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야~
요 며칠 눈 떨림과 시린 듯 아파서 눈을 깜빡거리면 눈물이 났다. 눈이 더 나빠지고 있는 것 같다.
귀에서도 삐- 하는 소리가 가끔 들린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인 것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일 년에 한 번은 몸이 버텨내지 못해서 신호를 보내 일주일은 앓곤 했었다.
그 신호가 오는 것 같다. 영양재도 챙겨 먹고 눈에 좋다는 약도 챙겨 먹고 있는 중인데 별 효과를 못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몇 일째 무기력한 상태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요점 정리를 하는데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몇 번째 지우고 다시 쓰고 있는 건지. 안 되겠다 싶어서 다 치우고 잠을 청해 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머리가 텅 비어버린 기분이 든다. 멈춰서 버린 기계 같다고 할까?
피로가 계속되어서 잠을 자도 피곤하다. 알람을 맞춰 두어서 겨우 잠에서 깨어나 움직인다.
몸을 좀 움직이면 머리도 깨어 날까 했는데 뇌에 산소가 부족한지 연신 하품만 해 댔다.
고추를 딸 때는 반복된 작업이라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 것 같다. 입맛도 없어지고 움직이기 위해서 필요한 만큼만 먹었다. 앞자리가 바뀌면서 양이 조금씩 줄어가고 있다. 근데 뱃살은 안 빼지냐고.
팔이 얇아서 날씬해 보이는 것 같다. 과자를 잘 안 먹는 편이긴 하다. 입 터지면 좀 먹어지기는 하는데 쉽사리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아이들이 단거를 좋아해서 양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몫이 아닌 적이 많아서 그런 건지 식탐은 없는 편이다. 나와 남편은 정반대다. 일단 배고프면 눈에 보이는 것은 다 먹어 치운다.
아이들 주려고 챙겨둔 모든 음식에도 예외는 없다.
밥을 먹지 그걸 먹었냐고 하면 서러운지 먹는 거에 이름 써놨냐고 화를 내기도 했었다.
가끔 장 보러 같이 마트에 가면 공복상태 일 때 무서운 지갑 털이가 시작된다.
"배고픈 OO 이는 건들지 마라"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다. 꼭 포악한 불곰 같다. 눈에 보이는 맛있어 보이는 것 들을 쓸어 담는다. 눈치싸움을 한다. 남편은 담고 나는 빼고 그러다 불쌍한 눈을 하면 젤 먹고 싶은 거 두 가지만 사라고 한다. 술 담배를 안 하기 때문에 돈을 많이 쓰는 편은 아니다.
가끔 친구들과 하우스 휴게실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다. 친한 친구 둘과 남편까지 셋이서 모이는데 '비선실세 회담'이라고 이름을 붙여 단다. 내가 불쌍한 남편들의 모임은 아니고?라고 놀리곤 했다.
아무것도 준비해주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기로 했다.
치유농업 상담파트에서 '남자들의 헛간'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모임이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를 찾아보면 '남성들이 감정을 직접 표현하기보다는 행동이나 조용한 자기만의 공간을 통해 해소하는 심리적인 경향이 있는데 이를 존중하고 기다려 줘야 한다'라고 나온다.
한 달에 1~2회 정도 특별한 경우나 소소한 이야기를 하며 고기를 구워 먹고 운전을 해서 가야 하므로 무알콜
맥주로 기분만 낸다고 했다. 이 번에 멤버 한 명이 더 추가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딸기농사를 이어받아서 하게 된 남편의 친구다. 다들 얼굴만 보면 아무도 함부로 시비를 걸지 못할 비주얼이지만 참 순한 사람들이다.
딸기 농사는 작기 기간이 짧은 편이다. 보통 4월이면 끝이 나는데 올해 돈을 많이 못 했다고 한 달을 연장해서
하다가 작기를 끝낸다고 딸기를 따가라 했다. 아이들과 다녀왔다.
나지막한 단동 하우스 작고 아담해 보인다. 레일에 앉는 의자를 밀면서 가니까 참 편하고 쉽게 딸기를 땄다.
나는 큰 것만 골라서 따는데 아이들은 모두 따는 바람에 세척하고 꼭지 따는 작업이 지루하고 힘들었다.
