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조급해지지 말자.

계속 다짐한다. 모든 것에서..

by 빛의투영

밤새 비가 내렸다. 많은 비가 내려 마당이 물에 잠겼다. 떠밀려온 나뭇잎들 때문에 배수구가 막힌 것 같다.

잔디로 가득했던 마당은 무성한 풀로 가득 채워졌다. 풀씨는 어디서 날아오는 건지 뽑아내도 다시 자라난다. 싱그러웠던 초 여름의 기억은 잊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으로 샤워를 하고 지쳐버린 지금은 눕고만 싶다.

어지르는 사람은 없는데 집은 늘 어수선하다. 공부하려고 테이블에 앉았는데 머리카락이 눈에 거슬린다. 미니 건 청소기로 이리저리 청소를 하다가 테이블 아래 묵은 먼지와 말라 붙은 얼룩이 보였다. 언제 이런 게 생겼지? 라며 물티슈를 하나 뽑아서 닦았다.

묵은 얼룩은 지워지지가 않았다. 오랜만에 스팀청소기를 꺼내서 조립하고 물을 넣어 청소를 했다.

깨끗해진 집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았지만 체력이 고갈되었다.

샤워를 하고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 벌써 점심시간이었다. 기계소리를 싫어하는 작은 아이는 뭘 하는지

자기 방에서 꼼짝도 안 하고 있고 큰 아이는 늦게까지 친구랑 온라인에서 노느라 늦잠을 자는 중이었다.

'뭘 해 먹어야 하나 ' 이 고민은 언제쯤 안 하고 살까?


요즘 남편은 농한기지만 취미 생활인 낚시도 가고 트랙터 알바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토양을 관리를 도와주는 일에 꽤 많은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은 밭을 만들 때 기계로 대충 하면 된다고 생각을 한다. 얼마의 깊이로 어떻게 토양을 부드럽고

식물이 잘 자라는 토양으로 만들까 깊이 고민하는 진지한 스타일이다.

처음 일을 맡겨 본 사람들은 다시 찾게 만드는 매력적인 농부다. 주업은 아니지만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토양관리 법도 알려주고 같이 농사를 준비한다.

농사의 기본 준비는 토양부터가 맞다. 이제 주먹구구식으로 농사를 짓는 시대는 지났다.

농사를 짓는 장비들도 다양해지고 그것들을 잘 활용해서 식물의 생태환경을 만들어 주는지가 관건이다.

날씨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기는 하지만 내 토양의 상태를 잘 알아야만 한 해 농사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 아직 마이스터 시험도 보지 않았는데 남편에게 조언을 구하는 전화가 많이 온다.

남편은 가르치는 것과 설명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질문 하나를 던지면 기원전까지 갈 기세다.

경상도 남자는 딱 세 마디만 한다는 말은 전부 거짓말이다. 내가 아는 경상도 남자들의 수다는 상상을 초월한다. 같이 있으면 심심할 틈이 없긴 하지만 실없는 소리에 나에게 자꾸 혼이 난다.


아이들과 극장에서 도라에몽을 보고 왔다. 작은 아이와 같이 볼만 영화가 딱히 없어서 처음으로 극장에서 도라에몽을 봤다. 옥터넛도 좋아하는데 이번 여름엔 개봉을 하지 않았다.

환경에 관련된 것과 여러 가지 해양생물들을 알게 되는 유익한 애니맨션이라서 어릴 때부터 자주 보곤 했다.

덕분에 수족관에 놀러 가면 아이들이 나에게 설명을 해준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큰 아이를 데리고 유적 탐방이라도 가고 싶지만 여름은 집이 젤 좋다.

가을에 가자고 말을 해두기는 했지만 이제 고2이고 여자 친구도 있어서 얼마나 함께 시간을 보낼지는 모르겠다. 나가서 놀라고 해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같이 게임하고 영화 보고 다하는 것 같다.

2시 40분쯤 활동보조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학원에 데려다주시면 마칠 시간에 가서 데려오면 된다.

작은 아이 미술학원 하나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3년 가까이 다녔는데 많이 아쉽다.

입시 미술학원은 2번, 활동 미술학원 2번 다녔는데 학원을 다시 알아봐야 할 것 같다.

교육청지원 특기적성 카드 지원이 되는 학원을 찾는다는 것이 참 어렵다. 장애인 학생에게 달에 12만 원이 지원된다. 예체능 위주이고 일일이 전화해서 확인을 해야 했다.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학원을 알아봤는데 기존 학생 2배의 학원비를 내라고 했었다.

