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조각케이크 레시피

16 Blue, Because I Made It

by 온우








처음엔 그냥 낙서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도가 생겼다. 너무 오래 묻혀둔 탓에 이젠 손에 묻지도 않는다. 딱히 부패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살아 있지도 않았다. 누군가에게 꺼내 보이기엔 조금 누른 감정이었다. 그건 푸른색이었고 날카로웠으며 때때로 다정해지기도 했다.


나는 그걸 유리컵 아래에 넣어 두었다. 밤마다 그 위에 꿈이 떨어졌다. 모양은 바뀌었지만 속은 그대로였다. 어느 날은 냉장고 안 유리병 사이에 끼워 두었고, 어느 날엔 책 사이에 숨겨 두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냥 내가 가지고 있기도 했다. 누가 물으면 "그냥 버렸어."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의 거리.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아는 그 애매한 곳에 두는 일.


이렇게 세상에 꺼낼 생각은 없었다. 이름이 없으면 사라지지 않을 거라 믿었고, 사라지지 않으면 잊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니까 이건 사실 버려진 게 아니라 그저 오래 조용히 간직했던 것.


그저 내가 만들었다는 이유로 조심스럽게 꺼내 든


달지 않고 불투명한

파란 조각 케이크.





언젠가 녹아도 괜찮습니다.
기억에 남는 맛은 다시 만들 수 없으니까요.
남아 있는 조각만으로도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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