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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Apr 20. 2024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 여자에게 배우는 버리기 기술

1분 만에 읽는 곤도 마리에 <정리의 힘>

잘 모르는 분야를 공부할 때 주로 책을 먼저 읽는다. 그래서 이번에 살림을 배우기로 할 때도 가장 먼저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명언을 남긴 곤도 마리에의 <정리의 힘> 책을 산 거였다. 책은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쉽고, 메시지도 명확했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흔히 정리를 매일 조금씩, 공간별로 차근차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곤도마리에는 가랑비 옷 젖듯 정리해서는 이번생에 절대 정리를 끝낼 수 없다고 했다.


1.

정리라는 것은 지금 내게 설렘을 주지 않은 물건을 버리고, 남은 물건들의 자리를 정하는 일이라고 한다. 매일 사부작 하는 일이 아닌 마음 잡고 1회로 끝내야 하는 행위며, 공간이 아닌 물건별로 분류하는 일이었다. 그동안 그 반대로만 하고 있었으니, 내 정리는 힘만 들고, 금세 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갔던 것이었다. 역시 정리도 배워야 하는 일이었다.


2.

정리에는 순서가 있다. 의류 → 책 → 서류 → 소품 → 추억 순으로 정리해야 한다. 각 방에 있는 물건들을 한 곳에 모은 다음 버릴지, 남길지 분류해야 한다. 버리는 기준은 제 기능을 다한 거나 더 이상 만졌을 때 설렘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각 물건별 정리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의류

- 집안의 모든 수납공간에서 옷을 꺼낸 후, 철 지난 옷부터 정리한다.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당장 입고 싶은 게 아니라면 실내복으로라도 입을 생각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

- 설레는 옷만 남겼다면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 개서 세운 상태로 수납해야 한다. 옷을 걸 때는 같은 종류의 옷끼리 이웃한 후 왼쪽에는 길고 무거운 옷, 오른쪽은 가벼운 옷 순으로 걸어야 한다. 코트-원피스-재킷-바지-스커트-블라우스 순처럼 말이다.

- 그리고 철 지난 옷을 수납할 때는 계절별이 아닌 면 소재 옷, 울 소재 옷과 같이 소재별로 모아야 정리하기가 쉽다.


2) 책

책 역시 한 곳에 모아놓고 정리해야 한다. 책장에 있는 책들을 전부 꺼내 종류별로 나눈 후,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는 설레는 책만 남기고 다 버려야 한다. 아직 다 읽지 않았지만, 언젠가 읽을 책 역시 버려야 한다. 책은 타이밍이다. 책을 만난 그 순간 읽어야 하지, 그 시기를 놓쳐 지금까지 읽지 않은 책은 앞으로도 읽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3) 서류

서류는 '지금 사용하는 것, 한동안 필요한 것, 보관할 필요가 있는 것' 외에는 다 버리는 게 원칙이다. 그러면 보존 서류와 미처리 서류만 남게 된다. 미처리 서류들은 한 곳에 모아둔 후 처리하고 바로 버린다. 계약서와 보험증서와 같은 보존 서류는 클리어파일 한 곳에 모아서 관리한다.


4) 소품

소품 정리에도 순서가 있다. 스킨케어용품 → 메이크업용품 → 액세서리류 → 귀중품류(인감, 통장, 카드 등) → 기계류(코드류 등 전기 관련 물건) → 생활용구(문구, 재봉 도구 등) → 생활용품(약류, 세제, 티슈 등 소모품) → 주방용품, 식료품 → 그 외 용품 순으로 종류별로 정리해야 한다.  


5) 추억

사진, 본인의 어린 시절, 자녀와 관련된 추억의 물품을 비우는 것 역시 '설렘'을 기준으로 한다. 저자는 정리를 과거 하나하나에 결말을 내는 행위라고 한다. 우리는 물건을 마주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가 아닌 현재의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간을 과거의 자신이 아닌 미래의 자신을 위해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의 자신을 위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과거의 물건과는 주기적으로 작별을 해야 한다.


3.

수납에도 원칙이 있다. 수납은 물건별로 묶어 물건 주인의 방에 위치시키는 게 기본 원칙이다. 잘 정리해 보겠다고 동선이나 사용빈도를 따지며 수납시키곤 하는데, 그러면 물건이 기준 없이 흩어진다. 물건은 그 물건이 위치해야 할 직관적인 위치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세워서 수납해야 한다.




책을 읽고 나니 책 제목이 왜 '정리의 기술'이 아닌 <정리의 힘> 인지 같았다. 책은 단순히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정리를 하면 인생이 변하니, 정리하는 인생을 사세요~' 하는 전도 느낌이 강했다.


예전에 우울감을 치료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즉각적으로 변화를 볼 수 있는 청소나 설거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제 보니 정리도 이와 비슷했다. 정리를 하면 자기 효능감과 신뢰감이 생겨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올라가고, 그 힘으로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젠 책을 덮고 직접 따라 해볼까 한다. 책에서 소개한 방법대로 앞으로 5주간 의류, 책, 서류, 소품, 추억순으로 물건을 비워보고, 그 과정을 이곳에 남겨볼 생각이다. 마침 날도 많이 따뜻해졌는데, 옷장부터 정리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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