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는 아이가 있어요. 멀찍이 두세 걸음 앞에 어른이 먼저 가고 있어요.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어른의 시야에 들고 싶은가 봐요. 얼른 뛰어가 어른 앞에서 알짱댑니다. 어른은 앞을 보고 폰을 보다가 아이를 쳐다보지는 않아요. 아이의 얼굴이 아래쪽 바닥을 떨구어요.
횡단보도 앞이에요. 아이는 초록불로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몸이 들썩들썩 춤을 추는 것 같아요. 나 역시 같이 들썩여요. 어른은 힐끔 아이를 한번 보더니 시선이 다시 폰을 향해요. 아이에게 왜 이리 차가울까요. 폰에 뭔 중요한 일이 있어 그렇게 열심히 보는지 알 수 없어요.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한들 그러면 안 봐도 되는 걸까요. 아이의 손이라도 꼭 잡아줬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동그란 눈이 외면받고 있어요.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뀌었어요. 어른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길을 건너요. 아이는 비행기처럼 양팔을 펴고 무게중심을 앞으로 하고 쌩하고 날아가요. 차도 폭이 넓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귀여운 아이의 모습을 유심히 봐요. 길을 건너 언덕 위로 올라가는 두 모녀의 모습을 보아요. 아이 홀로 해바라기 같아요. 어른이 다른 곳을 보아도 한결같아요.
아이에게는 보호자가 필요해요. 아이는 늘 어른의 관심을 먹고 자라요. 초롱초롱한 아이의 얼굴은 늘 어른에게로 향해있는데 아랑곳하지 않아요. 그 어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이의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아이의 마음을 언제 받아주고 사랑을 줄 수 있을까요.
지나가는 그 어른이 나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아이의 마음을 무시한 채 길을 지나가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지금은 다 커버린 아이들이 " 엄마는 내 말을 이때 들어주지 않아서 속상했어."라고 했던 순간이 떠올라요.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를 배워간다는 걸 모든 어른이 알고 노력해 가면 지금보다 더 따뜻한 세상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뛰어가는 아이가 걸을 수 있게 시선을 맞추며 마음을 읽는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