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pätungen gehören dazu.
독일에서 기차를 탈 때면, 여행에 대한 설렘은 잠시뿐이다. 기차가 연착된다는 사실을 알리며 전광판에 ‘Verspätung’ (연착)이라는 단어가 뜨면, 그 설렘은 곧 짜증으로 바뀐다.
독일철도(DB)는 매일같이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기차가 정시에 도착하는 날을 세어본다면 손에 꼽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독일 사람들 사이에서는
Pünktlichkeit ist eine Herausforderung bei der Deutschen Bahn
(정시 도착은 독일 철도에겐 엄청난 도전)
이라는 말도 농담처럼 사용된다.
기차는 자주 연착되고, 심지어 예약한 기차가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왜 독일에서는 기차 연착이 자주 일어날까?
연착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Personal Mangel (인력 부족)이다.
독일 철도의 기관사들은 매우 낮은 월급을 받으며, 그로 인해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기관사의 평균 월급은 세전 3508유로(약 525만 원), 세후 2174유로(약 326만 원) 정도다. 이 액수가 생각보다 높게 느껴질 수 있는데, 독일에서 월급으로 525만 원을 받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다.
특히 요즘 집값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데. 원룸에 살지 않는다면, 평균적으로 150만 원의 월세를 지불해야 하고, 그 외에 176만 원으로 모든 생활비를 충당해야 한다. 그만큼 현실적인 생활 비용이 크고, 이 돈을 받고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물론, 기차 연착 문제는 단순히 월급만의 문제가 아니다. 독일과 한국의 철도 문화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국은 철도 시스템에서 정시성을 매우 중요시 여기며, 기차가 연착되면 대대적인 발표와 사과가 이루어지고, 보상도 제공된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정시라는 기대감이 커지지만, 독일은 기차 연착을 일상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Verspätungen gehören dazu' (지연은 이동 중에 당연한 것이다)라는 말처럼, 연착은 예상할 수 있는 일로 간주된다.
독일의 기차 시스템은 방대한 네트워크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관리와 유지보수가 어려운 점도 있다.
특히 고속철도와 장거리 기차가 많아지면서, 기차 간의 연결과 정확성에 대한 압박이 커진다. 이에 따라 연착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여겨지며, 철도 운영에 있어 인프라 확장과 효율적인 관리가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이처럼, 독일에서는 기차 연착이 예상치 못한 사고보다는 기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차가 연착되더라도 사람들은 그에 대해 지나치게 화를 내지 않으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보살들이 따로 없다..) 또한, 정시도착을 하면 다들 박수를 치며 기뻐하기도 한다.. 하하
이러한 차이는 두 나라의 철도 문화와 사회적 기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국에서는 철도의 정확성이 사회적 신뢰의 일부로 여겨지고, 철도 당국은 이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독일은 연착에 대한 문화적 수용이 더 넓게 자리 잡고 있다.
결국, 기차가 연착되는 이유는 단순히 기계적인 문제나 기술적인 결함 때문만이 아니다.
월급 문제, 인력 부족, 교통 인프라의 관리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문화적 차이가 큰 영향을 미친다.
기차여행 중 연착 소식을 접할 때마다 짜증이 나지만, 그냥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차이를 느끼게 된다.
연착이나 기차가 사라질 경우, 다행히도 구매한 티켓 값은 환불받을 수 있으니 경제적인 손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환불정책도 형편없는데, 60분 연착 시 25%, 120분 연착 시 50% 환불받을 수 있으니 사실 59분 연착일 경우 한 푼도 못 받는 경우도 발생한다. (아주 개판이다!!!)
그러니 독일에서 기차 여행을 계획할 때는 연착을 대비해 2시간 정도 여유 있는 시간을 예약하는 게 좋다.
만약 기차가 1시간 이상 연착되거나, 아예 없어져버린다면, 기차역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 빵 한 조각을 즐기면서 그 시간을 보내보자. 뭐, 인생에 여유도 필요하니까!
Verspätungen gehören dazu.
(연착은 당연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