소분해서 냉동실을 가득 채워 놓았다. 여름에 아이스크림 대신 우리는 딸기와 망고로 요거트 스무디를 만들어 먹는다. 우유와 요거트 파우더만 있으면 되니까 좀 더 건강한 맛일 거라 생각한다.
멸균 우유 1000L 12개를 2주가 되기 전에 다 없어진다. 남편과 아이들은 뭐든 잘 먹는 편이라서 버리는 것이
별로 없다. 벌써 감자의 계절이 돌아왔다. 어머니께서 감자 캤으니 가져가라고 전화를 하셨다.
10kg 한 박스, 양파 한 망. 네 식구가 먹기에는 좀 많은 양이다. 삶아 먹고 구워 먹고 볶아 먹어도 줄지 않는 것 같은. 그래서 처음 가져온 한 박스는 세 집에 나누어 먹는다. 엄마와 동생과 함께. 어머니께서도 나눠 먹으라고 말씀하셨고 다 먹으면 더 가져가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다들 엄청 반가워 하지만 점점 물린다고 말한다. 다 먹어 갈 시기를 계산하고 계신 건지 더 가져가라고 전화가 올 것이다.
매년 먹어치우기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을 달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열심히 농사짓은 건데 버리면 안 되는 거 알지? 다 먹을 때까지 주재료는 감자야 라고 말 한다.
인터넷에 감자 요리가 뭐 있나? 검색하고 하기 쉬운 걸로 레시피를 적어 둔다.
제일 많이 하는 것은 감잣국, 감자조림, 감자볶음, 감자전, 감자 듬뿍 된장찌개 그리고 카레.
감자 시즌이 끝나면 고구마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나중에는 내가 다 농사를 지어서 먹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머리도 식힐 겸 치유농업사 동기 중에서 가족이 낙농업을 하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다녀오신 분이 꼭 가보라고 말씀해 주셔서 아이들 데리고 목장체험을 다녀왔다.
6월 6일 현충일이라 금요일이지만 강의가 없는 날이다. 작은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면 아침 6시에 일어나 심심하다고 나를 조른다.
여태 주말마다 체험이나 여행을 다녀서 인지 안 나가면 졸졸 따라다니면서 일을 방해하곤 했다.
인터넷에서 예약을 하고 아이들에게 말을 해주었다. 오늘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작은 아이는 학교 선생님께도 자랑을 했다고 한다.
1시 30부터 체험 시작이지만 우리는 12시 40분에 도착해서 티켓을 확인받고 설명을 듣고 카페에서 아이크림을 주문했다. 점심을 집에서 먹고 출발해서 후식은 가서 먹자고 했었다.
큰 아이는 우유초코 아이크림, 작은 아이는 딸기 아이크림 먹었다.
카페를 통해 들어가서 다른 문으로 이동 후 체험장으로 들어가는 구조였다.
동물들이 있는 넓은 초원으로 입장하려면 입장료를 내야 했다. 우리는 먹이체험과 치즈+피자 만들기를 신청해서 입장이 가능했다.
시간여유가 30분 정도가 있어서 동물 먹이로 스틱으로 잘라 놓은 당근 2컵을 샀다.
염소와 양, 말, 당나귀, 토끼, 닭 그리고 젖소가 있었다. 치유농업에서 배운 농장 가축 8종류 중에서 돼지와, 한우 빼고 다 있어서 큰 아이에게 설명을 해주기 좋았다. 특징을 설명해 주고 당근을 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먹이 주기에 익숙해진 동물들은 당근 통만 봐도 질주하듯 달려왔다. 그중 염소는 뿔이 있어서 무섭기까지 했지만 먹이 앞에서는 순해지는 것이 너무 웃겼다.
양도 풀을 뜯어먹다가 자기도 달라며 머리를 들이 밀고 먹이 컵을 든 아이들을 졸졸 따라다녔다.
작은 아이는'메에' 소리까지 내며 먹이를 주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큰 아이는 아껴서 여러 동물에게 주고 싶다고 숨기기도 했다.
토끼도 닭도 당근을 잘 먹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너무 많이 주면 배탈이 난다고 가이드해 주시는 분이 말리셨다. 1시 20분 우리는 먹이 체험을 하기 위해 가이드를 만나러 갔다.
