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나오라고 해!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by 미니 퀸

Unit 7

I would like to talk to the manager.


"오늘은 unit 7 나갈 차례지요?"

S 문화센터 영어반은 생활영어를 위주로 하는 회화수업이다.

고급진(?) 회화를 위한 적절한 조동사 사용은 기본.

"다 아시겠지만 may, would, could는 모두 공손한 표현을 위해서 쓰이는 조동사입니다. 예를 들어, I would like to talk to the manager. 이렇게 문장에서 사용할 수 있겠지요."


"어? 선생님~?" 평소에도 재치 있는 농담을 잘하는 P님에게 모두의 눈이 꽂힌다.

"선생님~ 이거 우리식으로 하면 '사장 나오라고 해!' 아닌가요?"

P님의 장난기 어린 코멘트에 교실은 빵 터졌다.

하지만, 깔깔댐의 첫맛은 개그콘서트지만 뒷맛은 입 안에서 씹혀 터져 버린 벌레였다.


자연히 '사장 나오라고 해!'로 시작하는 진상이 화두에 올랐다.

다들 갑질이란 평생 안 해보신 것 같이 신문기사에 나온 이야기들만 남의 일이란 듯이 말씀하셨다.


사실은 우리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다고 한 것이 갑질이 될 수도 있는데...

상대방의 입장에 서 보지 않으면 인지조차 못 할 수 있음을...

나는 경험했다.




벌써 20년도 지난 일이지만 그 당시 난 내가 불이익을 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나 있었다. 펀드에 투자되는 상품에 자동이체를 걸어놨는데 7~8개월이 넘어서야 일처리가 제대로 안 되어 있어서 그동안 이체가 안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서류를 요청하기에 그 당시 fax를 보냈고 서류받은 것까지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했고 잘 처리되었다는 confirm(확답)까지 받았기에 이 부분은 완전히 잊었다.

자동이체를 왜 시키는가. 더 이상 신경 안 쓰기 위해서 자동으로 처리해 놓는 것이 자동이체인데...


뒤늦게 일처리가 제대로 안 된 것을 알고 항의전화를 했을 때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죄송하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fax(팩스)로 서류까지 보내고 확인 전화까지 해서 잘 처리되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럼 이거 누가 처리한 것이냐고, 그동안 이체 안된 거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답답한 마음을 전화받은 상담원에게 쏟아냈다. 그 당시 억울한 거 나였고, 일처리 제대로 못하고 책임도 질 방법이 없다고 하는 상담원은 무능력했기에 나의 속은 뒤집혔다. 결국 난 피해자가 되었고 아무것도 해결 받지 못한 채로 그 일은 묻혔다. 그리고 서서히 내 기억 속에서도 사라졌다.


그런데...

몇 달 전에 <<콜센터>>라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그리고 떠올랐다. 이름 모를 그녀가.


책을 읽는 동안 내 얼굴은 화끈거렸다. 나와 대화했던, 아니 일방적으로 나는 할 말만 하고 그분은 죄송하다는 말만 했던 그 상담원 입장이 어땠을까? 그분은 심지어 일처리를 잘 못했던 당사자도 아니었고 단지 내 전화를 순서대로 받아 대응한 분이었는데...

책 속 갑질하는 진상에 내 모습이 겹쳐지면서 입술이 바짝 마르고 가슴은 마구 뛰었다.


20년 전 전화받았던 분을 찾을 수도 없고... 혹시 이 글이 그분께 전달될 수 있다면, 꼭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죄송합니다."


결국 메시지가 문제가 아니라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문제였다.




수업 중 다뤄진 내용은 진상에 대해 약간 겉도는 것 같은 얕은 이야기였기에 조금 아쉬웠지만 영어수업은 마무리 지었다.

'사람 아래 사람 있다'는 태도인 "사장 나오라고 해!"는 지양하고,

사람 존중 온도가 옆에서 느껴지는 "I would like to talk to the manager." (매니저와 얘기할 수 있을까요?)를 사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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