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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 Nov 01. 2024

수영장 관리 업체가 5개월간 가져간 240만 원의 행방

도둑놈들이 따로 없다 


원래 우리 집 고정비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다음 주로 미루기로 했다. 이유는 이렇다.

6월에 이사한 후, 사실 나는 아직 우리 집에서 매달 나가는 돈에 대해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사느라 바빴다. 브런치에 <미국은 숨만 쉬어도 돈이 듭니다> 연재를 하면서 내내 마음에 걸렸다. 고정비도 다시 적고, 가계부도 써야 하는데...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역시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어제 아이들 배드민턴에 넣어놓고 자리에 앉아 엑셀을 열었다. 이전에 월별로 적던 가계부는 탭이 너무 늘어나서 아예 새로 만들기로 했다. 당장 쓰는 돈보다 매달 나가는 고정비 파악이 시급했다. 전기, 수도, 가스, 관리비 등
 완벽하지는 않지만 글 한 편을 쓸 정도는 파악이 끝났다. 집이 커지면서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고정비 덕에 할 말도 많았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수영장 관리비. 어이없이 나가고 있던 돈에 대해서 말이다.


이쁘지만 이래저래 복잡한 우리 집 수영장





사실 어제 오전에 문자가 하나 날아들었다. 테크니션이 곧 도착한다는 문자. 무슨 회사인지도 쓰여있지 않았다. 문자가 잘못 왔나 싶었다. 출장 간 남편이 말도 없이 사람을 부를 리도 없고, 나도 그런 적이 없으니까.
문자가 왔다는 사실을 잊을 만할 때,
 블라인드 사이로 수영장 관리업체 차가 보였다. '어제도 청소하고 갔는데 왜 또 왔지?' 집에 띵동이라고 하면 물어볼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사라졌다. 그리고는 162불 (22만 원)이 결제되었다. 두둥.
남편에게 카톡으로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했다. 알아내야 했다.
오늘 왜 또 왔는지. 매달 관리 비용으로 270불이나 나가는데, 오늘의 162불은 대체 뭔지.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 5개월간 수영장 회사에서 '관리 비용'으로 가져간 돈이 
자그마치 1,746불(240만 원)이었다.



순수하게 관리 비용만이다! 중간에 스파 고장 나서 히터 교체하고, 수리하면서 나간 5천 불(690만 원) 가량은 별로 억울하지도 않다. 그러려니 한다. 미국살이 한두 해도 아니니까. 하지만 관리 비용이 이 정도는 좀 너무하지 않은가? 

남편에게 캡처한 사진을 보냈고, 그는 다시 관리업체에 이메일을 보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서비스 계약서에 따르면 50달러 미만의 수리는 3개월마다 필터 세척과 함께 자동으로 청구됩니다. 그러나 세척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수리 및 지불은 귀하가 먼저 처리하도록 귀하의 계정에 특별 메모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필터 세척의 경우 6개월마다 프로그래밍되도록 시스템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의문은 많다. 

- 우리가 이 집에 클로징 사인한 것은 5월 30일인데, 왜 6월 4일에 270불(37만 원)이 나갔는지 알 수 없다. 

- 32불과 37불은 뭐에 대한 비용인지 설명이 없다. 약품값인가? 

- 다른 업체보다 배는 비싼데 따로 받는다면 좀 화난다. (굳이 이 업체를 쓰는 이유는 아래에) 






전에 집도 수영장은 있었지만,
돈이 거의 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남편과 내가 직접 관리했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했다. 


물의 저항을 피해 가며 기다란 솔로 바닥을 열심히 문지르고, 바닥을 배회하는 로봇 청소기를 끄집어내고 거기에 쌓인 이물질을 제거한다. 수영장 물에 둥둥 위에 떠있는 낙엽들은 기다란 뜰채로 걷어낸다. 이 정도만 하면 힘든 일은 끝났다. 이제는 다소 간단한 일이 남는다. 


전에 집 수영장이다


사실 수영장 물은 한번 넣으면 대단히 큰일이 생기지 않는 한평생 갈지 않는다. 대신 물을 계속 깨끗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 집은 매일 6시간에서 8시간 정도 필터가 돌아가도록 설정했다. 시스템은 정확히 모르지만 수영장에 있는 물이 두 곳의 통로를 통해 기계로 들어가고, 거기서 정화 작업을 거쳐 다시 수영장으로 흘러들어 간다. 물이 통로로 들어가는 골목에는 망 같은 게 있다. 물이 빨려 들어갈 때 이물질을 함께 데려가기 때문에 한 번 걸러주는 거다. 그곳에 쌓인 이물질을 치우는 건 간단한 편이다. 
이제는 물을 소독하는 일이 남았다. 우리는 두 가지를 썼다. 코스트코에서 사 온 하얀색 염소를 한 두 알씩(하키의 퍽 같은 크기다) 필터 쪽에 넣었고, 수영장 물에는 하얀색 소독 가루를 뿌렸다. 이렇게 하면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 

사실 처음부터 우리가 관리 한 건 아니다. 매주 30불, 한 달에 120불을 주고 업체를 고용했었다. 옆집 아저씨가 수영장 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믿고 맡겼지만, 안타깝게도 
수영장 물이 초록으로 만들어놓고 말았다. 약만 잘 넣어도 저렇게는 되지 않는데, 약이 많이 아까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다른 업체를 다시 불렀지만 '언제 색이 돌아올까?'라는 물음에 역정을 내고는 돌아갔다. 내가 이렇게 만들었냐는 거였다. 제대로 하는 곳을 찾기가 이렇게 어렵다. 

