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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숑의 직장생활 Oct 06. 2023

[18화] 뭐, 다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닌가요?

- 인생이란 파스타를 배우러 이탈리아에 갔다가 일식을 배우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중국집을 차리는 것과 같다 by 작자 미상


월요일 출근해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켜고, 피를 마시러 컵을 들고 커피 머신으로 갔다. 커피를 내리려고 하는데, 커피콩이 다 떨어졌다고 에러 메시지가 떴다. 커피콩이 어디 없나 주위를 찾아봤는데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빈 컵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지난주에 작성해 놓은 일정표를 켜고 오늘 해야 할 일과 이번 주 일정을 확인하려 하는 순간, 그때 마침 출근하신 부장님이 잠시 얘기 좀 하자고 따로 미팅룸으로 부르셨다. 무슨 일 있나?

 

"상무님 얘기 들었어?"

"네? 어떤 얘기요?"

"상무님, 회사 그만두신대..."

"네? 그게 무슨... 당장 저번주 금요일까지만 하더라도 일 시키시고 가셨는데...?"


작스런 상무님의 사직. 당황스러운 상황은 제쳐두고라도, 이번 주 상무님이 진행하시던 과제들과 이번 주 참석해야 할 미팅들이 떠올랐다. 그럼 상무님이 하시던 일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일단은 만숑님이랑 내가 상무님이 하시던 일은 당분간이라도 반반 나눠서 해야 할 것 같아. 일단 이번 주 상무님 참석하시는 미팅 있지? 그건 만숑님이 Follow-up 좀 해줘"


졸지에 상무님이 하시던 일을 떠맡게 되었다. 일단 새로운 분이 오시기 전까지는, 당분간은 내가 업무를 맡아야 할 것 같다.


어김없이 점심시간은 다가왔고, 동료들과 저번 주에 맛있게 먹었던 카레집 가기로 했다. 가고 있는 중에, 중간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가게가 있길래 호기심에 쓱 보니까, 못 보던 쌀국수 집이 보인다. 새로 오픈한 것 같은데, 동료들 중 누군가가 여기 한 번 가보자고 한다. 조금 웨이팅 하다가, 쌀국집에 들어갔는데, 나는 가게에서 같이 파는 볶음밥이 맛있게 보여, 볶음밥을 문했다. 맛은 그저 그랬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사무실에 복귀하여 자리에 앉았다. 오늘까지 제출해하는 일이 있었는데, 상무님이 하시 던 업무 중에 더 급한 이 있어서, 그것 먼저 follow-up 하느라, 못 끝낼 것 같았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일정을 조금만 뒤로 미뤄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그거요? 그거 안 주셔도 돼요. 공지 못 받으신 거 같은데, 그게 갑작스레 일정이 바뀌어서, 일단은 보류하기로 했거든요"

"아, 그렇군요. 제가 공지를 못 봤나 보네요. 확인 감사드립니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다시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하고 있는 김책임님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 오전에 사장님 보고 건 있잖아, 사장님이 콘셉트부터 시작해서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 오래... 자세한 건 이따 만나서 얘기해 줄게, 이따 5시에 봅시다"


저번 주까지 열심히 준비했던 보고 자료가 사장님 맘에 안 드셨나 보다. 그렇게 예상에 없던 또 다른 미팅이 생겨버렸다.  커피가 겨서 오전에 갔었던 커피 머신을 다시 가봤는데, 마침 커피콩이 채워져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준비했었던 사장님 보고 자료를 다시 열어봤다.


5시에 시작한 미팅은 약 2시간 정도 진행되었고, 결국  평소보다 늦게 퇴근하게 되었다. 지금 이 시간에 운전하면, 차가 엄청 밀려서 집까지 가는데 배로 걸리는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운전대를 잡았다.


'응?  시간에 웬일인지 차가 안 막히네...?'


그렇게 나는 생각보다 집에 일찍 도착했다. 오늘은 뭔가 생각대로 흘러가는 일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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