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자긍심으로, 때론 미안함으로...

감정 휴리스틱을 활용한 메시지 전략 3

by 책쓰는 홍보강사

감정 휴리스틱(affect heuristic)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것을 민첩하게 판단할 때 사용하는 휴리스틱으로 말 그대로 이성적인 판단이 아닌 감정적인 판단 방법을 말한다. 휴리스틱 자체가 ‘직관적 판단’이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우리는 감정에 따라 판단하는 일이 훨씬 더 많다. 또, 일반 경제학 이론에서도 사람은 이성적이며 감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지만, 행동경제학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의 선택이 절대 똑똑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감정 휴리스틱은 감정적 판단이다. 소비자에게 때론 자긍심을 주거나 때론 미안함을 주어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감정 휴리스틱을 활용한 사례다.



▎상무님 별명은 용기맨! 그랜저 - 자긍심 ▎


남직원: 요즘 상무님 별명 뭔지 알아?

여직원: 응?

남직원: 용기맨

여직원: 사장님한테 대들었구나

남직원: 아니. 담는 용기들 종류별로 엄청 들고 다녀. 그래서 용기맨

여직원: 사회적 책임 뭐 그런 건가?

남직원: 그건 잘 모르겠는데 사는 게 좀 불편하지 않을까?

상무님: 에이, 불편해도 해야지

2021 성공에 관하여 그랜저


현대자동차 TV광고 ‘그랜저, 2021 성공에 관하여, 상무님의 용기 편’이다. 고급승용차 그랜저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얼까? 그랜저 소비자에게 주는 자긍심, 그것도 성공에 관한 자긍심이다. 다시 말해, 일회용 컵이나 그릇을 사용하지 않고 환경을 위해 용기를 들고 다니는 행동을 조금은 불편 할 수 있지만, 모두를 위한 일상 속 착한 성공이라 말하고 있다. ‘그랜저’는 ‘성공’은 ‘자긍심’으로 연결하고자 했다.


4-7.현대자동차.jpg [그림 1. 그랜저 TV광고 캡처. 출처; 현대자동차]

‘그랜저, 2021 성공에 관하여’ 다른 편도 살펴보자. ‘유기견 입양 편’과 ‘아들의 꿈 편’이 있다.

‘유기견 입양 편’은 밖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나이 많은 유기견을 입양한 멋진 선배 이야기다. 그녀는 노견이라 챙길 게 많은 건 그저 당연히 해야 할 일 일뿐이라 말한다. ‘아들의 꿈 편’은 아들의 꿈에 관한 이야기다. 아빠는 아들의 하굣길에 ‘이 담에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 아빠의 생각은 우주비행사, 의사, 골퍼가 나오리라 생각하는데, 아들의 답은 뜻밖이다. 착한 사람!


그랜저는 이 세 편의 TV광고에서 ‘조금은 불편 할 수 있지만, 모두를 위한 일상 속 착한 성공’을 2021 성공이라고 제시한다. ‘그랜저를 탄다는 것은 성공이며, 자긍심을 갖는 착한 성공이다’라고 말한다. 즉, 소비자에게 자긍심을 주는 감정 휴리스틱으로 작용한다.



▎일하는 자리엔 커블이 있나요? - 미안함 ▎


아이고~ 허리야...

아직 안 깔았냐?

뭘 깔아?

나는 애들이 진작 깔아줬지~

커블커블

습관되면 평생 바른 자세 만들어요

부모님 자리엔 커블이 있나요?


커블 TV광고 ‘커블체어 부모님 편’이다. [그림 2] 좌측 두 장의 컷이다. 이 광고는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제품 사용자는 연로하신 부모님이지만, 광고 소구 타깃은 자식들이다. 그럼, 이 광고를 본 자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미안함이나 심하면 죄책감(guilt feeling)도 들 수 있다. ‘아, 우리 어머니, 우리 아버지께도 사드려야겠는 걸...’ 광고는 이 점을 노리는 감정 휴리스틱을 활용했다.

4-8.커블.jpg [그림 2. 커블 TV광고 캡처. 출처; 에이블루]

뭐, 회사에서 아직 안 깔아줬다고?

여덟 시간을 앉아서 일하는데...

그래서 우리회사는

커블커블

습관되면 평생 바른 자세 만들어요

일하는 자리엔 커블이 있나요?


이번엔 ‘커블체어 직장 편’이다. [그림 2] 우측 두 장의 컷이다. 그럼, 이 광고는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제품 사용자는 직원들이지만, 광고 소구 타깃은 사장님이나 관리자다. 마찬가지로 이 광고를 본 사장님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미안함이다. ‘아, 우리 직원들이 여덟 시간을 앉아서 일하는데...’ 또, 직원들도 이걸 보고, ‘우리 회사는 안 사 주나?’라고 원망을 할 수도 있다. 역시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활용한 감정 휴리스틱이다.


필자가 홍보팀장으로 근무했던 오리온에서도 죄책감을 활용한 감정 휴리스틱 광고를 제작한 적이 있다. 바로 ‘닥터유 매니페스토(manifesto) 편’이다.

4-9.닥터유죄책감.jpg [그림 3. 닥터유 TV광고 캡처. 출처; 오리온]

왜 과자 먹고 죄책감 느껴야 할까.

왜 과자를 우습게 보는 걸까.

언제부터 과자가 천덕꾸러기가 됐을까.

먹는 즐거움에서 죄책감을 덜어내자.

그 자리에 영양 밸런스를 채우자.

태어나서 자라고 성숙하기까지

닥터유, 과자로 영양을 설계하다.


닥터유 ‘매니페스토 편’이 내용이다. 앞에서 다뤘지만, 닥터유는 ‘의사가 만든 과자’, ‘건강한 과자’가 기본 컨셉이다. 그래서 닥터유 초창기 론칭 광고는 이 점을 부각해서 ‘의사와 오리온의 만남’을 테마로 홍보하고, TV와 지면광고도 제작했다.


그 후 두 번째 광고 전략이 바로 ‘죄책감을 벗자’는 메시지의 ‘매니페스토 편’이다. 과자 소비자들이 맛있는 과자를 먹으면서 살이 찌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죄책감을 갖지 말자는 내용이다. 그 대안인 닥터유는 한국인의 체질에 맞는 영양밸런스를 설계한 좋은 과자라는 점을 메인 카피로 활용했다.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활용한 감정 휴리스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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