"자기가 공부해 보지 그래?"라는 내 말에 남편이 정말로 유튜브를 찾기 시작했다. 원래 머리도 좋고, 원리 파악부터 하는 편이라 그는 하루 만에 터득했다. 아마도 좋은 업체 찾는 게 그에게는 더 귀찮았을지도 모른다. 이후 더 이상 업체를 부리지 않았다. 물은 다시 맑아졌다. 

그가 가장 처음 한 일은 필터를 교체하는 일이었다. 아무리 약을 넣고 청소를 해도, 필터가 초록이면 회복이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유튜브님이 알려준 대로 필터 뚜껑을 열었더니 커다란 필터 4개가 꽂혀 있었다. 애초에 하얗게 태어났을 이 필터들은 진한 초록으로 변해 있었
었다. 하나씩 꺼내서 열심히 씻었다. 호스의 수압을 최고로 높여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업체에서 '필터 청소'만 해주는데 몇 백 불은 줬었는데, 아마존을 찾아보니 새 거가 170불이면 살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이후는 청소 대신 그냥 새 걸로 교체했다. 6개월마다. 


잘 돌아갔다. 어렵지 않았다. 남편의 출장이 잦아져도 상관없었다. 나 혼자도 충분했다. 새 집에서도 그렇게 하면 될 줄 알았다.



새 집의 필터 쪽은 이렇게나 복잡하다



이사를 오니 수영장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만큼 뭔가 많이 복잡하다.



하지만 새로 이사 온 집은 복잡했다. 전의 집과는 완전히 달랐다. 
(편의상 이사오기 전 집을 A, 이사 온 집을 B라고 하자) 
1. B는 바닥을 청소하며 다니는 기계를 쓰지 않는다.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수영장은 깨끗했다. A는 로봇이 고장 났을 때 꽤 티가났었는데 말이다. 
2. A는 날이 더워 물이 줄어들면 수동으로 공급해 줘야 했다. 필터 쪽으로 들어가는 물이 부족하면 소음이 심하게 들렸다. 잘못하면 필터가 고장 날 수 있다 들었기에, 물의 높이를 확인하는 게 내 일과 중 하나였다. 하지만 B는 자동이었다. 매일 새로운 물이 자동으로 공급되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3. A는 염소 큐브를 넣을 수 있는 곳이 1곳이었다. B는 6곳이나 된다. 도무지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동그란 곳에 염소 큐브를 넣었었는데.... 여긴 너무 많다.



4. A와 B는 물 안에 전등이 2개다. 하지만 A와 달리 B는 두 개가 따로 컨트롤된다. 스파에 있는 등은 빨간색이고, 수영장 안에 있는 등은 파란색이다. 

5. A는 스파가 따로 없었다. 히터는 존재했는데 전체 물을 데우는 방식이라 12시간을 히터를 돌려도 겨울엔 너무 추웠다. 사용하지 않았다. B는 스파가 따로 있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6개 구멍에서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져 들어간다. 

6. A는 아주 단순한 사각 모양이었지만, B는 그보다는 타원에 가깝고 돌로 둘러싸여 있다. 가운데 폭포가 있고, 그 뒤에는 야자수를 심어 리조트 느낌을 준다. 


허리케인을 견딘 야자수 3그루



이 집도 남편이 공부해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맞다. 

하지만 처음에 이사할 때 남편이 없었다. 6월 10일에 이사했는데, 그가 처음 이 집에 온 건 8월 중순이다. 이 복잡한 수영장 관리를 덜컥 내가 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전 주인이 부르던 업체를 그대로 부르게 됐다. 중간에 일본 여행 2주도 한몫했다. 매주 청소를 해야 하는 걸 알기에 비우는 사이 문제가 생길까 겁도 났다.

가장 큰 이유는 
막상 사람을 쓰니 꽤 편했다는 거다. 편한 맛을 알아버렸다. 하지만 내가 신경을 끊고, 누군가가 그 일을 대신하며 나를 편하게 만든 만큼, 돈은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이렇게나 많이. 





예상한 비용
- 매주 수영장 관리 비용 : 67.5불 (9만 원)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당한 비용!)

- 필터 청소 비용 : 162불 x 2회 = 324불 (46만 원)

- 알 수 없는 비용 : 70불 (10만 원)

- 5월에 청구된 3회 비용 : 202.5불 (28만 원)


앞으로의 계획

- 5월 청구 건에 대해서 돌려받아야겠다. (골치 아플 거다)

- 필터 청소는 취소할 거다. 대신 6개월마다 남편에게 교체하라고 할 예정이다.

- 가능하면 조금씩 공부해서 다시 셀프로 관리해 보는 걸 염두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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