먹이 체험표를 한 장 밖에 구하지 못해서 따라다녀도 되냐고 물어봤다. 안 해도 나쁘진 않지만 송아지 우유주기가 있어서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이라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취소 표가 있을까 봐 며칠을 시간마다 체크했지만 동 시간 대에는 취소하는 사람이 없었었다.
눈치가 좀 보이기는 했다. 큰 아이는 괜찮다고 했지만 보고 있으면 짠하다. 당당히 표를 사서 했더라면 눈치를 보는 일이 없었을 것 같다. 이미 한 차례 동물들에게 먹이를 사서 주고 왔지만 가이드와 함께 하는 동안신경이 쓰였다. "먹이를 사줄까?" 물어봤지만 괜찮다고 했다.
송아지 먹이를 주러 축사로 갔을 때 당근도 주고 우유를 먹이는 과정에서 티켓이 한 장이라 한 통만 받아 왔다.
작은 아이에게 주었고 송아지가 빨아먹는 힘이 너무 세서 우유통을 자꾸 떨어뜨리자 큰 아이가 도와주고 같이 체험을 하게 되었다. 나는 한발 뒤로 물러나 사진을 찍어 주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부모가 도와주고 있었어서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은 즐거워했지만 뭔가 아쉽다. 축사를 나오면서 다음에 한 번 더 오자고 했다.
가이드님이 눈치를 준 건 아니었다. 더 해보겠냐고 우유를 부어 주셔서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2시 30분에 하는 치즈+ 피자 만들기를 하러 갔는데 가이드님을 또 만났다.
재료를 나누어 주시고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는 열심히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 커드(치즈가 되기 전 응고된 우유 덩어리)를 잘게 잘라 뜨거운 물에 40초 담그고 접고 접어서 모짜렐라 치즈를 만들고 길게 늘여서 찢어 먹는 스트링 치즈를 만들었다. 잘게 찢어서 피자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이 번이 치즈+피자 만드는 것이 두 번째 체험인데 두 곳을 비교해 보면 이동 거리도 비슷하고 가격은 두 번째
목장이 있는 곳이 더 저렴했다. 무려 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첫 번째 갔던 곳은 카페에서 체험을 같이 진행하고 있었는데 농장과 분리된 곳이라 딱 피자만 만들 수 있었다. 만드는 순서는 비슷했고 재료는 다양했고 양도 넉넉했다. 3인에 9만 원이라 그 돈이면 사 먹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이 번에 간 목장 체험은 내가 원하는 치유농업에 더 유사했다. 방사해서 키우는 동물들과 교감하며 먹이 체험도 하고 푸른 초원이 아름다웠다. 규모는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 보였다.
공부하고 있는 내용들을 좀 더 규체화 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아서 유심히 보게 되었다.
체험도 적당하고 그 정도면 가격도 합리적이다. 카페 아이스크림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다.
체험장에서 사용한 비용은 젤라토 2개+동물체험(염소 양 토끼 말 당근주기, 송아지 우유주기)+동물 먹이 2컵+음료 3개, 과자 한 봉지+치즈, 피자 만들기 =85,600 이 정도면 나름 괜찮다.
보통 아이들 데리고 체험을 가면 기본 10만 원을 쓴다. 멀리 가면 점심도 먹어야 하고 기름값을 추가하면 비용이 늘어나기도 한다.
다음엔 조카들과 함께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초1, 초3 조카들은 활기가 넘친다.
특히 초1 꼬맹이 녀석은 뭐든지 도전적이다. 하지만 내가 젤 무섭고 좋단다.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조카들은 형아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함께 하고 싶어 하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큰 아이는 좀 버거워 보인다.
눈이 너무 아파서 쓰던 글을 중단하고 눈을 찜질하고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이어 쓰기 시작했다.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다음 주에는 안과에 가봐야 할 것 같다.
화장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많아지다 보니 그런 건지 모니터 보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 그런 건지 눈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검색을 하다 보니 눈세정제가 있었다. 눈 위아래를 살짝 벌려 닦아 주면 된다고 했다.
하나 주문하고 약국에 가서 일회용 인공눈물도 사 와야겠다.
수분이 오래가고 촉촉 한 것이 있다고 하는데 물어보고 꼼꼼히 체크도 해봐야겠다.
안경을 맞춰야 하나?
오늘도 나를 만나러와줘서 고마워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데 나 지금 스트레스 받고 있는 걸까?
마음 비우기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