 기웃기웃거렸다.)
내가 갈팡질팡하며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고맙게도 내 주변에는 신앙을 통해 나를 일깨워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방황할 때마다 한 마디의 작은 말, 따뜻한 조언, 그리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들을 통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천주교 갓난아이였던 나를 걸음마부터 지금까지 동행해 주신 신부님들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할렐루야)
이런 시간들은 내 삶에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다주었는데, 나의 믿음이 다시 살아나면서, 나는 그동안 멀리했던 교회와 신앙생활에 조금씩 다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물론 집 앞을 나가기까지는 너무나도 귀찮다. 그렇지만 미사가 끝나면 기분은 늘~좋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신앙은 단지 위로를 주는 존재가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주는, 나와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것을.
Glaube versetzt Berge.
(믿음은 산도 옮긴다.)
지금까지 독일어 한 스푼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더욱더 유익한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Tschüß, Auf Wiedersehen!
(안녕,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