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입꼬리 아래서
오늘은 누가 무슨 말을 했고 그게 왜 웃긴 건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냥 분위기상 웃어야 할 것 같아서 입꼬리를 올렸다. 고개도 조금 숙였고, 손으로 입을 가리는 버릇까지 익숙하게 따라 나왔다.
그 표정은 이상하지 않았다.
거울로 보면 아마 자연스러웠을 거다.
다만 웃고 있는 동안 내가 웃고 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 웃음이 터진 자리에 내가 있었는지 단지 앉아 있던 것뿐인지 조금 헷갈렸다.
돌아오는 길,
어디선가 누군가의 웃음이 따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조용히 입을 닫고 가만히 얼굴을 만졌다.
그제야, 내가 거기 없었다는 걸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