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

천천히 해보자.

by 빛의투영

나는 지금 이 시간이 너무 좋다. 모두가 잠든 조용하고 아무도 방해받지 않는 이 시간이.

주간 보다 야간에 더 활기가 넘치는 것 같다고 할까? 아침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세탁기를 돌리다 보면 오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것 같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책 읽기를 시도했으나 머릿속에 해야 되는 일들이 나열되고 자꾸 딴생각을 하게 된다.

평일에 아이들 하교 후 학원 끝나는 시간에 픽업을 가는데 7월 마지막 주는 활동보조 선생님께서 휴가를 가시겠다고 해서 등교, 학교, 학원 보내고 픽업까지 모두 맡아서 해야 했다.

조금 꼼지락 거린 건 같은데 하루가 왜 이리 짧은 건지 모르겠다. 움직이면 땀범벅이 되고 하루에 몇 번 샤워를 하는지. 여름 예전에는 참 좋아했는데.

작은 아이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첫날에는 근처에 있는 갤러리에 그림을 보러 가려고 나섰다.

인터넷에서 확인했을 때는 영업 중이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지게차가 문 앞에 떡 하니 있고 트럭들이 서있다. 전시 그림이 없는 것 같아서 주차장에서 살펴보다가 미용실에 갔다.

큰 아이 머리가 잘 뻗치다 보니 조금만 길어지면 구레나룻이 뒤집어졌다. 계속 다니던 미용실은 가격은 저렴했는데 생각보다 스타일을 못 잡아 주는 것 같아서 남편이 다니는 미용실로 바꾸었다.

인기가 많은 곳이라서 전화를 해보고 움직였다. 가는 길에 원서 접수용 증명사진을 찍었다.

치유농업사 2급 시험 원서 접수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을 찍어주시는 분이 미소를 지으라는데 얼굴에 경련이 일어 나는 느낌이 나었다. 완성된 사진을 보는데 내가 이렇게 생겼었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사진만 찍으면 사각턱처럼 보이는 걸까? 얼굴이 길고 뾰족하다고 남편이 놀리곤 했었는데 말이다.

얼굴 마사지도 자주 하고 오징어나 질겅질겅 씹는 걸 많이 먹지도 않는데?


미용실 가기 전에 근처 편의점에서 아이크림을 하나씩 먹으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파마 손님들이 좀 계셔서 길어지는 모양이었다.

여러 번 가다 보니 얼굴을 익히신 모양이다. 반갑게 맞아 주신다. 작은 아이도 어느새 길어진 머리를 잘라야 했다. 머리숱이 많아서 감고 말리는 시간이 길었다. 머리는 1년에 2번 정도 잘라 주는데 미용실을 이용한 지는 3년 차다. 그전에는 집에서 목욕하기 전에 내가 잘라 주었다. 하다 보니 얼추 흉내는 내게 되었지만 너무 움직이는 통에 귀를 다치게 한 적이 있어서 너무 무서웠다. 그 뒤로 미용실에서 영상을 보여주고 머리를 잡아주고 사탕을 하나 물려주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주며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머리를 감겨 주는 것도 이제는 편안해 보인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로 옮기 미용실에서 보조 역할을 하면서 지켜보았다. 미용사분은 능숙하고 빠른 손 기술로 아이와 소통을 하면서 즐겁게 머리를 잘랐다.

한결 가벼워진 머리 마무리로 머리까지 묶어 주셨는데 너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작은 아이는 엄지 척을 해주었고 큰 아이도 스타일이 마음에 든단다. 마음에 드는 미용실 찾기가 쉽지 않은데

참 다행이다. 나는 여기서 머리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염색이며 파마 가격이 내가 생각하는 상식 선에서는 손이 후덜덜 해질 것 같아서. 결혼하기 전에는 머리를 하러 가면 15~20은 썼지만 돈 들어가는 곳이 많다 보니

미용실은 1년에 한 번 정도 간다. 긴 머리를 짧게 자를 때 만, 염색은 집에서 셀프로.

누군가는 지지리 궁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좀 아까운 생각이 든다. 그 돈으로 다른 걸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취미 생활에 쓰고 여행 경비에 보태고 등.


