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숑의 직장생활 Jul 28. 2023

[11화] 메질

모두가 진이 빠지는 상황이었다. 일 계속 쏟아지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정리되는 것이 없었다. 전에 정되었던 사안들이 자꾸 번복이 되고, 일의 진척이 느린 것에 대해 사람들은 서로의 탓을 하기 시작했다.  


그날도 아침 8시부터 장장 2시간 동안 결론 없는 갑론을박의 논쟁을 겨우 쳤다. 한숨 돌릴 겸, 같이 일하시는 김이사님과 커피를 한 잔 하러 밖으로 나갔다.


"이사님, 최책임님 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저번에 하신 말이랑 180도 바뀐 내용을 어떻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얘기하시죠? 까먹은 건지 일부러 저러는 건지 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

"뭐 최책임님 저러는 거 한 두 번 보나요? 이제 놀랍지도 않습니다"


커피를 홀짝 마시며, 이사님이 담배 한 대 피우러 가자고 하신다. 쫄래쫄래 따라가서 현재 상황에 대해 하소연을 시작했다.


"이사님,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갈까요? 이사님은 이전에 이런 경험들 많으셨으니까, 아실 거 아니에요. 어떻게 이러한 난관을 헤쳐나가셨나요?"

"저요? 훗..."


이사님이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들이마신 후 내뱉으신다.


"만숑님, 혹시 메질이라단어 뜻 알아요?"

"메질?"

"대장간에서 쇠를 강하게 만들 때 망치로 때리는 작업을 메질이라고 하거든요"

"네"

"저는 요즘 같이 힘들 때는 메질한다고 생각하고 일합니다"

"응?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래, 쳐라... 쳐라... 계속 니 맘대로 쳐봐라...라는 마인드, 왼쪽 뺨도 대줬다가 오른쪽 뺨도 대줬다가 하는 거지요"


풋, 순간 나는 마시고 있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


"아 진짜... 혀 생각 못했던 말씀인데요. 그럼 우리는 계속 맞고 있어야 되는 건가요" 

"그냥 묵묵히 견디는 거죠... 이런 상황이 계속될 거 같아요? 계속 '쳐라.. 쳐라.. 맞아 줄게' 하다 보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결국 끝이 납니다. 경험해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이런 일들 앞으로도 많을 거에요"


때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마음에 와 닿는 김이사님의 말씀. 쇠가 메질과 담금질을 통해서 더욱 강해지듯이, 어쩌면 지금 우리도 메질과 담금질의 과정을 거치며 더 단단해 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쳐라... 쳐라... 계속 쳐봐라. 누가 끝까지 버티는지 보자.



이전 10화 [10화] 나는 직장인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