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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너 하나만 사랑을 하고 싶어

지독하게 열병을 앓은 ..그후..

by 규린




엄친아 민하준은 이별 이후 대학을 졸업했고 자신의 숙명대로 묵묵히 엘리트 코스를 밟아나갔다. 아버지 회사에 취업해 낙하산 소리 듣지 않으려 인턴부터 밟아 기획실장까지 올라갔으며, 모두에게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경영학과 김채은, 엘리트였던 애인과의 이별 이후 한 학기를 휴학한 후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시간을 보냈다. 아직도 빈자리가 이렇게나 느껴져서 채은은 그 생각이 날 때마다 울컥하곤 한다.

너무 나도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두 사람에 접점이 없을 것만 같았기에 서로는 서로의 일상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어느 날, 카페에서 과외 알바 커리큘럼을 작업하고 있던 채은은 창밖에 갑자기 내리는 비에 당황했다.

" 아..씨..우산 안 가지고 나왔는데"

그날 날씨도 따뜻해서 옷도 얇게 입어서 감기 걸리기 좋은 날씨라고 생각한 채은이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데 도저히 기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카페 앞 벤치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데 으슬으슬 추워졌고, 그녀의 머리 위로 그늘이 드리워졌다.

검정색 우산 하나.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고 잊지 못해 아파하던 장본인 민하준이 김채은 앞에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 쓰고 가"

웃음기 하나 없는 정적인 말투로 채은의 마음을 후벼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신경 안 써준 게 누군데 또 마음을 흔들려고 하는 건지. 채은은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가려 일어섰다. 다시 한 번 하준이 붙잡았다.

" 뭐예요? 오빠가 날 이제 신경 쓸 건 아니잖아"

" 내가 널 몰라서 그러냐, 그냥 줄 때 쓰고 가 짜증나게 하지 말고"

" 그니까 왜 오빠가 짜증이 나냐고요!!"

채은은 언성을 높였다. 그랬다 2년 전에 이미 눈물로 이별하고 끝낸 연인. 이제는 남이어야만 했는데 왜 이 사람은 자신을 자꾸 흔들까.

" 이미 헤어져 놓고 이렇게 여지 주지 마요. 그거 진짜 나쁜놈이야"

채은은 돌아섰고 그렇게 비를 터덜터덜 맞으며 집까지 걸어갔다.

다음 날, 채은의 집 앞에 약과 죽이 사다져 있었다. 채은은 그 일이 있고 난 후 밤새 지독한 열병을 앓았다. 성격상 병원도 잘 안 가기에 겨우 열이 떨어져 문을 열었는데 하얀 봉지가 문 앞에 걸려있었다.

" 약..죽..복숭아 사탕.."

직감적으로 알았다. 전 애인이라는 사실을.

하준은 그 뒤로도 채은을 신경 쓰고 있었다. 채은은 그런 하준이 짜증이 났고 만나면 한 소리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하루는, 동기들이랑 술을 마시고 채은은 볼이 발그레 상기된 채 그대로 필름이 끊겼다.

" 으..머리야"

-부재중 전화 3통-

부재중 전화를 다시 걸었더니 동기가 상황을 설명해줬다. 술에 쩔어서 하준을 불렀다고. 결국 자신의 집까지 데려다 준 건 다름 아닌 하준이었다고 했다.

채은은 후우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하준에게 문자를 넣었다.

지웠지만 외우고 있는 번호로.

- 나랑 만나서 이야기 좀 해요-

-그래-

하준과 채은. 첫 고백이었던 카페에서 만났다.

" 오빠, 어제는 죄송합니다. 이제 다시 볼 일 없을 거예요"

" 왜 그렇게 단호한데?"

"....우리 이미 끝난 사이 아닌가요?"

하준은 이제껏 보여주지 않는 눈빛으로 채은을 바라봤다.

"..... 나는 너 잊고 순탄하게 살았을 거 같니?"

" 네. 민하준씨는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요"

".....어째서? 나는 널 보내고 하루도 편안한 적이 없었어"

" 그런 사람이 왜 절 안 붙잡았어요? !! 오빠는 날 사랑했다면 붙잡았어야지!"

하준은 처음으로 채은에게 화를 냈다.

" 사랑해서,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니가 어떤 생각으로 그 말을 내뱉었는지 느껴졌기 때문에 붙잡지 못했을 거란 내 생각은 안 해?!!!"

채은은 애써 눈물을 삼키며 하준에게 꿋꿋히 말했다. " 나는 안 그랬을 거 같아요? 애써 오빠와의 추억을 삼켜도 여전히 빈자리고, 내 곁에 온기는 없고 내가 오빠 때문에 얼마나 얼마나 울었고 아팠는지 오빠는 모르잖아요"

하준은 끝내 우는 채은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 니가 없인 나 도저히 못 살 것 같아.. 이게 내가 적게 보여준 사랑이란 죄면 벌받을게 그리웠고 보고 싶었어"

채은은 자신도 모르게 그 따뜻한 온기에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다. 묵혀왔던 감정들이 터져서 다 쏟아내었다. 하준은 채은을 태우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 나는 널 사랑해서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 그건 알아줘 김채은"

미칠 듯이 아픈 이별을 경험한 한 남자는 자신의 곁을 지켜준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이따금 깨닫는다. 다시는 놓치지 않을 거라 다짐하며, 사랑의 상처에 연고를 발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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