치유농업사 원서 접수를 위해서 하루 전날부터 이수증과 증명사진을 스캔하고 치유온 사이트에 가서 미리 가입도 해두었다. 아침부터 실수할까 봐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잠이 들었다.

뭔가를 하다 보면 잊어버릴 것 같아 알람도 미리 8시 30분에 맞추어두고 집안일을 시작했다.

알람이 울려서 컴퓨터를 켜고 다시 한번 이수증과 증명사진을 확인하고 사이트에 로그인한 후 9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접속자가 많은 건지 처음 시도에는 에러가 뜨고 창을 닫고 다시 차분히 로그인을 하고 차근차근

하나씩 적고 패스로 인증도 하고 원서접수 완료되었다는 문구를 여러 번 확인하고 창을 닫았다.

휴대폰으로 확인 카톡도 받았다. 카톡에서 벌써 가입하시고 등록을 하라고 알리시는 분이 계셨다.

수험번호를 보고 있는데 벌써부터 긴장감이 느껴진다. 1차는 문제만 잘 읽으면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공부 진도가 안 나가고 있는 상태다.

치유농업의 이해와 정책과 제도는 하도 많이 봐서 알 것 같고 해외사례는 대표적인 것들만 외우다 보니 문제를 풀다가 이런 게 있었어? 다시 찾아보고 하다 보니 오늘 하기로 했던 심리상담 파트는 펴보지도 못했다.

전체적으로 정리하면서 읽었다고 해도 부분 기억 상실이다.

아직 1권에서 벗어나질 못 하고 있으니 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진다. 밤에 공부를 하고 있으면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아서 밤에 좀 더 하려고 노력 중이다. 낮에는 일을 좀 하고 나면 피곤해서 낮잠을 자기도 했다.

D-36일 벼락치기 처럼 하기 싫어서 나름의 계획을 세웠는데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아서 짜증이 났다.

작은 아이는 30분마다 와서 심심하다고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와 책도 읽어주고 내일 영화 보러 가자고 이야기도 하고 간식도 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챙겨주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방학이 12일간이라서 너무 짧지만 학교에 가면 즐겁다고 하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9월에 열리는 장애인 올림픽에 슐런이라는 종목으로 출전해 보자고 연락이 왔다.

중증 장애인이지만 그동안의 훈련과 노력으로 기능이 좋아서 종종 선생님들이 시도를 많이 하시는 것 같다.

올해는 미술학원서에 소묘를 6개월간 하고 채색과 여러 가지를 해보겠다고 해서 내 년부터는 장애인 미술대회에 그림을 보내 볼까 한다. 그림을 모아서 작은 갤러리에서 전시회도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두 아이다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선반에 놓여 있는 수채화 물감과 붓을 볼 때면 너무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눈을 애써 다른 곳으로 돌린다. 이번 시험이 진짜 중요하다. 다음 스탭을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에 마음이 느긋하게 먹어지질 않는다.

이 번 연도에 동차 합격을 해야 계획하고 있는 것에 가까워진다.


요즘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이 자꾸 생긴다.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아졌다.

산과 평지가 붙은 곳을 사서 치유농장과 생태 탐방로를 갖춘 치유숲도 만들고 싶다. 청소년 자립시설도 만들고 싶고 장애인 재활시설도 만들고 싶다. 치유농업을 공부하면서 많은 것들을 상세히 알게 되고 모르는 것들은 찾아보고 하다 보니 이런 것도 있구나. 내가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비용이 많이 든다. 장애 관련 시설은 규격에 맞춰서 해야 하다 보니 자재가 생각보다 비싸고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았다. 파머스 컬처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정원 디자인에 더욱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있다.

열대식물들을 키우면서 식물에 대한 관심도 많고 하다 보니 자꾸 욕심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쳇지피티한테 돈을 많이 버는 방법에 대해서 물어봤다. 말이 안 되는 건 아닌데 너무 벽이 높은 이상을 보여준다. 노력하면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나를 만나러 와줘서 고마워.

고민이 많은 요즘이야.

하나씩 차근찬근 해가는 게 맞는데 뭔가를 빨리 이루고 싶은 욕심이

자꾸 늘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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