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잊힌 쪽에 핀
벌써 몇 계절이 지났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사람들은 웃고 떠나고 머물렀다.
나는 아직 그 이름을 알고 있다.
그 목소리도, 걸음도. 잊었다고 말하기엔 너무 선명해서 괜히 미안해졌다. 나는 왜 아직 여기 있을까. 이제는 사라져야 맞는 기억인데 마음 한편이 아직도 그 사람을 가만히 품고 있는 것 같아서. 그게 나를 위하는 건지 그 사람을 붙잡는 건지 모를 때가 있다.
오늘만큼은 그 이름을 조용히 속으로 한 번 불러보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불 끄고 누웠다.
그 마음이 나 때문에 계속 남아 있는 게 아니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