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퍼져나가는 민들레 꽃씨처럼
올해 초만 해도 나의 좌우명은
'후회하지 말고 살자'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후회'라는 것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였는데,
후회라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항목이 아니라,
반드시 인생에 있어서 필요한 항목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라지요.
과거 내가 생각하던 후회는,
'과거를 계속 곱씹으며, 그곳에 머무르는 것'
미래를 나아갈 수 없게 만드는
족쇄 같은 것이라 생각했죠.
그러나 최근 제게 큰일이 하나가 있었는데,
저는 그 사건을 '7자 대면'이라 칭합니다.
각설하고, 그 사건을 통해 후회는 인생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후회라는 것은,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죠.
제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원했던 것은,
완벽한 삶을 원했던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이 세상에 완벽한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당장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모르는 데다가,
'완벽'의 기준은 누가 정할까요.
성인이라 불리는 예수와 석가모니조차
불완전한 삶을 살았는데,
한낱 우리가 완전한 삶을 산다는 것을,
이를 고사하더라도 알 수는 있을까요.
그러나 조금은 더 나은 삶,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후회를 통해서,
나의 삶을 반추하고
더 좋은 삶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완벽한 삶은 아니더라도,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겠지요.
이제 우리의 삶의 끝인,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비참하게 죽어가는 것과
내가 죽은 후에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것 중,
무엇이 더 비참할까요.
저는,
민들레인 저로서는,
후자를 택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다들 알다시피,
민들레는 죽기 전,
자신의 씨를 꽃처럼 피어냅니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오면,
그대로 날아가 꽃으로서 생을 마감하죠.
어쩌면 참으로 허무한 죽음입니다.
바람 한 번으로
자신의 씨를 퍼트리고 죽게 된다니.
이를 꽃의 입장에서 본다면
비참하게 죽어가는 것이라 생각했죠.
그러나 누군가 꽃을 꺾어 손에 쥐고,
후~ 불었다면,
그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하얀 민들레 꽃씨를 불었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런 기억을 가진 것처럼요.
저는 기억력이 참 좋지 않은 편에 속합니다.
지금 당장만 하더라도,
같이 다니는 친구가 어디에 사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고,
10대 때는 같은 반 친구의 이름도
3월 말이 되어야
다 외우는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내게 즐거운 기억,
그리고 내가 관심이 가는 사람이 있으면,
한 번 그 이름을 불러서라도 외우는 편입니다.
이름뿐만 아니라 모든 정보를요.
아니, 외워지더라고요.
그런 금붕어 같은 기억력을 갖고 있는 데 반해,
먼저 하늘로 떠나버린 제 지인들을
항상 그 기간이 되면,
그들과의 추억을 회상하곤 합니다.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떠났던,
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나의 기준에서는,
그들을 비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남긴 세상 속에서,
가끔 그들과의 추억을 회상하고,
더 좋은 추억들을 만들어,
훗날 하늘에서 만난다면
열심히 이야기보따리를 풀 준비를 하는 것,
그뿐입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낭만을 쫓아다니는 사람이,
민들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나의 삶 역시,
어쩌면 허무하고 비참하게 끝날 순 있지만,
누군가의 추억 속에 담기기 위해서죠.
이런 삶을 원하지만,
후회는 부정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후회를 해야,
나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
에 대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후회는, 시간이 아까운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미래의 나를 위한
현재의 나를 재정비하는 시간입니다.
후회는,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에요.
감정이 아니라 행위일 뿐입니다.
우리가 느껴야 하는 감정 같은 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고,
깨닫고,
배우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은 드라마틱한 성장을 할 수 있어요.
마치 제가 부정적인 인간에서
후회를 한차례 한 후에
긍정적인 사람으로,
부정적으로 지냈던
지난 14년을 부정한 것과 같은 일이죠.
민들레처럼 가장 화려한 순간에,
한 순간의 바람으로 허무하게 죽지만,
많은 사람들 기억과 추억에 남아
아름답게 존재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반추와,
사고를 통해 나의 세상을 확장시켜야 하며,
나의 세상에 많은 사람들을 들여야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