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 하고 싶은게 없는 아이
"할 게 없어요."
인사보다 먼저 나오는 말이다. 그러면 나는 으레 "그러면 책 읽어."라고 대꾸한다. 연계형 돌봄에 오는 친구들 중 열에 하나 정도는 책 읽는 걸 좋아한다. 대다수는 책을 무슨 벌레 보듯 한다. 그마저도 책을 좋아하던 아이가 다른 아이들이 오기라도 하면 책을 덮고 놀기 바쁘다. 그래라. 친구들이 많을 때 열심히 놀아라,라고 얘기한다. 아무도 없이 혼자 있을 때 책을 읽어야 집중이 잘되니까 말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아이들은 꿈이 있다. 나중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요즘은 좀 현실적으로 변하기는 했지만 공무원이 되고 싶다거나 유투버, 축구선수 등 인기가 있을법한 쪽의 직업이 선호대상이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는 대부분 선생님, 의사, 과학자였다. 선망의 대상 혹은 돈을 많이 버는 정도의 그 꿈들은 어느새 역시속으로 사라지고 있는가 보다.
한 아이는 꿈이 없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냥 없다고 말했다. 너 좋아하고 잘하는 건 어떠냐고 했지만 그것도 없다고 했다. 내가 봐서는 잘하는 걸로 직업을 찾아도 좋을 것 같지만 자신의 선택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꿈을 좇고 미래의 일을 선택하는 작업은 그리 만만치 않다.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엄연히 다르지 않은가.
적어도 나만 봐도 그렇다. 내가 좋은 걸 하려고 마흔이 넘어서야 서류를 몇십 장 넣고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이십 대엔 결혼하느라 다른 사람들처럼 일하지 못한 채 도망갔던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니다. 그렇진 않을 거다. 나 역시도 내 삶을 충실히 살아온 걸 거다. 조금 일찍 가족을 만들고 자립시키느라 20년을 보낸 걸 거다. 경력단절이라는 말이 슬프다. 내 경력은 주부일 텐데 사실 단절이라고 할만한 경력이 있는 것도 없다. 내가 하고 싶었던걸 찾아가는 게 모든 인생의 과정일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난 꿈을 좇고 있다. 그것으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