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결론적으로 저는 B 옵션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은 명확히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만숑님이 말씀하신 것도 충분히 이해해요. 저는 만숑님 의견 존중합니다"
오늘도 무사히 미팅을 마무리 지었다. 열띤 토론이 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협의점을 찾은 것 같아 다행이다. 미팅도 잘 마무리되었겠다, 오래간만에 장책임님에게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해야겠다.
"... 장책임님 말씀도 틀린 건 아닌데, 오히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제가 말씀드린 부분이 더 중요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와, 저는 그렇게 생각 못해봤는데. 그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구나. 저는 만숑님 생각 존중합니다"
장책임님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잘못 생각하고 있던 부분을 바로 잡아드렸더니, 뭔가 느끼시는 게 있었던 모양이다. 사람들이 평소에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내가 짚어줬을 때, 상대방이 고마워하면 스스로 굉장히 뿌듯하다.
그러나 가끔,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김책임님이 대표적이다. 완고하시고, 전혀 남의 얘기를 들으려도 하지 않으신다. 웬만하면 김책임님과는 오랜 시간 대화하는 것을 피하려고 하는데, 정말 오래 오래간만에, 김책임님과 같이 업무적으로 풀어야 할 일이 생겼다.
"... 그래서, 저는 이렇게 우리끼리 복잡하게 고민할 것이 아니라, 먼저 관련 분들에게 연락해서 의견 물어보고 진행하는 곳이 어떨까 싶은데요?"
"아니, 그게 아니라요. 이 문제를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하시면 안 될 것 같고요. 이전 자료 찾아서, 그때 얘기 나왔던 내용 중심으로 먼저 자료를 작성해 보고 팀장님 의견 여쭤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뭐지? 이 평행선을 달리는 대화는? 근본적으로 이 사람과는 의견 교환이 어려운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이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딱히 노력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적당히 이 대화를 마무리하고, 그냥 다음 주제로 넘어가고 싶다. 그래.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나의 소중한 시간을 이 사람과 이렇게 소모적인 대화에 사용한단 말인가? 이제 그만하자고 에둘러서 얘기해야겠다.
"네 김책임님. 저는 충분히 김책임님 의견 존중합니다"
... 응? 잠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