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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꽃 한 송이 드리는 마음

by 만숑의 직장생활

팀에 여자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말도 잘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뭘 시켜도 항상 “네!”라는 에너지로 받아들이는 친구였다.


그중에서도 유독 감탄스러웠던 건, 팀의 부장, 차장급들—본인보다 거의 20살은 더 많은—그분들의 이야기를 그렇게나 잘 들어준다는 거였다.

가끔 지나가다 보면, 어깨를 들썩이며 맞장구를 치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감탄까지 해주는 모습에 감탄... 은 둘째치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 얘기가 그렇게 재밌다고...? 진심인가?’
(확신하건대, 아니었다. 절대 아니었을 것이다.)

대견하면서도 짠한 그 마음에, 응원의 의미로 라운지에서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했다.

“요즘 좀 힘들지 않아? 저번에 김 차장님이랑 얘기하는 거 봤는데... 와, 리액션이 거의 개그콘서트 리허설인 줄 알았어. 나라도 힘들었을 것 같더라.”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아, 그거요? 그건 그냥... 김 차장님이 저한테 그렇게 얘기하시는 것도, 솔직히 얼마나 평소에 말씀하고 싶으셨으면 그러시겠어요. 저는 그냥, 매일 김 차장님께 ‘꽃 한 송이 드리는 마음’으로 얘기 들어드려요.”

“꽃 한 송이...?”
내가 되묻기도 전에, 그녀는 덧붙였다.

“그게 뭐 돈 드는 일도 아니고요. 김 차장님이 기분 좋아지신다면, 그걸로 됐죠 뭐.”

순간, 머릿속이 띵해졌다.

“만숑님도 맨날 김 차장님 얘기 듣기 싫다고 슬쩍 피해 다니시잖아요. 그냥 저처럼, 하루에 꽃 한 송이 드린다 생각하시고 들어보세요. 뭐, 괜찮더라고요.”

“... 아... 하... 그래... 그치... 그래야지...”

그날 오후, 나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다.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매일 꽃 한 송이를 받고 있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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