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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May 03. 2024

책 덕후, 책 100권 버리다

미니멀라이프 도전기 2. 도서

옷 버리기에 이어 이번에는 책 버리기에 도전했다. 사실 지금 집으로 이사오기 전에도 약 백 권이 넘는 책을 버린 적이 있어서 이번주 <책 100권 버리기 프로젝트> 미션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먼저 책장에 있는 책을 모두 꺼냈다. 전에 많이 버렸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로부터 벌써 4년이 지나있었다. 그 사이 아이들도 둘이나 생기고, 남편도 새로운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책장은 아이들 책과 남편 책만으로도 이미 포화상태였다.  


책장의 기능을 상실한 이전 책장 ;;


꺼내놓은 책들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했다. 그리고 그중 남길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기로 했다. 남기는 기준은 명확했다. 평생 소장하고 싶은 인생의 베스트셀러만 남기고 다 버리기.


읽은 책들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지인에게 선물 받은 책과 아직 다 읽지 못 한 책들을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정리의 힘> 책에서는 '책은 타이밍이라 만나는 순간 읽지 않으면 앞으로도 읽지 않는다'라고 지금까지 안 읽은 책도 정리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미련이 남아 차마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애매한 책들은 침대 옆에 두고 2주의 유예기간을 뒀다. 2주 내에도 이 책들을 읽지 않는다면 미련 없이 버리기로 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다 읽지 못했다. 독서의 동기가 흥미가 아닌 의무가 되니 책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책들도 고이 보내주기로 했다. 필요하면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된다고 생각하니 작별이 그리 슬프지 않았다.


노력을 기억하고 싶어 간직했던 지난 수험서들과 남편의 수험서, 더 이상 설렘을 주지 않는 애장서와 나눔으로 받은 아이들 책 중 지금 시기에 읽히기 적절하지 않은 책 등 거의 100권에 가까운 책들을 정리했다.


정리대상 책 중 수요가 있는 책은 알라딘 중고서점이나 당근마켓을 통해 판매를 했고, 수요가 없는 책 중 깨끗한 책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를 하고, 그 외 책들은 분리수거함으로 보내줬다.


멀끔해진 AFTER 책장


책장을 또 한 번 비우고 나니, 역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테리어는 '여백의 미'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책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앞으로 책은 사지 않고 빌려보기로 다짐했다.


예전에는 책을 가지고 있어야 책을 오래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소장과 기억은 전혀 다른 얘기였다. 책을 가지고 있어도 우리가 같은 책을 두 번 이상 읽을 확률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시 끌리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게 책을 기억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됐다. 대출 기한이 마감효과를 줘 책을 끝까지 읽을 동기 부여가 됐고, 곧 보내줘야 할 책인 걸 아니 책을 읽을 때 집중도도 올라갔다. 그리고 책의 감상과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나 정보 등을 블로그에 적으니 비록 책장에 책의 실체가 없어도 책의 내용과 당시 내 감정은 블로그와 기억 속에 켜켜이 쌓이고 있었다.


현재 우리 집에 있는 책장은 내가 중학생 때부터 써왔던 12칸짜리 책장 하나다. 주변에서는 아이 있는 집이 책이 너무 적다고 책장을 더 사라고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이 책장 하나에 각자의 인생 책을 전시하며 지낼 생각이다. 


물론 지내다 보면 새로운 책들로 책장이 한 번씩 가득 차질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럼 뭐 어떤가? 그럴 때면 이번에 정리했던 것처럼 각자 자신만의 베스트 도서를 선발하고 그 외 도서를 보내주면 된다. 각자 인생 책을 선발하고, 소개하는 시간이라니 상상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 웃음이 난다.  


온전한 휴식 공간인 집에서 즐겁게 책을 즐기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책을 사서 모으기보다는 빌려서 읽고, 블로그 등의 SNS에 글로 남기길 추천한다. 책장이 꼭 집에만 있어야 하는 법은 없지 않은가?


BUY 말고, BORROW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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