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조각

02 직선의 파편은 쓴맛을 낸다

by 온우










온종일 그림을 그렸다. 연필을 쥔 손가락 사이가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무언가 완성했다는 안도와 작은 피로가 손끝에 얹혔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면대 앞, 물을 틀기 전 반지를 잠깐 벗었다.

항상 놓는 자리.

세면대 모서리.

작고 둥글고 귀여운 내 반지.


표면에 그려진 물고기는 내가 움직일 때마다 수면 아래를 헤엄치듯 방향을 바꿨다. 움직이면 살아는 반지. 나는 그게 좋았다. 손에 물을 묻혔고, 그다음은 아주 짧았다. 소리로 따지면.. ‘툭’ 하고 한 음절. 물방울 하나가 ‘뚝’ 떨어지듯 물고기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바로 그 자리에서 두 동강이 났다.


깨진 건 그림이었다. 물이 있는 풍경이었고. 한 번도 멈추지 않던 헤엄이었다. 파편은 날카롭지 않았는데 나는 베인 것 같았다. 반지는 어떤 비틀림도 없이 정확히 동그랗게 갈라졌다. 그대로 맞추면 이어질 것처럼. 나는 무릎을 굽혔다. 물고기를 건져 올렸다.


“... 괜찮아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나는 그저 웃었다. “어쩔 수 없죠..” 하고는 그냥 그대로 주머니에 넣었다. 물고기는 남은 하루 동안 두 동강이난 채로 내 걸음에 따라 흔들렸다. 비어있는 손가락을 자주 만지작 거렸다. 물고기는 다시 헤엄치지 않았고, 나는 그 조각을 아직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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