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여자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적극적이고, 열심히 하고, 항상 열정적인 친구였다.
그중에서도 그 친구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던 것은, 팀에서 본인보다 거의 20년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는 부장님, 차장님들의 이야기를 참 잘 들어준다는 거였다. 가끔 오다가다 보면, 아저씨들 얘기가 그렇게 재미있는지(분명히 아닐 텐데, 확신한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 쳐주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곤 했었다.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마음에, 응원도 할 겸 그 친구에게 회사 라운지에서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했다.
"요즘 힘들지 않아? 저번에도 김 차장님이랑 얘기하는 거 봤는데, 정말 대단하더라. 리액션 장난 아니던데?"
그녀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별일 아니라는 듯" 얘기한다.
"아 뭘요, 김 차장님이 매번 저한테 저렇게 얘기하시는 것도, 오죽 말씀하시고 싶으시면 그러시겠어요. 저는 그래서, 매일마다 김 차장님께 '꽃 한 송이 드리는 마음'으로 얘기를 들어 드려요. 그게 뭐 돈 드는 일도 아니고, 김 차장님이 행복해하시면 됐죠 뭐"
순간 나는 한 대 얻어맞은 듯, 머리가 멍해졌다.
"만숑님도 김 차장님 얘기 듣기 싫다고 피하지만 마시고, 저처럼 매일 꽃 한 송이 드리는 기분으로 이야기 들어드리는 게 어떠세요?"
"아.. 하.. 그렇지.. 맞네... 그래야지"
모르는 사이에, 나도 누군가로부터 꽃 한 송이를 받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에 잠겼던 그날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