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리가 얼마 전에 과제 하나가 끝났다고, 간만에 식사나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다. 한동안 바빠서 못 봤는데, 안부도 물을 겸 해서 저녁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그래서, 과제는 어떻게 잘 끝났어?"
"아 A과제요? 말도 마세요. 고생만 죽도록 했습니다"
"왜? 무슨 일 있었는데?"
"제가 이번에 박부장님이랑 김과장님이랑 같이 했잖아요. 가뜩이나 셋이 있어서 일손도 모자란데,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줘야 할 김과장님이 자꾸 자기 맘 데로 하려고 하고, 사사건건 박부장님이랑 의견 충돌이 나니까 박부장님도 김과장님이 껄끄러웠는지 저한테 자꾸 일을 넘기시더라고요. 뭐 박부장님도 일이 워낙 많으시니까, 군말 않고 하긴 했는데, 나중에는 박부장님이랑 저한테 일이 너무 몰리다 보니까, 박부장님은 몸살 나셔서 병가 쓰시고, 김과장은 상무님한테 찍혀서 과제 중간에 쫓겨나고. 엉망진창이었죠 뭐"
"아 진짜? 고생했네... 박부장님이 그래도 리더로서 중간에서 팀을 잘 추슬렀어야 했는데, 아쉽다 "
며칠 후, 임대리과 같이 과제를 수행했던 김과장과도 우연찮게 식사 자리를 갖게 되었다.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 얼마 전 끝난 A과제에 대해 물어봤다.
"개판이었죠, 뭐"
"응? 왜? 무슨 일 있었어?"
"임대리라고 혹시 아세요?"
"(짐짓 모른 척) 임대리? 이름은 아는 데 같이 일해 본 적은 없어서 잘 몰라"
"걔 완전 민폐예요 민폐. 이번 과제에 저, 박부장님, 그리고 임대리 이렇게 셋이 있었는데요. 임대리가 일을 계속 엉망으로 해오는 거예요. 가뜩이나 셋 밖에 없는데, 한 사람이 자꾸 이렇게 자기 역할 못해주면, 과제가 산으로 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박부장님한테, 내가 커버 쳐주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임대리 말고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자고 계속 얘기했거든요. 그런데 박부장님이 결단을 못 내리니까... 저는 못 해 먹겠다고 중간에 나왔고, 나중에 들어보니까 박부장님도 결국 몸살 나서 꾸역꾸역 마무리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아, 진짜 최악이었습니다"
"아이고야... 너나 박부장님이나 고생이 많았네. 힘들었겠다"
다시 며칠 후, 다른 팀에서 다른 과제를 하고 있던 남과장을 만나서, 그간 들었던 임대리와 김과장의 얘기를 물어봤다.
"아, 그거요? 그거 박부장님이 담당하셨던 거죠? 그렇잖아도 며칠 전에 박부장님 아프시다고 하셔서 안부 겸 통화했었는데요"
"임대리랑 김과장 사이가 그다지 안 좋았나 보더라고요. 두 명한테 일을 시켜놔도 협업도 잘 안되고, 가지고 오는 결과물도 부실하고. 그래서 박부장님이 중간에서 둘 사이를 좋게 하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셨다는데도, 잘 안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결국 세 명의 일을 혼자 다 떠안으시려고 하다가, 몸살이 났고, 김과장은 마침 딴 곳에서 일 손이 부족하다고 해서 그쪽으로 넘겼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다른 두 분은 어떻게 얘기하던가요?"
"응?... 어어, 그냥 비슷하게 얘기했어. 힘들었다고 하더라"
어느 누구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하나의 사실에 대해서, 각자의 해석들이 다르게 존재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