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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Apr 12. 2024

살림, 재미있게 할 수 없을까?

살림 고수에게 배우는 살림 쉽게 하는 방법

쌓여있는 설거지, 빨래 더미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하...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몸을 움직여 실행에 옮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살림하는 게 재밌어?


이미 충분히 깨끗한 집을 매일같이 쓸고 닦는 동생에게 물었다. 같은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상하게 나와 동생의 청소 성향은 정반대다. 부모님의 깔끔 DNA가 동생에게 몰빵 되었는지, 동생의 살림은 춤추듯 수려하지만, 나와 살림은 늘 엇박자다.  


부모님께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들은 적은 없었지만 "치워라"라는 말은 결혼 전날까지 들었다. 결혼하면 더는 같은 잔소리를 안 들어도 되는 줄 알았건만, 잔소리하는 주체만 달라졌을 뿐 난 여전히 치우라는 말을 듣고 산다. 삼십 년이 넘도록 나를 따라다니는 '치워라'라는 잔소리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 올해는 기필코 살림과 결판을 내기로 다짐했다.


살림을 배우는 것은 시험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 단기간에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합격수기를 읽어야 하듯 살림을 제대로 배우려면 가장 먼저 살림꾼들의 합격수기를 찾아봐야 한다. 합격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무언가가 바로 합격의 key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의 살림꾼들에게 살림 잘하는 방법을 물었다. 그리고 살림과 관련된 책들을 읽었다.


살림꾼들이 공통적으로 입 모아 하는 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살림은 무조건 쉬워야 한다는 거다. 하루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아도 집이 깔끔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 그게 바로 살림이 재밌어지는 비결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살림을 쉽게 하는 시스템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살림이 쉬우려면 살림할 게 많이 없어야 한다. 일단 관리해야 할 물건이 많지 않아야 하고,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건조기 등 나의 시간을 지켜주는 가전이모님을 들여야 한다. 또 물건마다 명확한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주변에 워킹맘이지만 늘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회사 동료가 있다. 매일같이 늦게까지 일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깔끔하게 집을 치울 수 있는지 물어보니,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소파에 앉지 말고 널브러진 물건들을 정리한 후 쉬면 된다고 했다. '정리하고 쉬기' 단순히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그 효과는 실로 어머어마했다. 쉬고 정리하는 것보다 청소하는데 시간과 에너지가 반의반의 반도 들지 않는다고 했다. 원래 미루면 더 하기 싫은 법이니 말이다.


살림꾼들이 알려준 방법으로 요 며칠 살림에 우선순위를 두고 생활해 봤다. 확실히 전보다 살림이 쉽긴 했다. 바닥과 식탁, 책상 등에 물건이 올라와있지 않는 것만으로도 집이 훨씬 깨끗해 보였다. 살림 문제로 남편과도 많이 부딪혔었는데, 집이 깨끗해지니 남편과 사이도 좋아졌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인정을 받으니, 실제로 신도 났다.


살림을 해서 좋았던 기억이 쌓이면 살림이 좋아진다. 남편과 아이들이 좋아해 주니 살림이 점점 좋아졌다. 전날 밤에 집을 치워놓고 잠드니, 다음날 아침이 기다려졌다. 하루의 시작이 즐거우니 그날 하루 전체가 좋았다. 살림이 좋아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좋은 습관을 만드는 건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지치니 가장 먼저 손에서 놓는 것도 살림이었다. 집 상태가 내 마음의 상태를 보여준다더니 정말 맞는 말이었다. 체력을 회복하고, 집을 치우면서 어떻게 하면 살림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봤다.


"아니, 잠 안 자?" 새벽 2시가 다 되어가도록 노트북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며 남편이 물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하고 노트북을 끄려는 순간, '아 이거구나' 싶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즐겁게 몰입하는 일에 살림을 더하면 되는 거였다.


좋아하는 일에 살림 뿌리기


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게 하나씩은 있다. 그게 게임일 수도 있고, 운동일 수도 있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일 수도 있다. 내게는 글쓰기, 영상편집과 같은 콘텐츠 제작이 그렇다. 그날의 감정, 일들을 유형의 형태로 만들어 기록하는 것을 즐긴다. 비록 아이들을 키우고, 집을 돌보느라 업로드 횟수가 많진 않지만, 여건만 되면 밤새워 작업하는 나만의 즐거움이다.


살림 안에서 재미를 찾기 힘들다면 좋아하는 일에 살림을 얹으면 된다. 운동을 좋아하면 스쿼트 하며 빨래를 널면 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 좋아하면 요리를 배우면 된다. 살림을 제대로 배우기로 결심한 뒤 브런치북 <나도 살림 잘하고 싶다>와 유튜브 <미라클살림> 계정을 만들었다. 콘텐츠 만드는 걸 좋아하니, 살림을 콘텐츠로 삼은 거다. 실제로 살림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글과 영상으로 만들어 기록하니 재미도 있고, 꾸준히 해나가는 동기부여도 됐다.


살림이 재밌어지는 나만의 치트키


살림과 친해지려고 많은 고민을 한 사람으로서 살림은 잘하려는 강박을 버릴 때 그제야 좀 쉬워지는 거 같다. 모든 일이 그렇듯 원래 처음만 어렵지, 나중엔 지금보다 쉬워지고, 능수능란해지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살림 같이 해보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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