일주일에 2번이고 15분 수업이라고 했다. 너무 기가 막혔다. 차라리 못 맡겠다고 하던지, 자신이 없다고 하던지. 이건 분명 차별이었다. 말도 잘 알아듣고 미술도 차분하게 잘하고 있는데 우쿠렐레도 초등학교에서 4년을 해왔다. 인라인도 잘 타고 운동 신경도 좋다. 다만 언어표현이 매끄럽지 않다.

편견이 참 무섭다는 것을 학원을 찾아다니는 내내 많이 느낀다. 전화통화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떤 장애인이냐고 묻고 등급을 묻는다. 자폐 2급 중증 장애인이지만 많은 노력으로 모든 기능은 좋은 편이다.

입시 미술학원에서도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3월부터 시작해 8월인 지금까지도 못 가르치겠다는 말이 없다.

가져오는 그림의 결과물도 나쁘지 않다. 어릴 때부터 물감과 클레이 등 미술 도구들을 계속 가지고 놀아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고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다. 학교에서 장래희망 란에는 항상 화가가 적혀 있었다. 요즘 부쩍 전화가 많이 온다. 큰 아이가 고2다 보니 입시 관련해서 도와준다는 전화였다.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고 전화가 오는 건지. 모르는 전화는 잘 안 받는 편이긴 하지만 작은 아이의 복지 관련된 전화가 가끔 와서 받았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입시 관련 도움을 드리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로 시작해서 계속 말을 이어간다. 숨 쉴 틈도 없이 설명을 하고 있었고 내 대답은 듣지도 않는다. 치유농업사 공부에 집중이 안 돼서 미칠 것 같을 때 걸려 온 전화, 화가 났지만 화를 낸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래서 딱 한마디만 했다."아이가 없어요. 전화를 잘 못 거신 거 같아요." 일순간의 정적과

"아.. 그래요? 어 이상하다."라고 말하며 내 정보를 알고 있는 듯했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더니 통화는 끝이 났다. 말이 많이 생략된 말이긴 했다. 이런저런 설명도 하기 싫고 큰 아이는 그림으로 대학을 가고 싶다고 해서 지금 입시미술 학원을 다니고 있는 중이다.

이런 전화를 한 달에 3~4번 정도 받는다. 도대체 어디서 내 정보가 세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들과 대화를 이어나갈 생각이 없다.


요즘 잠이 늘었다. 하루 보통 5시간 정도 잤었는데 집에 있으니 안 보이던 것들이 눈에 거슬려서 청소하고

공부도 해서 그런지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것 같다. 간식을 사다 놓기는 했지만 손이 안 간다. 과자는 결국 내 몫이 아니다. 아이들이나 남편이 먹어 치운다. 통에 소분해 둔 수박이나 복숭아가 젤 좋기 하다.

하루하루 시간이 왜 이렇게 잘 가는 건지 모르겠다. 작은 아이의 방학이 5일밖에 남지 않았다. 12일간의 짧은 방학, 겨울방학 3개월 확정이다. 학교 공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자꾸 비가 오락가락하는 통에 바다에 가지를 못 했다. 그래서인지 자꾸 불만을 표출한다.

금토일은 무조건 바다에서 살 예정이다. 55L 테이블 겸용 아이스박스를 하나 장만했다.

우리가 가는 바닷가는 가게도 없고 화장실도 없다. 챙겨 가야 하는 것이 많지만 조용히 평화롭게 지낼 수 있어서 좋다. 나는 물에 안 들어가기 때문에 그늘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모래가 있어 파라솔을 펼 칠 수 있고 위험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조건들을 충족하는 곳을 찾아서 우리는 많은 곳을 돌아다닌다.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은 낚시를 다니면서 아이들과 올만 한 곳을 미리 물색해 둔다고 했다.


큰 일이다. 열심히 읽었지만 내용이 머리에 남지를 않는다. 공부하다가 지칠 때나 차로 이동 중에 세바시 강연을 찾아 듣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가 강연하는 것을 듣다 보면 공부했던 내용이나

단어가 잘 알아들어진다는 거다. 용어가 낯설지 않고 귀에 잘 들린다는 것이 그래도 아예 기억에서 사라진 건 아니라는 안도감을 준다.


오늘도 나를 만나러 와줘서 고마워.

나의 노력이 빛을 발할 때까지 멈출 생각은 없지만

요즘 내 목표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내가 정말 할 수 있는 건지에 대해서.

공부는 어느 정도의 목표가 있어야 된다는 것도.

욕심은 점점 더 커지는데.. 체력도 중요한 것 같아.

명상과 가벼운 운동을 시작했어. 치치지 않고 꾸준히 가고 싶어서.

행복한 하루가 되길 바라.

keyword
이전 22화하나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