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 Natur ist unser bester Lehrer.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는 우리 반 아이들과 항상 수업 전, 아침 산책을 나간다.
행운스럽게도 학교 뒤편에 바로 산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자연 속을 걸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신다. 1학년 때만 해도 아이들이 1km를 걷는 데 30분 넘게 걸렸고, 중간에 반드시 한 번은 쉬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이 많이 커서, 1km를 금방 후루룩! 걷고, 1시간 정도 걷다 보면 5km도 쉽게 갈 수 있다. 퇴근 후 내 걸음 수를 확인해 보면 평균 만보 이상이 찍히니, 따로 조깅 할 필요가 없다.. 허허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하면서 자연의 변화도 많이 느낀다. 지금과 같은 겨울에는 눈이 소복히 쌓여 설산이 참 멋지며, 길이 하얗게 반짝이고, 가을에는 단풍잎들로 알록달록 멋지고, 여름에는 푸르게 우거져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아이들은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며, 나도 그들과 함께 자연을 만끽하는데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독일 검은숲의 나무들은 빼곡히 자라서 높은 일자형 나무들이 많다. 그런 숲 속을 거닐며 아이들에게 "얘들아, 이 산에는 자연이 만들어낸 알파벳들이 많이 있어! 찾아봐!"라고 말하니, 아이들은 마치 보물 찾기라도 하는 듯이 산책을 하며 자연 속에서 다양한 알파벳을 찾아낸다.
"이 나무는 Y처럼 생겼어!"
"이 나뭇가지는 대문자 L이고, 이건 소문자 l이야!"
기특한 녀석들..!
아마 초등학생이라면 다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독일은 자연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보내는 시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찐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학생들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물론 공부도 중요하지만, 자연과의 교감이 아이들의 성장에 크나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 문화가 있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의 옷은 항상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물론, 나 역시 학교에서 일할 때 입는 신발과 옷은 따로 있다. 한국처럼 포멀한 옷이 아니기에 사실 한국 사람이라면 "선생이 뭐 이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 신발은 늘 산책 때문에 흙투성이니까 말이다. 하하!
아이들은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가끔 산책 도중 아이들이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선생님, 아침인데 왜 태양이 보이지 않아?", "왜 안개가 있어?", "어떤 나무는 작은데, 어떤 나무는 이렇게 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난 진지하게 답을 하면서도 속으로 웃음을 참는다. 또한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모르는 질문들로 난감해 하기도 한다.
최대한 의미있게 설명을 해주면 고개를 끄덕이며 "오호~~~" 라고 하는 아이들을 보면 짜식들.. 귀엽긴 하다.
자연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들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나무나 꽃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렇게 작은 것들이나 길가에 떨어진 돌맹이에도 의미를 두고, 그것을 통해 배우려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신기하고도 귀엽다.
가끔은 주머니 한가득 열매와 나뭇가지, 돌맹이를 들고와서는 집에 가져갈거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 '거참.. 별걸 다 가져간다 그러네' 라고 절레절레 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만의 순수함에 또 웃음은 난다.
아, 그런 일이 있은 이후, 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산에서 발견한 나뭇가지나 돌들은 산에만 머물러야 해. 학교나 가방의 일원이 아니야. 산에서 행복하게 지내야지!”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은 처음엔 조금 싫은 표정을 짓다가도, 금방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의 순수함과 상상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자연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믿어본다.
자연에서의 수업은 그냥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 반 아이들은 길을 걷거나 바람을 맞으며, "선생님, 저기 무슨 벌레 있어!"라며 작은 생물들을 발견한다. 그러면 난 "무슨 색깔이야?" 등등 스무고개를 하는데, 그들은 벌레 하나하나에 대해 엄청 신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가끔은 농담처럼 대답하는 이야기들도 아이들은 정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는데, 아마 아직 어리기 때문이겠지.. 허허
아이들은 산책을 하면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나는 그 질문에 답하며 함께 배우는 즐거움을 느낀다. 우리가 자연에서 경험하는 작은 순간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고, 그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큰 도움이 된다.
결국, 이 작은 교훈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면, 이 한시간 남짓한 아침 산책이 진짜 중요한 교육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쓰고나니 내가 마치 숲의 찬양자 같지만..
자연은 중요한 것이다! 암, 그렇고 말고!
Die Natur ist unser bester Lehrer.
(자연은 우리의 가장 훌륭한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