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을

참아야 하느니라.

by 빛의투영

어젯밤에 열심히 키보드를 뚝딱거려 작성한 치유농업 해외 사례 정리가 날아가버렸다.

허탈 감에 나의 멘털도 날아가버린 건지. 너무 멀쩡하게도 "하~ 다시 하지 뭐"라는 말을 툭 내뱉고 있었다.

짜증이 날 만도 한데 스트레스받을 일이 많다 보니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시원해서 살만 하다. 한낮의 하우스 안은 살인적이라고 할 수 있다.

8시부터 아이스팩 조끼를 입고 일을 시작한다. 일하다 중간에 나와서 챙기기가 쉽지 않다. 레일에 박스 3개를 싣고 밀고 다녀서 가득 채워야 밖으로 나온다. 중간중간 수분 보충은 필수다.

처음에는 천장에 달아 둔 스피커로 라디오를 들었는데 내 속도 시끄러운데 정치 경제 이야기하면서 국회의원들이 나와서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것이 듣기 싫어졌다.

엄마는 작은 라디오를 가지고 다니셨고 동생은 영어 공부나, 교육에 관련된 강의를 들었다.

나는 치유농업사 파트별 녹음 강의를 듣거나 음악이나 영화를 소리로만 듣는다.

각자 서로의 취향이 있어서 이게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곧 장마가 시작된다고 했다. 비가 오면 좀 시원해지기는 하는데 고추나무 숲이 어두워 잘 안 보인다.

장마 기간이 얼마나 되려나? 빨래는 건조기를 돌려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들로 하루가 흘러간다.

화장을 할 때만 눈이 더 아픈 것 같아서 피부 화장만 할까 생각해 본다.

내일은 눈꺼풀 세정제가 도착한다. 마이봄샘, 눈기름샘 청소라고 쓰여 있었는데 빨리 써보고 싶다. 효과가 있으면 좋을 텐데.. 병원을 가려고 해도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목요일은 아버지 생신이다.

빨리 고추를 따내고 수요일쯤 부모님을 모시고 맛있는 것도 먹고 수국정원에 가서 차 마시면서 구경도 하고 싶다. 매년 이맘때즈음에 가는 곳인데 수국과 메타세퀘이어 나무가 어우러져 너무 아름답다.

목요일은 작은 아이 재활치료 가는 날이라서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라서 하루 당겨 볼까 한다.

내일 까지 고추를 다 딴다면 말이다.

날씨가 더워지니 고추 따는 속도도 늘어지는 것 같다. 저번주까지 물량이 많았는데 반으로 팍 줄어 버렸다.

가격도 떨어지고 흥이 반감되었다. 늘 좋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경매장 시세보다는 좋아서 앉아 울정도는 아니다. 고추 박스가 빨리 없어진다. 남편은 박스 다 어쨌냐고 물어본다 "돈이랑 바꿔 먹었어."라고 말 줬다.


책상 한편에 놓아둔 수채화 물감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시간 나면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한 동안 그림을 안 그렸더니 너무 그리고 싶다. 일을 빨리 끝내고 그림을 그리는 게 낙이였는데 못 하고 있으니 뭔가 허전하다.

이 번 연도에는 치유농업사 자격증을 꼭 따야 한다. 공부에 신경 쓸 시간도 부족한데 그림까지 할 수가 없다.

남편은 그림 그리고 어떠냐고 묻지 않아서 좋을까? 맨날 물어봐서 좀 귀찮아 보이기도 했고 자기는 그림도 안 그리면서 지적질 해대서 "당신도 그림 그려서 보여줘 봐"라고 했더니 " 내가 하면 니 보다 더 잘하지?"라면서 절대 보여주지 않고 깐족깐족 놀리던 것이 추억이 되어 가는 기분이 든다.

밥솥이 밥을 하는 동안 모아둔 그림을 잠깐 꺼내 봤다. 한 참 부족한 그림이지만 계속 그리다 보니 실력이 조금씩 늘어 가고 있어서 행복했다. 배운 적이 없어서 보여주기 부끄럽지만 큰 아이가 잘 그렸다고 해줘서 더 열심히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책상에 놓여 있는 1, 2, 3 권의 치유 농업사 교재들. 참 유혹이 많다.

친구들이 술 마시러 나오라고 했는데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서 "이 언니가 치유농업사 자격증 따고 한 턱 쏘마 딱 기려~"하고 톡을 보냈다. 사실 술도 잘 못 먹는다. 빨리 취하기도 하고 한잔만 마셔도 세상 술 다 마신 듯 빨간 얼굴이 된다. 남편과 나는 집에서 맥주 한 캔을 나누어 마신다. 차라리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더 좋다.

주당보다는 알쓰가 더 났은 것 같다. 남편은 연비가 더 좋은 거라고 했다. 쓸데없이 술을 많이 마셔 취하는 것보다 조금 마시고 적당히 기분 좋은 게 효율적이라나 뭐라나.

저번주는 현충일이 있어서 금 토를 쉬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 주고 몸살 기운이 있어서 푹 잤다.

머리도 덜 아프고 눈도 아주 조금 편안해진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나를 만나러 와줘서 고마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이 과정도 나는 행복하니까.

목표가 있어야 살아갈 맛이나~ 너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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