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한 집에 삽니다>를 시작하며
저는 연재글은 해당 요일에만 발행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만, 아니더군요! 부득이하게 연재로 변경해서 글을 다시 올립니다. 다만 해당 요일에 따박따박 글을 올리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보다는 더 자주 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잘 나가는 사업가의 아내'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풍족하고 여유 있는 모습이 그려질 수도 있고, 화려하고 세련된 여성이 떠오를 수도 있지요. 내조를 잘하는 현명한 여성을 그리기도 할 거고, 고급차에서 명품을 두른 여자가 내리는 모습을 상상되기도 할 겁니다. 그렇다면, 진짜 사모님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CEO 이야기는 많은데,
그 옆에 있는 사모님 이야기는 왜 없을까?
작년 여름, <나는 사모님 말고 사장님이 되기로 했다>라는 책이 출간되었다고 하더군요. 사모님으로 살던 제게 이 제목은 상당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독박육아'라는 단어에 남편들이 발끈하고, '전업주부'라는 단어에 전업맘들이 인상을 찌푸리듯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모님'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했다고 느꼈으니까요.
게다가 소제목이 '‘돌밥’에 ‘애데렐라’하면서도 꿈을 꾸는 당신을 위한 내 인생의 진짜 주인공으로 사는 법'이라고 씌어 있어서 충격은 더해졌지요.
'내가 사는 인생은 가짜라는 건가?'
'사모님에 대한 인식이 어떻길래, 저기다가 '사모님'이라는 글자를 박았지?'
'사업하는 사람의 배우자 자리가 그렇게 쉬운 줄 아는 걸까?'
'사모님은 돌밥과 애데렐라와 무관하게 편하게 산다고 생각하는 건가?'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결과만 보고, 지난 내 인생을 누군가가 쉽게 판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와, 너는 돈 안 벌어도 돼서 좋겠다. 그냥 편하게 살아. 너, 돈 걱정은 없잖아. 돈도 많으면서 힘들다고 하면 배부른 소리지, 나를 보며 이런 생각들을 하려나? 그건 좀 억울한데. 좀 많이 억울한데. (책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지나간 시간들이 스냅사진처럼 떠올랐습니다. 결혼하자마자 회사를 그만둔 남편, 첫 창업의 실패, 갑자기 가게 된 일본, 그리고 다시 시작된 남편의 스타트업, 함께 일을 하며 아이를 친정에 맡긴 죄책감, 끝이 있기나 한 건지 앞이 보이지 않았던 그날들, 우울증, 회사의 엑싯, 미국행, 혼자 감당해야 했던 육아, 남편 앞에만 서면 긴장되던 순간들, 마음에 생채기를 내던 그의 말들, 빛을 잃어가던 내 모습들... 지난 17년간 쉬운 일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사업하는 남편을 둔 사모님이 쓴 책을 찾아봤습니다만, 찾지 못했습니다. 사장님 이야기는 있어도 사모님 이야기는 없더군요. (제가 찾지 못한 거라면 알려주시면 너무나 감사하겠습니다)
진짜 사모님의 이야기를 써보자. 나와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자.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묵묵히 다른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그녀들의 숨은 역할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사업하는 남편들 옆에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그녀들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 스레드에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남편이 사업을 하는 분이었는데, 그녀는 남편이 사업을 하는 동안, 홀로 아이들을 키웠다고 하더군요. 위로를 받아야 할 남편은 공감대신 "네가 나가서 나만큼 벌어와"라는 말로 상처를 주었다고요. 지금은 사업적으로 많이 안정되었는데도, 오래 지난 일인데도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던 그녀의 말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안쓰러웠습니다. 나도 똑같은 말을 들어왔기에, 가정과 육아를 전담하며 외로운 시간을 지나왔기에, 회사원 남편을 둔 사람들과는 다른 어려움들을 알고 있기에, 그녀가 너무나 안쓰러웠습니다.
<CEO와 한 집에 삽니다>는 40편이 넘는 호흡이 긴 이야기입니다. 성공한 사업가의 배우자로 누리는 화려한 삶 이면에서, 때로는 그림자처럼 조용히, 때로는 폭풍처럼 격렬하게 살아가는 '사모님'의 진짜 삶을 풀어내보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사모님'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모든 그녀들을 위한 글입니다. 사업가의 배우자로 살아가는 그녀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업하는 남편이 읽고, 옆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배우자에게 좀 더 공감하고 감사를 표현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물론 134평 집에 사며 다이어트 고민하는 사모님의 삶이 궁금한 분들도 모두 환영합니다만(다른 연재글 이야기입니다 :), 제 이야기가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공감과 위로의 다리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브런치 연재는 40편까지 올릴 수가 없어서 총 5장의 이야기를 1편, 2편으로 나누려고 합니다. 1편에는 3장 중간까지, 2편에는 그 이후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1장. 장차 CEO가 될 남자를 만나다 - 첫 만남부터 첫 창업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장. 사모님이 회사에 있으면 불편하겠지만 - 두 번째 회사 이야기입니다.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도 함께했던 회사이기도 하고요. 덕분에 남편의 사업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3장. 찬란한 전업 사모님 생활 - 미국에서 새로운 회사를 시작한 남편을 대신해 가정을 책임지게 된 고군분투 스토리입니다. 빛나는 남편 옆에서 그림자처럼 살아가며 겪었던 마음의 공허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4장. 남편을 CEO로 둔 사모님의 자세 - 일반 회사원과, 사업하는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지요. 어떤 점이 다른지 짚어보고 사모님의 삶을 조명해 봅니다.
5장. 다른 집 사모님은 안녕하신가요? - 이곳엔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지금도 사업하는 남편을 대신해, 가정을 책임지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그녀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물론 전업 와이프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이야기를 들려주실 분 계시면, mineyunjin 카카오톡으로 개인톡 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매일 글감을 던져주는 남편 덕에, 할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ㅎㅎ
구독해 주시고 많이 읽어주세요.
이런 부분도 궁금하다- 하시는 부분이 있으면 아이디어 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